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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Jul 18. 2023

도서관 지우개 가루 아저씨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photo by pixaby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엉덩이를 지닌 아저씨. 정성껏 지우개 가루를 치우던 아저씨. 머문 자리를 꼼꼼히 청소하고 떠나는 아저씨. 오늘의 짧은 관찰이다.


도서관은 정숙의 공간이자, 혼자만의 싸움이다. 집중의 장소이자 동시에 배움의 '터'이다.


이어폰을 꽂고 집중하는 사람, 고개를 떨구며 잠과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 눈에 불을 켜고 몇 시간 동안이나 일어나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머무는 '터'이다.


나는 집중이 되지 않을 때 종종 도서관에 간다. 노랫소리도 없고, 꽤나 답답하다 느낄 수 있지만 그런 환경 속에 가끔 나를 가둘 때면 희열이 있다. 위 세 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이 나다.(다만, 볼펜을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나를 쳐다볼 때도 있다. 살면서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그렇기에 도서관에서 일관되게 정숙을 유지하며 스스로와의 사투 후 집으로 향하는 이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신에 대한 집념이 몸에 깃든 사람들 말이다.


오늘 내가 마주한 아저씨는 배려와 집념을 넘어 배움을 주는 사람이셨다.


11시 방향에 위치한 아저씨는 엉덩이가 무겁다. 빨간 모자에 흰색 티. 강렬하다. 


다른 사람들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물을 마시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로 자리에서 이탈하지만, 유독 그 아저씨는 묵묵히 11시 방향의 자리를 지킨다. 아저씨가 무얼 하고 계신지는 알 수 없으나 스스로에게 몰두하고 있었음에는 틀림없다. 아저씨라는 형체는 내게 곧 집중하자는 오기로 다가온다. 아저씨를 그만보고 내 것에 집중하자 다짐한다. 배움이다.


나의 집중력이 떨어지던 찰나 눈에 아저씨가 들어온다. 아저씨의 엉덩이가 들썩 거린다. 도서관을 떠나시려는 것처럼 보인다. 내적 경쟁자였는데 떠나는 사실에 아쉽긴 하지만, 아저씨의 엉덩이가 떨어진 유일한 시간이 곧 귀가시간임을 깨달은 후 감탄과 존경이 다가온다.


감탄에 빠지는 도중 더욱이 새로운 사실을 목격한다. 


책상에 남은 지우개 가루를 하나 둘 담는 것 아닌가. 끝이 아니다. 바닥에 떨어진 가루까지 주우신다. 보면 볼수록 공공 물건을 소중히 다루어 남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더욱이 놀란 사실은 물티슈로 책상을 닦는다. 동서남북 모두. 깨끗이.


아저씨의 정리시간은 꽤나 긴 시간 지속된다. 정리가 마무리되고서야 본인의 가방을 챙기신다. 그리고 만족함의 표정을 지은 채 유유히 도서관을 떠난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지극히 아름다운 순간이다.


아저씨가 떠난 자리에는 여운이 맴돈다.


매번 의자만 집어넣고 가는 나를 돌아본다. '의자만 넣어주고 가는 게 어디야' 라며 합리화를 했던 나 자신을 꼬집는다. 공공 물건은 모두가 아름답고 깨끗이 쓰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나 자신을 반성한다.


도서관은 곧 회개의 장소이자 배움의 '터'로 변한다.


책상에게 예의를 갖추며 다음 사람을 맞이하려는 지우개 아저씨.

반듯이 펴지지 않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신문을 보시는 집념의 할아버지. 

집에서 싸 온 것 같은 예쁜 도시락을 먹으며 다시 또 파이팅을 외치는 어머님들.

꾸벅꾸벅 졸음을 이겨가며 필기를 하는 고시생 아버님들까지.


책 읽기와 공부로만 여겨졌던 유년시절의 도서관은 잠시 자리를 비킨다. 비킨 자리에는 온기 넘치는 사람들과 배움의 장소가 찾아온다. 고리타분하게 여겼던 도서관의 대변신이다.


나는 아래와 같이 생각하며 도서관을 마음에 품는다.


다음엔 또 어떤 훌륭한 어른이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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