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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Jul 19. 2023

학폭위까지 가야 하나 - 4 (끝)

학교에서 다시 연락이 온 건 학교폭력 접수 이후 약 2주 후였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과 보호자의 이름, 공식적인 조사 내용이 빼곡하게 담긴 1장짜리 보고서를 보내왔다.


보고서에는 가해 학생 모두 학폭 관련 사실 관계를 인정했고, 우리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사과를 했으며, 다시는 아이를 때리거나 툭툭 치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가해 정도가 가장 심했던 아이의 엄마와는 아내가 직접 장시간 통화를 했다.

아내의 설명에 따르면, 가해 아이 엄마는 우리 아이 이름도 잘 알고 있었고, 둘이 가깝게 지내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 학교 측 조사 과정에서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아이가 가해자로 지목된 것이 아닌가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아내가 구체적으로 그동안 아이들 간에 벌어졌던 학폭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주자,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고, 아내와 우리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이번 사안의 경우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희망하는 경우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학폭위까지 꼭 가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고,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기에 이번 문제를 더 이상 확대할 생각은 없었다. 우리는 학교장 자체 해결을 희망한다는 동의서를 제출했고, 이번 사안을 마무리 지었다.


※참고: 교육부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 2주 이상의 상해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았을 때

 2) 재산상의 피해가 없거나 복구되었을 때

 3) 지속적인 학교폭력이 없을 때 (이 경우는 전담기구의 판단하에 결정이 될 수 있음)

 4)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 제공 등에 대한 보복 행위가 아닌 경우






동의서 제출을 끝으로 사건이 종결되고, 이제 며칠이 지났다.


아이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친구들과 다시 잘 지내고 있다.  꼭 이렇게까지 공식적인 절차를 진행했어야 했을까, 그냥 담임선생님 중재 하에 아이들에게 사과를 받고 끝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지만, 학교를 통한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가해 아이들과 보호자 모두 학교 폭력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재발방지에 신경을 쓰게 된 효과는 분명한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친구에게 무심코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충분히 배웠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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