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의 자리
스코틀랜드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위스키, 백 파이프, 본드 중령 이렇게 떠오른다. 나 개인적으로 말이다.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인 킬트를 입고 백 파이프를 불며 행진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졌다. 참고로 킬트라는 저 전통의상은 안에 속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더라. 그냥 노팬티로 다녀야 한다고...
에든버러 성을 구경하고 내려가는 길에 있는 가정집을 찍어봤다. 월세는 한 달에 얼마나 할까? 내가 취업비자를 받아서 이곳으로 오고 마켓 같은 데서 일하면서 저런 곳의 월세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카야 스코델라리오 같은 여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거다. 나의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에 빠져 그녀는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망상을 하니 참 재미있었다. 햇빛이 잘 드는 가정집을 보니 화목한 가정에 행복이 동행하며 같이 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 안에서 창밖으로 내다보면 기분이 어떨까?
월터 스콧 타워 정면 사진이다. 친구들의 돈을 들고 도망갔던 마크 랜튼이 다시 에든버러로 돌아와 줄 것 만같은 오후였다.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마크 렌튼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그다지 변하지 않은 도시를 바라보는 거지...
Arthur's Seat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언뜻 보면 제주도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저곳의 명소라기에 칼튼힐을 가기보다 죽도록 걸어서 방문을 했다. 언뜻 걷는 중간에 부유한 자들의 집이 보이기도 했는데 정말 저택이라는 표현이 맞더라.
이곳에 갔더니 트럭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기분 좋게 하나 사 먹고 산을 올랐다. 보는 것처럼 엄청 크고 제법 높았다. 군 전역 이후로 다시는 산 같은 곳은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이역만리 타향까지 와서 단내가 나도록 오르고 또 올랐다.
산에서 바라본 에든버러의 전경이다. 이렇게 평화롭고 잔잔할 수가 있나!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음의 수고도 내려놓고 짐도 다 내려놓고 그냥 바라만 보았다. 그래 그렇게 해서 마음의 짐이 내려놔지면 좋으련만 잘 내려놔지지 않더라...
산세가 제법 험하다. 이런 데서 아디다스 광고를 찍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난 못 달린다. 죽어도...
저쪽을 유심히 보면 바리케이드가 없다. 그래서 저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바람이 불어 추락해서 사망하는 사고가 일 년에 몇 번씩 난다고 했다. 그래서 난 벼랑 근처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지 않으니까 자연경관이 더 멋있는 느낌은 있었다. 뭐랄까! 자유와 항쟁의 땅 그 자체를 저 암벽이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따뜻한 봄볕에 주무시는 스코틀랜드 할아버지! 말을 몇 마디 걸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곤히 주무셔서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모진 세월을 멋지게 다 살아내셨기에 저렇게 평일날 벤치에 앉아 주무시는 여유를 이제는 즐기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날 봄볕은 정말 포근하고 따스했다.
에든버러성에서 나오면 바로 볼 수 있는 건물이다. 처음에는 교회인 것 같았는데 내부가 아마 상점 같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 같다. 에든버러 숙소에서 어느 저녁은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밤 10시였는데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더라. 마음에 드는 록음악을 하나 들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야간이었다. 가정들의 응접실에는 무드등 같은 것들이 켜져 있었고 펍에서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날이 저물고 나의 영국여행도 마지막을 다하고 있었다. 얼른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아직 완전한 성인이 되지 않았던 시절... 걸어서 세계 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언젠가 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반드시 가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난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다음 에필로그에 계속-
(댓글을 달아주면 고맙지만 안 달아주면 삐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