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가 없으니 오히려 피부가 좋아져.

<전원주택 살이의 이득>

by 나은진


삶은 항상 선택이다.
나 자신을 위한 용기 있는 선택에서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받게 되었을 때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집을 지을 때는 지하수를 파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파트에 살 때처럼 물이 늘 잘 나올 줄만 알았다. 2년쯤 지났을까? 늦은 밤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았다. 남편이 물탱크를 확인하니 물탱크의 물이 텅텅 비어 있었다. 남편이 부랴부랴 지하수 관정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랬더니 물이 솟아오르지 않고 있었다.


컴컴한 밤 아이들은 어렸고, 기저귀를 갈고 씻길 물도. 우유병을 씻을 물도, 당장 먹을 물도 없었다. 이것뿐일까. 화장실 용변을 내릴 물도 없어서 당장 해결하기 힘든 난감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단 근처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 와 급한 불만 끄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지하수 업체에 서둘러 연락을 했다. 반나절이 지나 도착한 업체 직원은 지하수 펌프가 고장이 나 펌프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펌프비용에 설치까지 150만 원을 요구했다. 여러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보는 것이 마땅했지만 당장 쓸 물이 없는 이 불편한 상황을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어 서둘러 고쳤다. 이때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 물이 얼마만큼 소중하고, 물이 없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나는 진심으로 예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펌프만 새것으로 교체하면 이런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세 가구가 함께 쓰는 공동관정이었기 때문에 한 집에서 물을 갑자기 많이 사용하면 물탱크에 물이 차기까기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펌프를 사용하는 전기시설에 문제라도 생기면 전기가 고쳐질 때까지 물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하수 9년 차인 지금,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생겼다. 집에는 20L 큰 물통 3개가 늘 준비되어 있고, 남편은 웬만한 전기는 다 손볼 줄 안다. 물이 나오지 않을 때 편하게 달려갈 수 있는 이웃도 있고, 시골이지만 편의점이 한밤중에도 문을 닫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무엇보다 30분 거리에 언제든 갈 수 있는 상수도가 나오는 또 다른 우리 집이 생겨 마음이 더 든든하다. 겪어보지 않은 낯설고 당황스러운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해결방법까지 생기는 것이 인생살이인가 보다.


그런데 만약 우리 집에 상수도가 들어온다면 더 좋을까? 더 안심도 되고, 생활도 편해지고, 또 펌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까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절감이 될 것은 뻔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하수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20대 후반 결혼을 앞두고 받은 피부마사지지 때문에 심각한 피부트러블이 생겼다. 마사지 이후 화장품만 바르면 껍질이 벗겨지듯 빨갛게 일어나 따가웠고, 겨우겨우 진정을 시켜놓으면 거북껍데기처럼 생기는 단단한 각질층 때문에 보기가 흉해 남들 앞에 나서기가 두려웠다. 3-4년 동안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 헤맸지만 증상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 이때 우연히 만나게 된 디올 화장품은 내 증상을 완화시켜 주었고 덕분에 삶이 행복해졌다. 그래서 10년도 훨씬 넘은 기간 동안 디올만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전원주택에 완전히 정착하면서 화장품에 드는 비용이 제법 줄었다. 매일매일 듬뿍 바르던 명품 화장품의 양이 줄어들어서 생긴 결과였다. 서울에서는 세안을 하기만 하면 건조해서 재빨리 스킨을 듬뿍 발라야 했던 피부가 지하수를 사용해서 세안을 하면 어느 정도 촉촉했다. 아주 가끔 스킨 바르는 것을 까먹을 정도로 피부의 건조함이 많이 나아졌다. 이 덕분에 화장품 사용량은 줄어들었고 드는 비용도 따라 적어졌다. 참 감사하게도 건조함이 해결되는 만큼 주름도 함께 사라졌고, 지금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동안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리고 감사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머리숱이 많다많아졌다. 전원주택이라는 용기 있는 선택이 가져다준 예상치 못했던 선물이다.


10년쯤 더 살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때에도 여기에 살고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을 했을까? 나의 선택이, 선택이 만들어내는 삶의 변화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