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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Jul 01. 2023

학폭위까지 가야 하나 - 1

"아이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학폭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반애들 몇 명이 학기 초부터 외모와 눈 모양을 가지고 놀린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는데, 몇몇 무리들이 계속해서 못생겼다고 놀리고 때리기까지 한대. 학교생활이 힘들다고 지나가는 말로 몇 번 한 적은 있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면서 무리의 아이들이 다 퇴학당했으면 좋겠다고 하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월요일에 담임선생님을 만나긴 할 건데, 학폭위라도 열어달라고 해야 하나?"


아내는 밤새 한잠도 못 잤다고 하는데, 다행히 전화 목소리는 침착했다. 

카페나 지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도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듯했다.


무리의 리더 격인 녀석은 수시로 우리 아이를 놀리면서, 툭툭 치는 일도 잦고, 머리로 박치기도 한다고 한다.(빈도를 물어보니 일주일에 20번은 넘는 것 같다.) 무리의 다른 녀석들은 리더인 아이가 폭력을 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우리 아이가 대응이라도 할라치면, 여러 명이 "너 폭력 했어?"라고 아이를 몰아세웠다고 하는데, 반에서 폭력을 쓰면 담임선생님이 벌점을 주는 제도가 있어서 아이가 바로 대응을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어떤 녀석은 우리 아이를 때리고 나서 "장난이야"라고 하면서 또 때렸다고 하고, 또 다른 녀석은 못생겼다고 하면서 놀리는데, 아이가 놀리지 말라고 하면 "사실이잖아"라고 하면서 계속 놀린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가 털어놓은 내용들을 모두 꼼꼼하게 워드로 작성해 담임선생님 하이톡으로 보냈고, 아내는 월요일 아침 일찍 담임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사실, 우리는 학폭위를 바로 열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들로부터 재발방지 및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인데, 학교를 다녀온 아내는 학교 측의 쿨(?)한 반응에 조금 놀랐다고 한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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