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드라마와

끊임없는 반성 기록

by 소원 이의정

요즘은 시간 나는 대로 로맨스 웹소설, 웹툰,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다. 혹시라도 메마를 수 있는 달달한 로맨스의 향기를 느끼기 위해 최대한 마음을 담아 챙겨본다. 그리고 나름 나만의 장르가 있다. 잔잔하면서 현실적인 로맨스 드라마다. '서른아홉', '사랑이라 말해요', '종이달' 그리고 박보검이 나오는 '청춘기록'이란 드라마를 봤다. 유독 '청춘기록' 드라마가 나에게 그리움을 안겨준 것은 등장인물들이 방송과 관련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와 사귈 당시 나는 방송 PD였다. 해외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출장도 많았고 편집에 들어가면 밤샘하는 일이 많았다. 보고 싶은 사람이 찾아오기 마련이었고 우리 집에 들러 속옷까지 챙겨다 주던 그였다.

어느 추운 겨울에는 생일도 잊고 야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 엄마가 챙겨준 속옷과 미역국을 들고 회사 앞으로 왔고 차 안에서 초를 올려놓은 예쁜 케잌을 꺼내 불을 붙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12월의 매서운 추위 때문에 길에서 오래 서 있지도 못했다. 이것저것 챙겨줄 것도 많았던 그는 참 아기자기하게 세심한 남자였다. 그렇게 다정하게 한결같이 나만 바라보는 집사 같았다.


해외 출장은 보통 10일 이상이었고 난 거의 전화를 하지 않았다. 바쁘기도 했지만 사실은 못된 아이였던 것이다. 받기만 했던 그 커다란 사랑에 중독되어 세상 두려운 것 없는 바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청춘기록'의 두 남녀는 20대 후반이라는 나이 설정이 나의 그때와도 같았으면서 어쩜 그렇게들 서로에 대한 생각이 깊었을까? 너무 예쁜 사랑을 하는 연인이었다. 극 중 박보검과 박소담이 나누는 대화는 사랑스럽고 애틋하고 깊이가 있었다. 철딱서니 없고 미친 망나니 같았던 나에 비하면 오가는 대화마다 반성하게 됐다. 진정 서로를 아끼는 연애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정석을 보여주는 두 사람이 아름다웠다.


안정화(박소담) : 사랑해서 얻은 수많은 감정과 인생에 대한 성찰, 그거 네가 나한테 준거야. 그거면 돼.
사해준(박보검) : 너한테 아름답게 기억되고 싶어. 기억해 줘. 우리가 함께 했던 모든 시간.


사랑해서 얻은 거만하고 오만한 자세! 나는 너로부터 얻은 수많은 감정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 넌 주기만 하고 난 받기만 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은 나 자신을 알았다. 그는 나에게 아름답게 기억되었는데 난 그의 기억 속에 지우고 싶은 상처가 아닐까?


오늘도 그리움이라 말하고 미안하다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