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어투였다. 할 수 있는 게 책을 읽는 것 밖에 없었던 시기에 들은 말은 당황하게 했다. 그런데 생각이 많아지는 질문이었다. 맞다. 책과 어른과 성숙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책을 한 달에 30권 이상 읽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성숙한 사람으로 보는 경우는 어디에도 없고 그런 경우를 접하는 것도 어렵다. 오히려 때로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에게서 지적 허영심을 느낀 적이 흔했다. 많이 알고 있고 많이 읽었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태도도… 나는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가. 부끄러운 모습은 없는지 자문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책과 어른스러움, 성숙 사이에 그 어떤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럼 독서를 왜 하는 것인가, 무엇으로 읽기 전과 후를 구분해야 할까. 사회적 분위기는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을 제법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 성공하는 사람은 꼭 독서를 한다고 말한다. 독후감이나 서평, 책의 느낌을 SNS에서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통 알고리즘에는 매일 같이 책 영상과 사진 광고, 책으로 자기를 마케팅하는 게시물을 접한다. 온 세상이 책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각종 영상물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조용하게 손을 걷어붙이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나도 어쩌면 그 속에 포함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왜 책을 중요시하는 걸까? 왜 우리는 읽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여기에 대한 답을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읽는 사람이자 이제 쓰는 사람에 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독서란 단순히 텍스트를 보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잘 다져진 밭에서(물론 흉년인 밭도 있다) 구황작물인 고구마나 감자를 찾아 캐내듯, 글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평소 자신의 생각을 의식하고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셀 수 없는 오만가지 생각 속에서 실제로 의식하고 자각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단순하게 명료화되거나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증발된다. 그런데 읽는 것을 포함한 자신의 생각을 꺼내는 행위는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의식에 붙은 흙을 탈탈 털어 골라내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요리하듯 글로 창작을 한다. 이런 정신활동은 바쁜 일상에서는 거의 힘든 일이다. 그나마 독서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자신의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인지 자각할 수 있는 것은 삶을 깊고 넓게 살게 해주는 느낌에 가깝다. 선택과 행동에 신중할 수 있다. 작물을 키워 거둬들이고 요리를 하는 행위에 책 읽기를 비유하고 있듯, 다른 사람이 키운 작물을 구경하기도 한다. 만든 요리를 맛보기도 한다. 타인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른스럽고 성숙한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