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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단 하나의 투자 원칙

프롤로그

by 퇴사원츄

미국주식 담당 기자가 된 후 미국장이 열리는 밤을 낮처럼 살아왔다. 실적 발표, 인수합병,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조정 등 매일 매일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특징주와 이슈를 선별해 독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전달하고자 시장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스스로의 계좌를 들여다볼 때면 한 명의 투자자로 돌아간다. 뉴스는 본래 차가운 성질이라지만 계좌 속 숫자마저 따뜻하지 않을 땐 마음이 많이 시리다. 거기에는 단순한 수익과 손실을 넘어 기대, 불안, 조급함, 그리고 때로는 후회까지 뉴스로는 담기지 않는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기자로서 나는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을 따라가야 하지만 투자자로서 나는 버텨야 했다. 실적이 좋았는데도 주가가 떨어지는 날, 좋은 기업이라 믿는데 하염없이 빠지는 날.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는 인내심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투자자로서의 내가 고개를 들었다.


더 어려운 날은 따로 있었다.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날,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경제 그 자체가 흔들리는 날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가 그랬고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이 전세계를 덮쳤을 때도 그랬다. 최근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다시 강경해지며 무역 전쟁의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 하루에 5% 넘게 떨어지는 지수가 낯설지 않아졌다.


매일 뉴스로 요동치는 주식 시장 한복판에서 얻은 가장 확실한 깨달음은 이것이다.


“버티는 사람이 결국 번다.”


이 책은 내 투자 인생을 돌아보며 정리한 기록이다. 크게 성공한 투자자는 아니지만 많은 실수를 겪었고 그 실수 덕분에 나만의 투자 방식이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됐다. 주식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태도’의 문제라는 것.


이 책은 선배 투자자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언젠가는 돈과 시간을 시장에 맡기게 될 한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불안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할 아이에게 정답이 아닌, 엄마가 몸으로 겪으며 발견한 작은 원칙을 전하고 싶어 쓴 글이다. 흔들릴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는 문장이 되기를, 조급할 때마다 마음을 붙잡아주는 조언이 되기를 바라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알게 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건 어떤 자세로 시장을 대하느냐라는 걸. 이 책은 성인이 돼 경제활동을 하게 될 내 아이들에게, 그리고 버티며 배우고 있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편지다. 투자책은 많지만 이 책이 누군가의 흔들리는 마음을 조용히 안아주는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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