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
런던에서 3일째 아침이 밝았다. 일요일 즉, 주일 아침이었고 한인 교회까지는 너무 멀어 성공회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사우스 켄싱턴에 위치한 숙소에서 5분 거리에 교회가 있었다. 이름하여 성 스테판 교회!
설레는 마음으로 교회로 향했다. 영국에서 기독교도들이 많이 사라져 간다고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럽전역에서 기독교가 쇠퇴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절망에 집중하고 낙망에 집중하고 있고 그로 인해 경각심만을 앞세우려는 기독교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하나님은 바알에게 무릎 끓지 않고 입 맞추지 아니한 칠천을 반드시 그분의 은혜로 남겨두신다.
예상대로 교회는 매우 컸지만 예배에 참석하는 인원은 20명 남짓이었다. 그래도 난 절망의 마음을 품지 않았다. 이러한 풍요 속에도 믿음을 버리지 않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 큰 희망이 되었다.
예배가 진행되면서 담당 목회를 하시는 신부님은 나이가 연로하셨고 옆에서 돕는 부제(?)라고 해야 하나? 그 청년은 매우 어렸다. 성가대는 따로 없어서 4인의 중창단이 특송을 했고 그날의 설교 내용은 사도행전 17장 31절이었던 거로 기억이 된다. 성공회의 탄생은 영국이 가톨릭과 정치적으로 갈라서면서 탄생한 종교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잉글랜드의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성공회라고 들었다. 예배는 상당히 준엄하게 진행되었고 예배 말미에는 성찬식도 진행되었다.
(입구는 매우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사우스 켄싱턴 부촌의 거리다. 딱 봐도 부자들만 살 것 같지 않은가? 왠지 누군가 문을 열고 나오면 남자는 휴 그랜트일 것 같고 여자는 줄리아 로버츠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팅힐에서 결혼한 그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 것이라는 나의 상상력이 작용되었다. 직접 방문은 해보지 않았지만 솔직히 용기 내서 들어가 보고 싶었다. 방은 몇 개인지 카펫은 어떤지 그리고 어떤 향기가 나고 가족들은 얼마나 화목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영화적 배경을 상상하곤 했다.
여왕님이 하늘나라 가시기 전 머물던 버킹엄 궁이다. 근위병들이 근무를 서고 있었고 여행객들로 상당히 붐볐던 거로 기억이 된다. 여왕님이 진짜 장수를 하시긴 했다. 여차하면 아들 찰스는 왕도 못해보고 하늘나라를 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시기에 입헌군주제라는 것이 좀 웃기기도 하지만 영국인들은 매년 여왕의 신년사를 듣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
(근무 중인 근위병, 비비탄 총으로 쏴보고 싶다. 그래도 부동자세를 취할는지...)
발걸음을 옮겨 트라팔가 광장으로 향했다. 저곳은 영화에 종종 나오는 장소 같았다. 근데 저 실내에는 누가 살거나 혹은 안에서 집무를 보려나?
넬슨제독의 동상이다. 잉글랜드인의 자부심 그 자체! 군인의 참모습! 장애의 모습 그대로 동상에 구현한 것이 참 인상 깊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의 하반신 마비를 숨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부족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는 것이 멋있었다.
돈 주고 들어가는 박물관은 가지 않았고 무료 박물관을 이용했다. 그리고 무료라고 해서 퀄리티가 낮거나 형편없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다. 세계 유명화가들의 그림이 즐비했다. 고흐 마네 드가 르누아르 고갱 공짜로 전부 그들의 그림을 보았다.
이것은 고흐의 '해바라기' 이걸 살면서 눈앞에서 볼 줄은 몰랐다. 돌아가신 고흐 옹에게는 미안하지만 저거 한 점만 소유하고 있으면 내 인생은 상당히 유복해질 텐데 말이다.
하이드 파크를 마지막으로 하루 일정을 끝냈다. 봄날의 햇살을 맞으면서 이 시간이 오래되길 빌고 또 빌었다. 이 시간이 끝나면 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고객님들의 온갖 갑질을 견뎌야 했고 직업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지 못한 탓에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는 삶을 절절히 살았기에 그날 제이드 파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멋진 유학생으로 혹은 부잣집 자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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