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쌍쌍바 Nov 28. 2023

개성있게 살아라

“싫어! 짝짝이 싫어”


왼쪽 오른쪽 서로 다른 양말을 내밀자 보낸 7살 아들의 반응이었다.


“나 학교 안갈거야!”


아이는 완강했다.

그동안 주는대로 입고 먹고 보고 놀던, 순한 아이였는데 그날만큼은 전혀 다른 아이였다.

내 기억에 처음 느껴보는 아들의 고집이었다.


아이가 7살 때, 2년정도 해외에 살았었는데 그때 영국제 국제학교를 다닌적이 있다.

그날은 ‘Odd Socks Day’

전교생이 짝짝이 양말을 신고 등교하는 날이다. 

영국에서 매년 행해지는 이벤트로 취지는 따돌림, 왕따 방지를 위한 캠페인이다.


어느 집단에나 약간씩 튀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모두가 짝짝이 양말을 신고 옴으로써 ‘다같이 유별난 사람’이 되어 보는 것,

각자의 개성대로 양쪽이 다른 양말을 신고 온 학생들은 ‘이상함이 아닌 다양함’의 눈으로 상대를 포용하고 받아들인다. 나와 다른 점을 가졌다고 해서 그 상대가 결코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이것이 Odd Socks Day가 생긴 목적이다.



그런 깊은 뜻을 7살 아들이 이해할리가 없다.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등교거부는 해제되지 않았고 설득이 안되는 그 상황이 슬슬 짜증이 났다.


“왜 싫어?”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

“친구들 다 짝짝이 양말 신고 오는 날이야. 너만 그런거 아니야”

“그래도 싫어. 학교 끝나면 이렇게 신고 마트도 갈거잖아, 다 쳐다볼거야 이상한 애라고”




얼마 뒤, ‘Book Week’ 라는 학교 행사에서도 아이는 비슷한 등교거부를 했다.

가장 좋아하는 책 속 캐릭터의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학교에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날도 ‘Dog man’ 주인공으로 꾸며진 자신의 모습에서 거부반응을 보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캐릭터인데…


확실했다. 아이는 타인의 시선을 벌써부터 두려워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6년을 사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내 눈에는 그저 7살 어린 아이인데, 그 조그마한 머릿속에 벌써부터 그런 생각이 자리 잡히다니 말이다.



“안갈게 마트. 학교 끝나면 바로 집으로 들어올게”


설득에 설득을 곱해 애원까지 더해서 결국 등교를 했다. 학교 주차장에서 교실까지 가는길에 아이는 내 두손을 꼬옥 잡았다. 자꾸 자신의 짝짝이 양말로 시선을 떨구었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아들의 행동에 내 마음은 편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딱, 나구나….

내가 나를 낳았구나.

아들아, 그런 인생 좀 피곤한데… 후회되던데…




김영하 작가는 한때 대학에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창조해보는 수업을 한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만들어온 인물들이 대체로 모호해서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요’ 라는 식의 평범한 OOO이라고 대답한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했다.


그럼 김영하 작가는 “평범한 회사원? 그런 인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에 뜨끔했다.

그렇다. 나도 남들 눈에 이상하게 비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닐 수도 있다.


예를들면 이런 것들?


반으로 갈린 수박을 보면 징그러워서 소름이 끼친다.

팝콘 냄새를 맡으면 토할 것 처럼 두통이 생긴다. 극장에 자주 가지 않는 이유다.

하루에도 몇번씩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다시 왼쪽으로 가르마를 수시로 바꾼다. 그러면 마음이 안정이 된다.

해이다못해 구멍이 난 팬티를 사랑한다. 제 아무리 유명브랜드 팬티를 가져다 준대도 바꾸지 않을 정도랄까.

성향이 맞지 않는 상대일지라도 나를 그에게 맞추려 애를 쓰다가 지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채도 높은 옷을 좋아하지만 정작 무채색 패션으로 마무리 한다.

혼잣말을 자주 한다.


이런 나를 이상하게 볼까봐 남 의식을 꽤나 한다.

짝짝이 양말에 칭얼대는 7살 아들에게 나는 할말이 없는 어른이다.

나는 과연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사람일까.



남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어떠했나?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상대의 그 점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개성이고 캐릭터인 것을 ‘쟤 이상해’ 라고 치부해 버리고 더이상 그와 가까워질 생각 보다 멀어질 마음이 앞섰던 건 아닌가?



어느새 정수리에 냄새가 나기 시작한 초등 고학년이 된 아들은 여전히 남의 시선에 예민한 아이다.

일상에서 선택의 기준 대부분이 튀지 않는 것들이거나 친구들이 하는 것이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고 설사 찾았다 한들 드러내지 않을 것 처럼 보인다.


마주앉아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한마디.


“개성있게 살아 아들!”


아들은 ‘갑자기 뭔 소리?’ 하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런 아들의 표정에 이 노래로 답하고 싶다.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내 개성에 사는 이 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 봐요.



작가의 이전글 어학원 꼴찌 학생, 번아웃과 이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