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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 Sep 08. 2023

출판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3)

비대면으로 인턴을 한 사람이 있다? 여기에.

편집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활동은 인턴과 스터디다. 2021년, 학교 인턴쉽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 출판사에서 편집부 인턴으로 1달간 근무했다. 그 당시 나는 서울에서 생활하며 문화적 인프라도 누리고, 직접 부딪혀가며 실전 연습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정확히는 파주)에 있는 출판사에 근무하게 된 걸 정말 기뻐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있던 행사, 일정도 다 취소되고 비대면으로 바뀌던 시절. 인턴도 비대면으로 진행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나는 생애 첫 회사생활을, 비대면으로 지냈다. 많이 아쉬웠다. 인턴은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후에 하게 될 사회생활을 미리 체험해 보는 이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비대면 근무 인턴은 9시에 출근 알림 카톡을 보내고, 일을 한다. 회사에서는 그러지 못하겠지만 가끔 허리가 아프거나 집중이 안 되면 드러눕기도 한다. 이건 비대면 근무 인턴만의 특장점이다. 사수? 분이 과제처럼 일을 쥐어주시는데, 그 일을 완료하면 다른 일을 배정받는다. 내가 인턴을 하며 했던 일은 '교정교열', '원서대조', '서평작성', '카피, 뒤표지 문안 작성', '보도자료 작성' 등이었던 것 같다.(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첫 임무가 교정교열이었는데 정말 막막했다. 띄어쓰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보조용언은 왜 이렇게 많고 어려운지. 어려운 것 투성이었다. 심각하게 나의 앞날을 걱정했다. 이게 업이 되면, 업이라면 해박하게 알고 있어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까? 심각한 마음으로 근무 첫날 퇴근하고 바로 맞춤법 책을 구매했다.


어려웠던 교정교열이 지나고, 서평 작성이 다가왔다. 출간 예정 도서를 읽고 서평을 쓰는 게 임무였다. 서평이란 목적을 위해 책을 읽은 적이 전무했기에 읽는 데도 공을 들였다. 독자로서 읽을 땐 그냥 좋다~하며 지나갈 문장을 따로 빼놓고, 중간중간 감상도 적어가며 공부하듯 읽었다. 다행히 에세이였기 때문에 읽기는 수월했다. 카피와 문안 작성하는 건 재밌으면서 골치 아팠다. 개인적으로 카피같이 한 문장, 혹은 짧은 글을 창작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거기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해지니 골치가 아파지는 거다. 여러 개를 만들고 이리저리 조합해 보고 배치도 고민해 보고. 옆에 있던 엄마께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재밌었던 과정이다.


그리고 대망의 보도자료. 보도자료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 책에 대한 이해도가 일정 수준 있어야 하고, 독자가 명확한 글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작성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억은 미화되듯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은근히할 만했던 것 같은데, 그땐 엄청 어려워했을 거다. 사수 분이 보내주신 여러 보도자료를 참고하고, 서점 서지정보도 많이 참고하며 작성했다. 편집자를 꿈꾸고 나에겐 습관이 하나 생겼었다. 그건 바로 서점 서지정보 읽기. 관심 있는 책이 생기면 서점에 검색하고 그 책의 출판사 서평을 읽는다. 언어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편집자들이 공을 들여 쓴 글이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된다. 문학 쪽 서평을 읽으면 내가 쓸 수 있는 단어의 폭도 넓어진다. 또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편집자는 글공부를 끼고 살아야 하는 직업 같다. 글에 대한 감각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인턴으로 지낸 한 달은 훅훅 지나갔다. 인턴을 끝내고 더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책을 많이 읽고, 글공부를 하고, 맞춤법 공부도 하고. 사고와 사유를 꾸준히 하며 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2022년, 창비부산에서 개최한 '창비 편집자 학교' 과정을 수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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