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요크를 향하여!
한국음식을 먹지 않고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비상용 불닭볶음면을 하나 개봉했다. 매운맛이 몸에 투약되니 살아나는 느낌이 육신 곳곳에서 느껴졌다. 옆 테이블에는 핀란드에서 온 고등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내 사발면을 보더니 단번에 한국인이냐고 묻더라... 그중에 아름다운 백인 여고생(안야 테일러 조이닮음)이 나에게 추파를 던지는 듯한 눈길을 보냈지만 나는 멋진 어른이기 때문에 그 추파를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시 내 나이가 37살이 아니라 20살이었다면 당장에 이메일을 교환했을 테지만 말이다.
요크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킹스크로스 역으로 왔다. 영국은 철도가 민영회사이기 때문에 운영 방법이 낯설었다. 기차표를 미리 예약을 하면 비교적 저렴하거나 합리적이었지만 당일 날 기차표를 구매하려니까 한국돈으로 15만 원 정도를 내야 했다. 런던에서 출발하여 요크까지 2시간 30분 거리를 말이다. 예상치 못하게 출혈이 커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온 킹스크로스 역이라고 하더라. 난 평소 해리포터 문학을 세서미 스트리트나 토마스 트레인보다 하급으로 여기기 때문에 별로 큰 감흥은 없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책 하나 잘 써서 대박을 터뜨린 죠앤 아주머니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자가 되었다. 나의 글들도 그런 인정을 받을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돈 150,000원가량을 지불하고 기차에 올라탔다. 도심을 벗어날 즈음 처음 본 것은 아스날 구장이었다. 평소 티브이에서나 보던 아스날 구장을 눈앞에서 보니 신기했다. 전날 아스날이 경기를 어떤 팀한테 졌는데
술에 취한 아스날 팬들이 침통해하며 버킹엄 궁전을 배회하던 생각이 났다. 아스날은 군수공장을 기초로 하는 구단이라고 들었다. 2003년 시즌 이후로 우승이 없는데 옛날의 황금기 시절의 멤버들을 생각하면 진짜 대단한 스쿼드였음을 자랑한다.
드디어 요크에 도착했다. 오면서 창밖을 보니 목장 위에 양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전형적인 영국의 전원의 그림이었다. 만족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우리나라 기차처럼 안에서 카트를 끌고 간식을 파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스텔라 맥주를 한 캔 사 먹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나름 신앙이 독실할 때라서 참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엄청 후회스럽다. 요크는 한국으로 치면 경주 같은 곳이라고 영국인 친구가 그랬다. 요크를 내가 방문한 이유는 그 친구의 고향이 이곳이었고 우리는 한국에서 친형제처럼 지냈었기 때문이다. 같이 목욕탕도 같이 가고 음식도 해 먹고 그랬었다. 2015년 손흥민이 EPL에 갈 당시, 그리 후한 평가는 주지 않더라! 다른 나라 리그에서 성공하더라도 영국리그에 와서 죽을 쑨 선수들이 많다며 좀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렇지만 어떤가? 결국 우리 손흥민 선수는 득점왕까지 해내고 말았다.
바이킹들이 영국에 침략해서 여러 문화가 섞인 곳이 요크라고 했다. 그리고 요크에는 영국의 자랑인 요크민스터가 있었다. 제임스라는 내 친구도 여러 나라에서 대성당들을 봤지만 객관적으로 요크민스터가 가장 멋지다고 했다. 물론 편파적인 평가인걸 알고 있지만 내심 그 모습이 어떨는지 상당히 궁금했다.
요크민스터의 입구였다. 꼭대기에는 잉글랜드 국기가 휘날렸고 주위는 한산하고 조용했다. 들어가서 구경을 하려면 18,000원가량을 지불해야 했고 옥상에 올라가려면 7,000원 정도를 더 지불해야 했다. 긴 시간 기독교의 시대가 유럽에 지속되면서 한편으로는 밝은 면만 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저런 건물을 짓기 위해 동원된 평민들이 얼마나 많은 정신적 육체적 금전적 수탈을 당했을까 생각했다. 기독교의 무지한 이해가 교회를 상업화시키고 정작 예수님이 주고자 하셨던 믿음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만들었던 수많은 성직자들 말이다. 중세의 성직자들의 초상화를 보면 얼굴이 발그레한 것이 살이 피둥피둥 쪄있다. 평민들과 농도들의 고혈을 자기 몸에 채운 결과였겠지....
요크민스터 내부, 주일에 예배가 있고 수요일 저녁에는 성가대가 합창을 한다. 관광객들을 위한 합창이라고 들었다.
솔직히 이 유리창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도대체 사람이 이걸 어찌 만들었지?라는 감탄 때문이다. 인간의 거룩과 하나님의 거룩 그것에는 어떠한 간극이 있을까? 인간이 하나님의 거룩을 많이 오해한 것은 아닐까? 여호와 하나님이 사람이 되어 이 땅에 누추한 곳에 아기 예수로 오셨는데 말씀 그 자체인 분이 낮고 낮은 곳 그리고 비참하고 누추함을 겪을 것을 거룩이라 할진대 사람이 하나님을 향한 거룩은 많은 오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붕 쪽 모습, 장엄하지 않은가? 갑자기 마이클 리가 되어 대성당들의 시대를 부르고 싶었다.)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시킨 콘스탄틴 대제)
민스터 꼭대기에서 본 요크의 전경이다.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그리고 요크에서는 왠지 모르게 초콜릿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그리고 숙소에서는 코가 냄새가 가득하도록 났다. 이유인 즉, 네슬레 공장이 요크에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제임스의 할머니는 2차 대전 때 네슬레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을 하셨다고 했다. 당시 내가 요크를 방문했을 때 제임스는 선생님이 되는 과정을 준비 중이라 엄청 바빠서 당일에는 나를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날 만나기로 했다.
영국은 홍차의 나라가 아니던가? 나도 한잔 마셨다. 초콜릿케이크에 홍차를 마시니 마음이 넉넉해졌다. 이건 여담인데 요크에서 한국인 관광객 몇 명을 만났었다. 나는 며칠 동안 한국말을 못 해 말을 섞을 사람을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그래서 활기찬 마음으로 다가갔더니 태도가 너는 네 갈길 가라는 냉소적인 태도였다. 그래서 물었다.
"투표하고 오셨어요?"
"아니요..."
한방 먹였다. 물론 그 여자는 외모도 아름답지 않았고 뭐 살면서 따뜻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그랬겠지... 근데 다른 한국인 여성은 무지 반갑게 대화를 받아줬고 웃는 모습도 밝았다. 당연히 외모도 뛰어났다.
역시 예쁜 여자가 마음도 착하다. 그렇게 기분 좋게 또 하루를 마감했다. 요크는 상점들이 꽤나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나도 얼른 숙소로 돌아갔다. 호스텔 사장님은 엄청 친절하셨고 나에게 나무에 있는 새집을 보여 주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5살 남짓한 그 사장님의 딸과 대화도 했다.
"꿈이 뭐니?"
하고 물었더니 아이가 그랬다.
"모델이요!"
그렇게 요크에서의 첫날이 저물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망할 잉글랜드 훌리건들이 저 국기를 독일 위인 동상에 망토를 메어놨던 기억이 난다.)
(괜찮으시다면.. 댓글 한 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