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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무 Nov 11. 2022

보험설계사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설계가 아니고, 대우가 달라지는 설계사)

내 사업장은 공단이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공단 사람들을 고객으로 하는 설계사들이 간간이 들린다.

대부분의 설계사들은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친절이 배어 나오는 말씨와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단정하고 바른 옷매무세를 자랑한다.

그것이 고객들로 하여금 신뢰를 쌓는 일이라 여기는 것 같다.

세상에 사람이 천양지차인지라, 같은 보험 설계사일지라도 각자의 특색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사람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실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재밌어하는 이유도 있다.

그중 눈에 띄는 설계사가 한 명 있다.

나는 우선 그가 굉장히 거부감 들고 싫다.

언젠가 옆 정형외과에 입원해 있는 까다로운 환자와 우리 가게에 들어올 때의 그녀를 잊을 수 없다.

환한 미소와 지나치리 만치 친절한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요즘 드물게 친절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을 잊지 않을 만큼 한 달에 두어 번 우리 사업장에서 고객을 응대한다.

적지 않은 방문에 힘입어 나는 그녀의 습관 같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그녀의 고객은 한국인과 외국인 근로자가 7대 3 정도의 비율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남성이다. 공단 인근이므로 직장인이 많은 탓인 듯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비슷하다.

공단 인근이라 기숙사에 있는 근로자이거나 부부가 함께 온 근로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녀는 한국인 고객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본인이 와서 고객의 음료까지 주문을 한다.

어쩌다 고객이 계산이라도 할라치면 환한 미소와 더불어 '제가 사드려야 맘이 편하답니다'

하며 지나 칠정도로 친절한 말투를 보인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 고객을 만날 때면, 거의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는 본인 음료 한잔만 주문한다.

그리고 마치 본인이 남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보험을 가입해주는 것처럼 근엄한 자세로 이야기한다.

그러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맙다고 또 고맙다고 한다.

그녀의 지나치리 절절한 친절은 말 그대로 내국인용이다.

나는 그녀의 심보가 괘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도, 외국인들과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상대에 따라 자신의 자세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오늘도 그녀가 왔다.

1인 1 음료가 무색하게 그녀는 홀로 음료를 들고 와서는 테이크아웃 잔에 옮겨달란다.

나의 맘속 언어와 다르게 직업적인 멘트가 나왔다.

'오늘 바쁘신가 봐요?' 하면서 웃으며 그녀를 보냈다.

에구구... 웃을 거 까지는 뭐있담?  아니지, 나도 직업의식이 있는 거지...

나도 어쩔 수 없는 나를 포장하고 있었다.

진짜~~ 사람은 간사하리만치 나약한 존재인가 보다.


#보험설계사 #외국인 근로자 #고객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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