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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무 Jun 11. 2020

반려동물 요양원이라고??

성공 보장되는 신종 사업

몇 년 전 7살 된 마르티스를 키우는 친구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너 우리 강아지 좀 데리고 있으면 안 될까?"

"얼마나? 이틀? 아니면 삼일?"

"그게 아니고... 한, 삼 년만 네가 키우면 안 될까?...

 아니다, 일 년만... 그것도 힘들면 그래 한 달만"

나는 당연히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강아지를 좋아했지만, 강아지 털을 만지면 재채기를 해대는 남편이 있고, 무엇보다도 강아지를 잘 보살필 자신이 없었다.

결혼하기 전에 온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르티스 한 마리를 키웠지만 잘 돌보지 못해, 무지개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다시 강아지를 책임지는 일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7년이나 한집에 살면서도 강아지 구박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다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온갖 욕설까지 강아지를 향해 쏟아내고, 그것도 모자라 강아지를 사랑하는 세상의 모든 인간들을 싸잡아 욕을 하는데...

그까짓것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7년을 버텼는데, 이제 대놓고 언제 뒤지냐? 죽지도 않는다 악담을 해대니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그때 예전부터 알고 계시던 동물병원 원장님이 생각났다. 서울 어디에서 제법 알려진 동물병원을 수십 년째 운영하시는 분이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고 이 강아지의 사정을 해결해 주리라 기대를 했다.

"내가 좋은 사업 한번 제안해 볼까?"

하면서 시작된 신종 사업 이야기는 이렇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강아지를 키우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런데 다자라거나, 늙어버린 강아지를 거두어줄 사람들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찾아오지 못할 곳으로 데려가서 버리는 일이 많아져 유기견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현상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힘들지만, 줄일 수 있으면서 돈도 버는 신종 사업이 바로 반려동물 요양원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땅값이 좀쌈직한데를 찾아 강아지들이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월 회비를 받는, 사람 요양원과 같은 요양원을 해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매달 아이들의 건강상태와 사진을 주인에게 전송하고, 건강하게 돌보고 있다는 걸 확이 시켜 준다는 것이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신종 사업이라고, 더 확장해서 단기간 맡아주는 탁아시설(아니다 탁견 시설) 역할을 하는 것도 사업 범주에 넣으면 좋다고...

물론 반려동물 장례식장과도 연계사업이 된다고...

나는 잠시 무언가에 홀리는 기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다 키우고 무얼 해 볼까 궁리 아닌 궁리를 하던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강아지 때문에 고민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눈이 휘둥그레 지더니, 그런 시설이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자신은 무조건 입소시킨다고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데려가면 된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자니 구박이나 받을까? 적응 못하면 버리지 않을까? 걱정인데, 그런 시설이 있다면 잘 있는지 확인도 되고 아이도 불행하게 버려 질일 없고 더 나아가 자신이 형편이 바뀌면 다시 데려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냐고 하는 것이다.

나는 친구의 그런 환영의 변을 발판 삼아 남편에게 사업설명 비슷한 걸 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남편은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투자가 많이 될 것 같다고, 섣불리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모험은 하지 말자고 잘라 말했다.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의 그 시가 왜 떠오르는지...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한 시인과 반대로 나의 남편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거부하고 있다. 나 역시 확신이 없었고, 남편을 설득하기에는 나의 사회생활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불가했다. 남편의 눈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집에 있는 사람이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칠팔 년 전이다.

그런데 강아지와 2년을 한집에 살면서, 만약의 경우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긴다면, 사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경우라면 나도 그런 시설에 맡길 것 같다.

그때 '신종 사업'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데,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걸 보면 신종 사업이라고 명명하기에는 부족한 아이템이었을까?

어디선가 이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있겠지... 그러나 내 주변에서 볼 수 없으므로 내게는 낯선 사업이다.

그저 사람이나 반려동물이나 늙고 병들면 구차해지는데, 요양원이라는 새로운 사업의 장으로 구차함을 옮겨 죽을 날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잘 사는 것만큼 아름답게 죽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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