상속의 여러 방법,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조용조용 들려오는 울음소리, 위로 소리, 계속 오고 가는 사람들, 은은하게 나는 향 냄새....
장례식 한쪽 켠에 있는 작은 방에서 담요를 덮고 자던 게 내가 기억하는 장례식이었다. 가까운 친족의 장례식은 초등학생 때 그리고 좀 더 나이가 들어 대학생 때 할아버지, 할머니의 장례식이 전부였고 내가 조문객으로 종종 장례식을 가보기만 했기에 장례식은 세상을 떠난 분을 안타까워하고 추모하는 장소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장례식도 현실이라는 것을 시어머님 장례식에서 알았다. 떡을 몇 말을 넣을지, 수육을 추가할지 말지, 화장 시간, 상조회 등등 슬퍼만 하기에는 유가족이 확인해야 할 것도 결정해야 할 것도 많았다. 장례식 둘째 날, 조문객의 발길이 뜸해진 늦은 밤 상주인 남편과 함께 장례식장을 나서 주변을 가볍게 걸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하기 애매 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시부모님은 시어머님의 명의로 부동산 사업을 하셨기에 시어머님 명의의 땅도 많고, 빚도 많았다. 정확히 어디에 어떤 땅이 있는 지도 그리고 빚이 얼마인지도 몰랐지만 땅을 사고팔며 생계를 유지하시고 다달이 나가는 은행 이자도 꽤 된다는 것은 알았다.
유산 상속을 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땅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나 일단 시댁 집의 명의도 어머님 이셨는데 상속 포기를 하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또 몇 억이나 되는 빚을 상속받기도 두려웠기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하염없이 걷기만 했다. 그러다가 안 것이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였다.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국가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정부 24 홈페이지나 시구 읍면동사무소에서 '사망자 재산조회 통합처리 신청'을 하면 금융 내역, 토지, 자동차, 세금, 연금가입 유무 등 상속자의 재산과 채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제도였다. 장례를 치른 후 신분증과 증빙서류를 가지고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부터 신청했다. 그러나 재산조회를 해봐도 상속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재산의 대부분은 토지였기에 이 토지가 얼마짜리인지 가치는 있는지 팔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빚은 정확히 숫자로 떡 하니 있으니 숨이 턱 막혀왔다.
그러던 차에 '한정승인'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속에도 종류가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아는 상속재산(물론 빚이 있다면 빚도)을 물려받는 것은 단순승인이라고 본다. 이는 망인의 권리 의무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으로 생전에 모아 놓은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는 것이다(빚이 있다면 빚도 고스란히). 이거는 딱히 법적으로 할 일은 없다. 그다음 상속포기는 말 그대로 상속을 포기하는 것이다. 재산이던 빚이던 깔끔히 포기하는 것으로 상속포기 신청을 해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이 두 가지 경우 외에 우리 같은 재산이 많은 지, 빚이 많은지 모르는 상속인들을 위한 제도가 바로 '한정승인'이다.
'한정승인'은 말 그대로 한정적인 상속, 즉 물려받은 만큼만 빚을 갚는다는 의미이다. 처음 '한정승인'제도를 알게 되었을 때, 이건 우리를 위한 제도이구나! 옳다구나! 했다. 우리가 상속을 어떻게 할지 상담을 받은 법무사도 이런 경우 '한정승인'을 받으시면 된다고 했고 우리는 별생각 없이 '한정승인'이라는 걸 하기로 했다. 이것이 앞으로 펼쳐질 고난의 행군의 첫 발자국이었다.
* '한정승인'의 과정이나 절차는 상속 재산이나 상황에 따라서 기간이나 비용이 다 다릅니다. 제 글은 저의 경우에 초점을 맞춰 작성되었습니다.
* 심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상속문제를 처리하면서 겪은 일과 감정을 작성했기에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분들에 대한 불평이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그분들은 절차대로 했으며 제가 삐뚤게 생각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제 심정의 변화들을 솔직히 표현하기 위해 당시 심정을 그대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