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아빠가 경기도 분당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위내시경을 통한 위암 절제술을 받으신다.
오전에 일찍 제주 보건소에 가서 입원환자 간병을 위한 PCR 선제 검사를 받고 오는 길, 갑작스럽게 내리는 눈과 몰아치는 바람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12시 부로 모든 항공편이 결항이다. 가족들에게 내가 아빠 병원에 간병을 갈 테니 간병인을 따로 구할 필요 없겠다고 큰소리를 쳐 놓았는데, 아무래도 제날짜에 병원에 도착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제주도에서도 신제주, 특히 연동이나 노형동 일대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이곳이 육지인지 제주인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하루에도 200편이 넘는 항공기가 출발하고 또 도착하는 제주공항이 가까이 있다 보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제주를 떠날 수 있고, 김포공항까지는 비행시간으로만 따지면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강풍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항공편이 모두 결항되어 버리면 제주도는 순식간에 고립이 되어 버리고, 역시 섬은 섬이구나라는 현실을 뼈저리게 직시하게 된다.
2016년 1월, 32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과 강한 *윈드시어(Wind Shear)로 23일 오후부터 25일 12시까지 제주공항이 전면 폐쇄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제주도에 갇혀 있었던 체류객이 7~8만 명에 달했다. 북한산 등산 간다고 떠난 부인이 제주도에서 발이 묶여 며칠째 못 오고 있다는 등 불륜 목적의 제주 여행객들이 대거 발각되었다는 자극적인 뉴스도 있었고, 공항의 차디찬 바닥에 라면박스를 깔고 잠을 청해야만 했던 여행객들에게 무료로 숙소와 교통편을 제공해 준 따뜻한 제주도민들의 자원봉사 소식도 크게 회자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윈드시어(Wind Shear): 바람의 흐름이 정상적이지 않게 변형을 일으키는 것으로 갑작스럽게 바람의 세기나 방향이 바뀌는 현상이다. 강한 상승기류 혹은 하강 기류가 생길 때 주로 나타나는 기상현상이다. 두 개의 바람 흐름 사이에서 난기류를 발생시키며 전단풍 또는 급변풍이라고도 한다.
제주공항은 윈드시어가 자주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항인데, 남풍계열의 바람이 불 때 한라산을 타고 넘으면서 갑자기 풍향과 풍속이 변화하면서 복합적인 윈드시어가 발생한다. 지표면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 윈드시어 현상은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착륙, 이륙하는데 결정적으로 장애를 발생시키며 정상적으로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복행 하거나, 활주로에 심한 충격을 발생시키는 등 항공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대부분 항공사는 윈드시어가 감지되면 반드시 착륙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항공기상청에서도 윈드시어가 감지되거나 풍속이 순간적으로 15 kts이상 변할 경우 윈드시어 특보를 발령해 이·착륙을 제한하고 있다.
- 출처: 항공위키"
다행히, 넷째 누나가 내일 아빠의 간병인으로 함께 입원이 가능하다고 하며, 왕복 1시간 반을 보건소까지 운전해서 PCR 검사를 받고 왔다고 한다. 이제 폭설과 윈드시어가 잠잠해져 내일 일찍 비행기가 다시 정상화되기 만을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