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웠던 여행
이제 여행의 마지막이다. 에든버러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비행 하루 전 런던으로 돌아왔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에든버러에 하루 더 있다가 오후 비행기인지라 당일에 내려와도 상관은 없었는데 쫄보인 내가 미리 내려오고 만 것이다. 안 그랬으면 여유롭고 아름다운 에든버러의 전경을 더 마음껏 관람하는 건데 말이다.
잘 있어! 월터 아저씨! 다음 생에 태어나면 잘 먹고살겠다고 잉글랜드에 붙어사는 내용의 소설은 쓰지 말아요.
숙소에서 보이는 옆집을 몰래 촬영해 보았다. 뭐랄까? 넉넉해 보인다고나 할까? 나도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과 함께 저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커피도 한잔하고 말이다.
다시 돌아온 런던이다. 역시 번화하다. 기분 좋게 축구티를 사는 매장으로 가서 아일랜드 축구팀 셔츠를 샀다. 물론 사고 싶은 팀들이 아주 많았다. 그렇지만 가난한 방랑자인 나는 경제적 이도록 한 장만 샀다. 물론 아디다스의 스코틀랜드 대표팀과 바르셀로나를 구매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이게 오이스터 카드라고 교통카드다. 카드 실물을 대여한 뒤, 충전을 해서 다닌다. 영국은 교통비가 좀 더 비싸다. 전동차 내부가 고장이 나거나 그래도 고치지를 않는다. 안 고쳐도 다들 이용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것을 반납하고 잔액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저녁이었고 나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야간 비행을 할 수 있을는지도 몰랐다.
이제 저 비행기를 타고 긴 시간을 날아서 다시 한국으로 간다. 나는 사회적 높은 지위의 직업을 갖지 못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왠지 영국 여행의 기간 동안은 나도 높은 사회적 지위의 사람 같다는 으쓱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다시 직장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게 되면 고객들의 하대와 불친절을 겪으며 목에 풀칠이나 할만한 급여를 받으며 만족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불평을 하지 않고 감사를 잊지 않는다. 불교에서 말하길 인간계도 지옥중 하나라고 말하더라. 평생이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 차 살아 있는 내내 고통받는 말이다.
좋은 것을 가지지 못했을 때는 자신의 삶에서 만족과 감사를 얼른 찾는 것이 지혜인 것 같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동끼호떼에서 동끼호테의 종복인 산초 판자의 말이 "저 하늘에 있는 독수리보다 내 손안에 있는 참새가 더욱 귀하다."는 이야기...
이제 다시 비행기를 탄다. 야간 비행이다. 어렸을 적 밤하늘에 날아가는 항공기를 보며 해가 지고 어두운 밤 나도 어딘가로 반드시 떠나리라고 다짐했던 소원을 나는 이루고 말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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