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작가 윤부장 Jul 08. 2023

학폭위까지 가야 하나 - 3

가해 아이 중 한 명의 엄마가 보낸 편지였다. 


본인 아이로 인해 우리 아이가 겪었을 괴로움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글이었고, 학폭 조사라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아이가 제대로 반성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오히려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편지 마지막에는 아이가 받은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일도 하겠다며 본인의 휴대폰 연락처를 남겨 놓았다.


우리 아이에게 보낸 편지도 따로 있었다. 

용기를 내어주어 너무 고맙다, 자신의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이 정말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일찍 깨닫게 해 준 기회가 되었으며,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지, 아이가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면 언제든 기다리겠다는 말도 들어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자신의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의 내용이었다.


따뜻함이 느껴졌다. 학폭 담당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본인도 많이 놀랐을 텐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이 "OO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였다고 했다.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손 편지를 읽다 보니 참 좋은 분이구나, 이 엄마의 아이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 더 바르게 자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내와 나는 학폭 절차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학교에 아이가 그동안 당한 학폭 내용을 잘 설명하면, 학교에서 알아서 잘 조정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학폭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라고 강요할 수 없고, 학부모들께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할 수도 없고, 당연히 담임선생님이 나서서 조정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공식절차를 밟아 조사가 모두 끝난 뒤,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이 충족되는지 심의 과정을 거쳐,  학교장 종결로 끝낼 수도 있고,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서는 교육청으로 사건이 이관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물론 아무리 학교장 종결이라고 해도 아주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절차를 밟는 것이 가장 상처를 덜 받고 빠르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 4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학폭위까지 가야 하나 -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