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동물에게
얼마 전, 주인의 이사로 파양 된 고양이를 입양해왔다.
결혼 전부터 남편과 우리는 아이를 낳지 않는 대신 귀여운 고양이를 입양해서 자식처럼 잘 키우자고 다짐했던 터라 입양 전에 알레르기 검사도 받고 고양이 전문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고, 관련 사이트에 가입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고양이는 자발적 음수량이 적다고 해서 음수량을 늘리기 위해 펫 정수기를 사고, 그릇이 낮으면 소화를 잘 못 시키거나 관절이 아플 수 있다 해서 높이 있는 식기도 사고, 치아 건강을 위해 양치질을 시켜야 한다고 해서 좋다는 칫솔 치약을 사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다.
사료에도 성분이 있어서 무슨 곡물 비율이 높으면 안 좋고 무슨 성분이 들어가면 피해야 하고, 기껏 펫 정수기를 샀더니 펫 정수기는 곰팡이 생기기 쉬우니 사용하지 말라는 말도 있고, 나도 안 먹는 유산균이 필수라고 하는 등 이런 준비 과정에서 너무 까다로운 일들이 많았지만 거기에 붙는 이유들이 무서워서 안 하기도 찝찝했다. 안 하면 고양이가 아프다는데, 동물 학대라는데 어떻게 안 해?
문득 작년에 세상을 떠난 우리 강아지가 생각났다. 내가 수험생이던 시절 이모네 슈퍼 주위를 배회하던 유기견을 발견한 이모의 권유로 우리 집에 데리고 와서 키웠던 작은 은빛 털의 강아지.
1세 정도 되는 요크셔테리어 암컷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종도 나이도 알 수 없었지만 뚱이는 우리 집 막내가 되었다.
길 생활이 고되고 많이 굶주렸었는지 사료를 주면 코 박고 급히 먹고 간식을 주면 숨겨뒀다가 먹는 모습이 귀엽고 안쓰러워서 가족 모두가 이것저것 줬었다. 소고기를 구우면 양념을 하기 전에 한 덩이, 김장을 하면 수육을 주고, 겨울이 오면 고구마를 주고, 과일을 먹으면 과일을 줬다.
중성화 수술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이 작은 몸에 어떻게 수술을 시키냐 싶어서 중성화 수술 대신 때가 되면 기저귀를 채워주고 그랬다.
개껌을 주면 양치를 안 해도 되는 줄 알고 개껌 만 챙겨주고 양치질은 아주 가끔씩 시켜줬다.
산책을 나가면 자꾸 이상한 것을 주워 먹거나 눈병 같은 게 걸려서 위험하다고 산책도 자주 안 시키고 노견이 된 뒤로는 엄한 병 걸려올까 아예 산책도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TV나 유튜브에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가 했던 행동들의 일부는 해서는 안 되고 주인 자격이 부족한 행동이라고 혼나는 행동들이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며 내가 우리 뚱이에게 잘 못했나? 뚱이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수술을 했어야 하나? 산책은 강아지에게 필수라고 했는데 답답했을까? 하고 고민해봤다.
요즘 고양이 때문에 공부를 하며 고양이 카페를 들락날락거리다 보니 나와 같은 고민의 끝에 죄책감을 가지는 주인이 많았다. 고양이에게 좋다는 것을 똑같이 다 해줄 수 없다 보니 내가 못해주는 거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는 주인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는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뚱이는 행복했다.
물론 당시에 키우면서 해줬으면 더 좋았을 일들도 있지만, 그런 일을 안 해줬다고 우리가 뚱이를 사랑하지 않고 뚱이가 행복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뚱이는 건강하게 평균 수명 이상 살다가 잠을 자다 우리 곁을 떠났다. 평온하게. 강아지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었어도 뚱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도록 가족 모두 노력했고 사랑해줬다. 외출 했다 돌아오는 길에 간식이나 선물을 종종 사와서 주고, 놀아주고, 말을 걸고, 애정표현을 해주고. 뚱이가 나이가 들어 노견이 되어 백내장으로 두 눈이 멀었을 때 뚱이를 위해 거실에 모든 가구를 치우고 보호대를 해줬고 가족이 즐거운 날에 뚱이도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었다.
육아처럼 동물을 키우는 것도 집안마다 사람마다 동물마다 저마다의 상황과 사정이 있다. 소중한 가족, 소중한 친구인 반려동물을 키움에 있어서 그 방법이 조금 다르거나 부족하더라도 사랑이 있고 평생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본적인 공부를 하고, 동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키워야 하지만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동물과 주인이 같이 행복하게 끝까지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고양이, 우리 강아지에게 미안한 집사들은 미안해할 시간에 본인의 최선을 다해 더 사랑해주길 바란다. 죄책감으로 보내기에 찰나처럼 짧고 소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