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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쓰기로 마음먹었나?
그리고 앞으로 남길 이야기들

기록하지 않으면 잊힌다

by Alpha JW

정말 감사하게도 지난 3~4년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았다.

"그냥 좋았다"라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기억들이고 분명 글로 남기고 공유를 하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경험이라고 믿기에 감히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연말에 쉬면서 한 해를 정리를 해봤다. 나이는 들어가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수록 잘 익어가는 와인처럼 매년 썩지 않고 성숙해져 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자뻑일 수도 있지만 감사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잘 성숙한다는 느낌이 들까 반추해 보니 8할 정도는 너무나 좋은 경험을 통해서 삶의 지경이 넓어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가 깊어지고 다양성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삶의 근육이 생겨서가 아닐까?

그럼 구체적으로 왜 글쓰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적어보겠다.


1.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익히 많이들 알고 있는 말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작게는 기록하지 않으면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 크게 보면 기록되지 않는 인생은 후세에도 잊혀진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은 젊은 시절 좋아했던 가수의 죽음을 생각할 때 좀 더 뚜렷이 나에게 다가온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전람회를 좋아했다. 대학가요제에서 "꿈속에서"를 듣는 순간 저 형님들은 우승이라는 직감을 했고 그 이후로 팬이 되었다. 팬심에 그들과 동문이 되고 싶어서 대학 진학을 했고 비슷한 음악의 길을 맛보기 위해 1, 2학년 때는 남성합창단 동아리 활동도 했다. 그중 서동욱은 학교와 그리고 나중에 내가 이직을 했던 맥킨지에서 전설적인 존재였다. 직접 같이 일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가 떠난 후에 팬심으로서 그리고 비슷한 커리어의 궤적을 걸어왔던 선배를 추모하는 마음에 그의 음악을 잠잠히 듣게 되었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썼던 감수성 넘치면서 뭔가 철학적인 가사는 그의 세상에서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듣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 이후 그가 아들을 위해 만든 이메일에 고인이 된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메일로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노래와 글을 계속 남아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그의 아들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어 가는 것이 참 부러웠다.

그러면서 나도 뭔가 나의 경험을 남기고 싶고 자녀들과 후배들에게 미천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미숙한 "라떼는 말이야" 스토리가 아닌 뭔가 삶에서 응축이 되어서 나오는 진한 콩물과 같은 이야기들을 조금씩 남기고 싶어졌다.

지난 3~4년 동안 베트남과 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오해를 했던 우리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들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가볍게 풀어낸다면 뭔가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구체적이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첫 번째는 최근 시작한 택시기사로서의 경험이다. 처음에는 사업에 도움이 되고자 주말마다 택시 운전을 했는데 요즘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리고 그들로부터 한국 사회의 맨살을 보는 것 같아서 계속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예전 홍세화 작가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처럼 한국의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나누고 싶다. 또 다른 하나는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베트남 친구들이 너무나 좋다. 가능하면 그들과 계속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베트남 및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내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 같이 일을 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가 된다면 점점 잊혀져가는 2.5년간의 베트남 생활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글로 정리하고 싶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의 유입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때에는 알짜배기 정보와 그 정보로부터 오는 금값은 교훈들이 쉽게 망각속으로 사장되어 간다. 이렇게 사장되었던 그리고 지금도 사장되었던 경험들이 너무나 아까워서 시간을 내어 조금씩 기록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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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를 추억하는 공간 Ground Zero]


2. 생각의 정리
글을 뱉으면 이상하게도 흩어졌던 생각들이 문장과 문단 아래로 알아서 오와 열을 맞추어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첫 번째 커리어에 대한 책도 사담에서 뱉었던 말들을 구글닥스에 한번 정리를 해봤고 이러한 글들이 모여져서 목차를 만들고 구조화를 시켜서 글을 정리하다 보니 나름 그럴싸한 책 형태로 출간이 되었다.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 너무나 많고 내 뇌 속 구천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리더십, 조직문화, 경쟁, 전략, 화이트 칼라의 종말, 한국 교육의 현실, 미래의 일자리, 운동과 정신건강, 은퇴 후의 삶 등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있고 각 생각들 밑에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여전히 뇌 속에서 떠들고 있는 듯하다.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뺄 생각들과 더할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글을 정리하면 뭔가 지저분했던 방안을 대청소를 한 듯한 뿌듯함과 깔끔함을 느낀다. 가끔은 너저분하게 흩어졌던 생각의 퍼즐들이 이리저리 맞춰지게 되는 것을 보면서 멋진 생각의 프레임워크와 나름대로의 개똥철학 이론이 나오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왜 글쓰기가 생각의 힘을 기르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과거에 여러 시험에서 글쓰기로 사람을 평가했는지 알 것 같다.

요즘 시대는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나 역시도 상대적으로 생각을 덜 하게 되는 것 같고 그동안 글을 쓰는 근육이 약해졌던 것도 글쓰기를 게을리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을 하더라도 깔끔하게 요약해 주는 쇼츠의 영향인지 스스로 요약하고 구조화하는 사고력이 점점 더 약해지는 것 같다. 점점 사고의 기능이 약해져서 무뇌충이 되어가기 전에 글쓰기라는 조그마한 덤벨을 들어본다. 언제 '3대에 500'치는 글쓰기가 나올까?


더 많은 이야기들은 아래 티스토리에 있습니다.
3. 다양한 삶
4. 본업을 위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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