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이야기
'길'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이다.
문학에서는 '상징적'인 시어 혹은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이러한 '길'의 의미가 누군가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온다는 점은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이다.
20대 초반 시절,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찍은 내 사진들 중에는
유독 '길' 사진들이 많다.
1. 우회전 금지
가지말라고 하면 더 가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 아니던가.
하지만 가지 말자고 사회적 약속, 합의가 있는 상황에서 간다면?
그건 개념없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 사회적 약속, 합의가 정답은 아니다. 가지말라고 하는 길을 갔을 때, 의외의 성공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많으니깐.
나는 지극히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굳이 모험을 찾아 떠나지 않는다.
10여년 전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 이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누군가 나에게 어떤 길로 가라고 안내해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았을까?
2. 기찻길
지금 당장 사진은 이거밖에 없지만, 기찻길 사진도 내가 좋아하는 사진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이 기찻길 사진에는 '가지마'라는 메시지가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나에게 하는 말인지, 내가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 생각해보게 하지 않았나 싶다.
기찻길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해진 길이 있고, 이 길 끝에 종착역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대학 졸업 후에 과연 나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절이니 말이다.
3. 자연 속 길
도시적인 길 사진이었던 앞 사진들과 달리 자연 속 숲길, 산속 길은 느낌부터 다르다.
이 길이 어떤 불안감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 안락함?을 줬던 거 같다.
이 길을 따라 걷고 싶어지는 마음이랄까?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편안함, 안락함을 바랬다는 거 자체가 당시의 나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이 결핍되어 있다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 사진 속 길은 지금도 딸래미와 함께 걷는 길이다.
10여년 전 혼자 혹은 누군가와 걷던 길인데, 지금은 가족들고 함께 걷고 있다니!
내일은 이 길을 다시 찾아가봐야겠다.
'길' 위에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있다.
그 길 위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지가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