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작가 윤부장 Jul 05. 2023

학폭위까지 가야 하나 - 2

"아이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네요. 학교에 서류가 접수된 이상, 학폭 신청이 일단 되어야 합니다. 나중에 혹시 원하시면 취하하실 수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아니라 학폭 관련 담당하시는 선생님이 보호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드릴 건데, 기초적인 조사에만 최소 1주일 이상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리고, 기초 조사가 끝나면 저희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면담 장소에 나온 교감선생님의 말투는 다분히 사무적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상담 내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무리의 대장 격인 아이는 OO 이와 많이 친하고, 장난도 서로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OO 이가 힘들어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아이에 대해서는 OO이 외모만 비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여러 아이들에게 말을 좀 험하게 하는 아이라고 하면서, 원래 좀 문제가 있는 아이이고,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는 투로 오히려 우리에게 넋두리를 했다.


학기 초 면담시간에 우리가 이미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 좀 더 OO에게 관심을 갖고 주변의 아이들을 지켜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자,  담임선생님은 본인도 그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본인이 많이 부족했다면서 좀 더 살펴보겠다고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기간 중이지만 OO 이가 속해있는 모둠에서 아이들을 분리하고, 지금 앉아 있는 자리도 조정하겠다고 했다.


긴 상담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학교 측에 보호자 확인서를 제출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학폭위 개최가 아니며, 가해 아이들과 보호자들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일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학교에서 잘 처리해 주는 것이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렇게 공식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이 아이를 위해서 정말 잘하는 일인지 자신할 수 없었다.  이제 학교 측의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이 되고, 학폭 담당교사에게 전화를 받게 될  가해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가해 아이들끼리 서로 담합을 해서, 우리 아이를 또다시 가해자로 모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모둠에서 분리된 아이가 교실에서 오히려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다음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가해 아이 중 한 명의 엄마로부터 받은 손편지를 꺼내놓았다.


- 3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학폭위까지 가야 하나 -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