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인지.
예전부터 별명을 지어야 할 때 늘 '꾸꾸'로 지었다. 별다른 이유는 딱히 없고,
그때 좋아했던 아이돌의 애칭이 '꾸꾸'여서 좋아하는 마음에 따라 지었다.
언제나 사람은 좋아하면 따라 하게 된다. 행동이든, 말이든, 뭐든.
'기획단체0'에서의 활동명도 꾸꾸.
어쩌다 한번씩 썼던 글에서의 이름도 꾸꾸.
어쩌다 한번씩 냈던 책에서의 이름도 꾸꾸.
*기획단체0은 부산에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체로, 꾸꾸와 친구 미지가 처음 구상하고, 친구 제티가 합류해 함께 만들었다.
instagram. @anythinguwant_zer0
어느 순간부터 꾸꾸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인 것처럼 편안해졌다. 내 이름이 OOO인 게 당연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듯, 꾸꾸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라는 사람에 씌워졌다.
나는 현재 출판사에서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다. 출판 마케터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어떻게 되면 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여럿 계셨다. 지금 말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나중에 따로 기록할 것이다.
마케터가 된 나는 특징이 필요했다. 대내외 브랜딩을 위해서도 ~~한 마케터, ~~인 마케터라는 수식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훨 수월할 듯했다. 그래서 또 어김없이 꾸꾸로 지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출판 마케터 꾸꾸'.
별명, 애칭, 활동명... 등 실명 외에 지은 또 다른 이름이 나를 한결 편하게 만들어줬다.
나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요소들로 이루어진 나로 태어났지만, 별명의 나는 내가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모습을 바꿀 수 있으니까.
누구나 동경하는 상이 있는 것처럼 나는 동경하는 어떤 포인트들을, 혹은 내가 사랑하는 내 모습과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을 가감하며 또 다른 나인 꾸꾸를 만들어갔던 것 같다. 아니, 사실 그게 그냥 나였던 걸까? 내가 그저 나를 찾아가는 것뿐이었을까?
아무튼, 나를 소개하자면 한 문장으로 가능하다.
"서울 사는 문학소녀 출판 마케터"
아직까지는 직업이 주는 정체성이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다.
오롯한 나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식과 설명이 붙어야 한다.
저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 마음만큼 관심사도 많고요.
저는 항상 긍정적으로, 행복하고 즐겁게 생각하려 하는 편입니다.
저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에요. 정말로. 그런데 한편으로 저는 제가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 봐 무릎이 떨리는 사람이기도 해요. 저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은 결국 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인용 및 변형: <달려라 아비>, 김애란
이런 구구절절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없이도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한 게, 요즘 시대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저는 ENFJ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