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앎 Dec 06. 2023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퇴사 후에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한 곳에서 꾸준하게 일을 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노동의 강도가 몸에 버거워 그만둬야 했고(몸이 아파 상하고 있다는 공포감이 생겼을 정도였다.) 일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기 힘들었다. 


쉬는 동안 일을 하지 않으면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행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먹고살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과도 같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 존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부심이나 자존감 따위가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일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방법 중 또 하나일 것이라고 본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것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자리이든 아니든, 명예가 있고 없음을 떠나 그런 유무와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나에게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무언가 해내고 있다는 인정이 부재된 상태는 자신의 가치의 부재와 연관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 이것이 고민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런데 나에게는 이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 하던 일을 그만두고 혼란이 찾아왔었다. 새로 시작한 일에 정착하지 못해서도 이유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해온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혼란스러웠던 것은 정작 그 좋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으면 중압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잘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중압감, 강박…, 그로부터 해방이 필요하다. 


아무도 붙잡고 있지 않지만 묶여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편안함에 이르렀나.’ 

한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가 꽤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되었다. 닿을 수 있을까. 그곳에…



작가의 이전글 독서예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