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초3 주말 시골 놀이

<서울대 엄마의 선택>

by 나은진
공부 잘하는 아이 뒤에는
그에 걸맞는 부모가 있다.


서울대에서 15년을 공부하며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내 전공과정이 아니었다. 전공공부를 하는 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쓴 것은 맞지만 나 자신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틈만 나면 나를 전공이 아닌 다른 길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도대체. 난. 왜. 처음부터. 서울대에 올 수 없었던 것일까?‘


그랬다. 나는 학부가 아닌 석사시험에 통과해서 서울대에 들어왔다. 전교 1등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그렇게 부리면서도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었다. 서울대는 나라는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 못되었으니까.

그런데 누군가가 나에게 서울대 석사시험을 권했다.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수능으로 서울대를 가는 것보다는 쉬울 것 같아 도전했고 서울대 교환학생, 스터디를 위한 매주 1번의 서울행, 조기졸업을 거치며 결국 1번 만에 성공했다. 드디어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생이라는 신분으로 서울대에 입성하는 순간의 그 희열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할 만큼 스스로에게 진한 감동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 안에는 서울대에 학부생으로 입학하지는 못했다는 자격지심이 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부터 서울대학교 학부생으로 들어온 그들의 삶이 지나치게 궁금했다. 그래서 15년 동안 틈만 나면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비법을 그들에게 묻고 또 묻고 그들과 나의 공부법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이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들을 나에게 적용하고 공부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제자들에게 활용했다. 그리고 끝내 나는 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서울대는 아주 특별한 공부재능(뛰어난 머리와 월등한 독함을 포함한다)이 있으면 갈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들 정도의 공부재능이 없었고 다행스럽게도 이런 친구들은 극소수였다. 또 다른 유형, 눈에 띄는 재능 없이 서울대에 들어온 친구들은 나와는 다른 부모를 가지고 있었고, 공부를 아주 잘했던 부모이거나 단순하게 사이좋은 것을 넘어 가족 간의 신뢰, 존중, 사랑이 몸에 베여있는 부모, 아니면 이 둘을 모두 갖춘 부모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내가 처음부터 서울대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를 알아내고, 목동의 학원원장을 하며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며 내 답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우수한 교육여건을 가진 서울의 중심을 떠나 과감하게 시골행을 선택할 수 있었다.


15년 동안 서울대생의 공부법을 배우며 이미 나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엄마가 되어 있었고 존중, 사랑, 신뢰가 있는 가정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공부를 못하게 될 리는 희박하다 판단했다.


그래서 시골에 사는 지금, 노력하면 서울대 갈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주말이면 아침부터 도서관을 찾아 책으로 논다. 놀이에는 재미가 필수여서 엄마인 내가 선택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가 책을 선택해서 읽는다. 그때그때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먹어야 밥이 맛있듯이 책도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책이 좋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또 하나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책을 그만 읽자는 말을 자주 해준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배고플 때 먹는 밥이듯이 책에 살짝 배고프게 만들어야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게 되니까.


공부는 모두 다 활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공부 잘하는 아이의 가장 기본은 활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책이든 많이 읽는 과정에서 활자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 익숙함과 즐거움이 베여들면 교육여건이 열악한 시골에서도 충분히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어서, 오늘도 시골살이를 선택한 엄마는 아이들과 한적해서 여유로운 시골 도서관으로 놀러 간다. 노력하면 서울대 갈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이제 우리 함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