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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Mar 17. 2024

2017년 영국 유랑기(3)

발걸음이 닿는 대로 걸어보자!

런던의 노가다 현장이다. 삶의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러한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건설노동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영화 빌리 엘리엇을 보는 듯하고 말이다. 발길이 닿는 대로 길을 걸었다. 영국의 대표음식 피시 앤 칩스를 하나 사 먹고 콜라를 마신 뒤, 무작정 걸었다.

어떤 성이라고 했는데 이름을 잘 모르겠다. 타워브리지 근처에 있었고 런던 아이 근처에 있었다. 저기도 분명 입장하려면 돈을 내야 했기에 당연히 안 갔다.

이 건물은 자연사 박물관인가? 그랬다. 내가 숙소로 정한 곳이 사우스 켄싱턴이라는 곳이었고 런던에서도 상당한 부촌이라고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둘러보면 집들이 상당히 비싸보였다. 전에 얼핏 듣기로는 영국의 부자들은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고 하더라.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아파트에 산다고 그랬다. 그래서 영화 킹스맨의 에그시의 집이 아파트라고 하더라. 이런 상상을 해본다. 저 건물 앞에서 나는 정장을 빼입고 서있고 접선할 요원을 기다린다. 그는 MI6의 Q요원이다. 나는 003 정도 되는 아시아 및 러시아 담당 요원이고 말이다. 그에게 발터 PPK 한정과 오메가 시계 그리고 애스턴 마틴 한대를 인수받는다. 그리고 러시아 인근의 공산국가(!)와 그 나라를 협력하는 나라들을 일망타진하고 오늘날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망할 그놈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평화가 멋지게 찾아오는 것이다!

(무슨 은행 같았는데 뭐였는지는 자세히 모르겠다.)

영국에서는 어디서고 유니언 잭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 스코틀랜드 친구이야기인데 그 친구는 잉글랜드를 정말 싫어했고 유니언 잭이라는 깃발 또한 매우 싫어했다. 더 나아가 브릿팝이 아니라 스콧팝이라는 말을 사용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Travis라는 스코틀랜드의 밴드를 그렇게 불렀다가 내가 한소리를 듣고만 것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 국기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가 합쳐진 국기다. 그 땅덩어리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충돌과 전쟁 갈등이 있었는데 그들 나름대로의 원만한 합의가 저 국기를 탄생시켰다. 나도 주머니 사정이 좀 넉넉했다면 저런 호텔이 머물렀겠지만 나는 무조건 도미토리였다. 도미토리의 매력은 아무래도 전 세게의 남녀가 한 공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자유가 아니었나? 싶었다. 

많은 나라 사람들을 만났다. 독일 러시아 폴란드 이집트 등등 말이다. 맞다! 호스텔의 세탁물을 관리하는 분은 가나사람이었다.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된 것인데 사회적 직군이 좀 낮은 곳에 위치한 직업들은 대대분 이민자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지하철 청소라든가 마트의 점원 그리고 호스텔의 데스크와 요리하는 직원들 얄제리와 모로코 볼리비아 등등의 청년들이 인건비가 높은 영국으로 넘어와 그들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곳이 로열 알버트 홀로 가는 길이었다. 듣기로는 예전에 저기서 오페라의 유령도 공연하고 그랬었다는데 내가 구경하러 간 날은 토니 베넷 할아버지가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물론 표를 예매하지 못해서 내부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건물을 보면 정말 오래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머 저 황금인간이 알버트라는 사람일 거다. 그렇게 런던에서의 둘째 날이 저물어 갔다. 한식당을 찾아보았지만 거리가 멀어서 그냥 스파게티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고 밤에는 웬만해서는 돌아다니지 않았다. 나름 부촌이라 치안이 안전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외국에서는 몸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해가 지면 나는 숙소로 돌아와 안전을 취했다. 숙소 근처에 작은 예쁜 바가 있었는데 큰 마음먹고 위스키나 한잔 맛볼걸 그랬나 보다. 007처럼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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