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 요. ep.0
전쟁 같은 월-금의 시간이 끝나고,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부스스 일어나 눈을 뜨면 우리집 반려고양이 찌개도 나를 따라 화들짝 눈을 뜬다. 그래도 주말인데, 조금 더 빈둥거리고 싶다. 찌개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고는 다시 눈을 감아보지만 얼마 못 가 다시 눈을 뜬다. 토요일은 요가원에 가야하는 날이다.
가기 전에 씻고, 밥도 먹고, 청소도 해야하는데.. 약간의 늦잠을 자다 보면 셋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가만있자, 네 시간 동안의 요가 수업을 버티려면 밥은 무조건 챙겨 먹어야 하니까… 요가하면 땀나니까 샤워도 해야하는데.. 그럼 청소를 포기하자! 그렇게 아침밥을 차려 먹고, 씻고 나오면 이미 늦었다.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며 헐레벌떡 집을 나선다. 분주하게 요가원으로 향하는 내 모습을 찌개는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다.
요가원에 다닌지 1년이 지났다. 원래는 평일 저녁 시간대 수업을 들었지만, 회사에 다니고 요가원과 멀리 떨어진 집으로 이사를 가고 나서는 주말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 뒤로 매주 토요일, 나는 전철을 타고 50분을 가야 도착하는 요가원에서 요가 수업을 듣는다. 왕복 두 시간의 먼 거리를 오가야 하지만, 내게 토요일은 일주일 중 제일 기다려지는 날일 정도로 요가원에 가는 게 즐겁다.
요가원에는 요가쌤 수와, 나와 같이 요가 수업을 듣는 동료(?) 둘이 있다. 희와 영이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수가 내려준 근사한 커피를 마시며 지난 한 주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수의 리드에 맞춰 요가 수련을 한다. 수련이 끝나고 나면 수가 미리 사온 김밥을 먹거나, 서로가 가져온 빵과 과일 등의 간식을 먹으며 수업을 마무리한다. 그러고는 한 주간 잘 살아내고, 다음주에 만나기로 약속하며 헤어진다.
우리는 서로가 그동안 어떤 삶을 겪어왔는지, 요가원 밖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한 번도 본 적 없다. 그저 정해진 수업 시간에만 만날 뿐이다. 서로에게 필요한 만큼만 관심 있고, 그 외에는 관심 없다. 적당한 거리감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 신기하게 좋다. 어떤 애인 혹은 친구와도 느껴본 적 없는 애정이 이 관계에 있다. 조금은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가까운, 요가원 사람들과 쉴새없이 입을 굴리고 몸을 굴리는 모든 수련의 시간을 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