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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Dec 17. 2024

근로 계약 해지의 도입부


"ㅁ팀장이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인데, ㄱ팀장이 있는 곳은 하와이야, 이러면 안돼"


지난 주 이 얘기를 듣고 어리둥절했다.

근면 성실을 모토로 살아온 나에게 참 모욕으로 여겨졌다.


하와이라니.. 참..


회사가 정글이라는 것이 다시 느껴졌다. 내가 도와줬던 ㅁ팀장은 내가 도와준 것에 대한 내색이 없었고, 내가 추진하는 신사업은 방향을 못잡고 있었다.


고민과 구상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 보이건만, 대표님은 탁상공론할 시간이 없다며 치고 나가야된다고 하셨다. 나에게 이것은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두르라는 말처럼 들렸다.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 투성이라고 불평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그동안의 내공(?)으로 이 상황을 곱씹어보니, 2가지가 추가로 보였다.


1. 나가라는 얘기였다.


사실 거의 한달간 이런 얘기를 들었다.

'속도가 느리다'

'책상에만 앉아있는다'

'전쟁이다 여긴'

방향이 보이지 않는 내게 이 말들은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어디다 총을 쏴야 될지, 어디를 봐야될지 몰랐다. 그래서 물어보면, 이게 문제라며, '나는 이미 이만큼 와있다. 팀장은 아직도 여기있다. 큰일이다'라고 답해주셨다. 나는 정말 그런줄 알았다. 그래서, 뭔가 조급했고 초조했다.

답답한 마음에 이해관계자 한분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 그랬더니 그분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나도 지금 뭘해야할지 모르겠다. 얘기를 좀 듣고 싶다 무슨 생각이신지' 라는 대답.

뭔가 이상했다.


근데 이쯤에서 의심을 해봤어야 되는 것 같다.

오늘 ㅁ팀장이 나에게 말해주었다. (ㅁ팀장은 좋은분이지만, 대표님의 심복이다 ㅎ)


'토, 일 없이 빡세게 일하는게 아니라면 안된다. 오후 7시까지 찔끔 일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도 토,일 없이 일할 수 있다. 뭘 할지 구체화되지 않아서 그런거다'


'그것도 대표님은 다르게 생각하신다. 안하고 있다고 생각하신다'


'...'



내가 할말이 없었다.

대표님 생각은 다르다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나 ㅎㅎㅎ

일하는 척 하는게 나는 더 싫은데.. 그리고 얘들은 누가보나...ㅜ

그렇다. 나는 오늘에서야 눈치를 챈 것이다.


2. 나는 그다지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사실 내 안에서 이미 마음은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회사의 시스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현황, 여건, 그리고 계속 말이 조금씩 바뀌는 대표님의 말씀.. 등등.

내가 가진 것을 쏟아부어야겠다라는 입사 다짐과는 다르게

지금은 나의 손실을 따져보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 결국은 내문제야'라고 내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충분히 근로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토,일, 평일 야근 강요는 이미 근로자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사업자로서의 마인드라니... 그럼 나중에 과실은 동업자였던것처럼 과연 나눌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신뢰가 이곳에서 사라졌고,

나의 신의를 다할 여지가 줄어든 것이다.



맺음말

좌절. 또는 나는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하지만, 나는 여기서 무너지지 않는다. ㅎㅎ


첫번 째, 그동안의 경력을 비추어 지금을 판단해볼 수 있다. 나는 이런 평가를 받아본 적이 전혀 없다. 전혀. 그래서 객관적으로 지금 상황에 대해 받아들이고, 찌그러질 생각이 전혀 없다. 설령, 이곳의 평가가 정확하다 하더라도, 내가 고쳐나가면 된다. 개선하면 된다. (꼰대가 되기 전 정신교육 받은거라 생각을 해도 될 거 같다)


두번 째, 나에게는 하나님이 줄로 재어주신 유업이 있다. 이 곳이 지나가는 곳이 될 지언정, 나는 여기서 좌절할 수 없다. 이곳이 나의 유업이 아닐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 (물론 따끔하게 들은 말들 중 내가 가져갈 부분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겠다) 나는 다시 도전할 것이다. ㅎ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여호와는 나의 산업과 나의 잔의 소득이시니 나의 분깃을 지키시나이다.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 (시편 16:5~6절)"



PS.

이 글을 쓴지 얼마 안되어 계약해지라니... 부끄러운 마음이 사실 있다. 그러나 이게 현실인걸 어찌하랴. ㅎㅎㅎㅎ

계약해지가 완료되면 한번 더 글을 써야겠다.

https://brunch.co.kr/@fullarmor/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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