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도주
그러니까...
1998년 고등학교 2학년 생일 때 들은 이야기로 기억돼...
사촌동생이 초등학생이었어... 나도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그 애 또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단 말이야...
당시 나의 사촌동생은 8살이었는데 아무래도 행색이 초라한 어린이다 보니 학급에서도 행색이 초라하거나 가난한 아이들을 친구 삼을 수밖에 없었단 말이지... 결손가정도 있고 나의 사촌동생처럼 조손가정도 있고 그랬어...
어느 날은 어두운 얼굴로 친구이야기를 해주더라고...
다들 초등학교 다녀봐서 알지만 어른들이 눈치채는 거보다 아이들이 욕을 빨리 배우잖아? 어른들 이상의 욕을 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고 그랬지...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부모를 보면 어른이긴 하지만 미성숙한 상태에서 준비되지 않은 채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경제력이 없다던가... 아님 성격에 결함이 있다던가...아니면 둘 중 한 명이 삶이 고달파서 도피적으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시대였지...
그런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가정에서 안락함을 누리지 못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뭘까? 바로 불안이야... 그리고 분노! 우리 부모가 나를 보호할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영악해지고 거칠어질 수밖에 없어... 그리고 본심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러면 인생 비참해지는 거야!
사촌동생의 친구들은 대부분 그런 아이들이었어! 어른의 역할도 못하는 사람들이 부모까지 되었으니 아이들에게는 삶이 생지옥 그 자체인거지... 아직도 난 기억해... 8살 먹은 사촌동생의 어두운 표정을 말이다... 친구 중에 엄마가 사촌동생 친구랑 아빠를 버리고 도망간 친구가 있었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더라고!
"오빠 내 친구 중에 친구랑 걔네 아빠 버리고 도망간 엄마가 있는데 친구 아빠가 앞으로 엄마를 부를 땐, '미친년'이라고 부르라고 시켰대... 그렇게 안 부르면 걔네 아빠가 때려서 걔는 엄마를 '미친년'이라고 불러!"
나도 순탄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지만 충격이 참 컸어... 한 때는 사랑했던 사람이 증오의 대상으로 변해서 그분을 풀지 못해 자식에게까지 난도질하는 그 소식을 들으면서 사랑의 극단의 반대편에는 증오가 있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이가 자기 엄마를 미친년이라고 부를 때마다 아이는 가슴이 찢기는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거야! 그렇지? 그리고 나는 계속 커가고 자라면서 그리고 어른이 되면서부터 누구를 많이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애쓰지도 않고... 조금만 좋아하는 거지... 죽을 만큼 좋아했는데 내가 싫어 날 떠나 버리면 나 또한 그런 증오를
갖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
그냥 이런 어두운 학습을 하지 못하도록...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 아니... 거기까지는 아니어도 가정의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가정에만 태어났어도 내가 이런 어두운 학습은 안 했지 않았을까? 싶어...
다들 어때? 나의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