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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하 Mar 15. 2020

우리 집 계약하기

첫 우리 집을 갖기까지


6개월 동안 고민해서 찾은 우리 집. 고민해서 결정하고 나면 바로 우리 집이 될 줄 알았지만 내 집 마련이란 생각보다 복잡했다.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랐기에 알아볼 것도 비교할 것도 많아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어렸을 때 나는 이사를 자주 다닌 편이어서 집을 옮기거나 부동산에 가는 것이 익숙하다. 하지만 부동산에 가면 항상 어려운 단어들이 난무했기 때문에 그곳은 나에게 높은 벽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그 시절 부동산에 가면 아빠, 엄마가 다른 때보다 더 큰 어른처럼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내가 벌써 그 큰 어른이 되었다.


[내 집이 되기까지의 과정]

1. 계약하기
2. 대출 알아보기
3. 대출 신청하기
4. 서류 제출하기
5. 대출 실행하기
6. 잔금 치르기





1ㅣ계약하기


드디어 계약하는 날이 다가왔다. 계약 날은 최종 매매금액을 결정짓고 계약금을 건 다음 잔금 날짜를 정하는 날이다. 이런 건 둘 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떨린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앞에서도 말했듯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동네도 둘러볼 겸 일찍 출발해서 부동산에는 우리가 먼저 도착했고 집주인이 30분 정도 늦는 바람에 공인중개사 분과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도 우리 또래에 우리가 그 당시 살고 있던 곳에 그분도 예전에 살았어서 신기하다며 동네 얘기를 주고받았다. 어쨌든 이야기의 결론은 우리를 도와 열심히 가격을 낮춰주겠다는 것. 드디어 집주인이 도착했고 우리가 봤던 집에는 세입자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 집주인을 처음 만났다.





말끔하고 인상 좋으신 분이라 얘기가 먹힐 줄 알았는데 결국 이사비용 정도 밖에는 못 건졌다. 그분의 이야기는 그 집이 장모님 명의로 되어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인중개사 분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그 정도에서 그쳤다.


금액이 완전히 정해졌고 잔금 날짜는 세입자의 상황도 고려해서 한 달 뒤로, 계약금은 총가격의 10%로 집주인의 계좌로 송금했다. 이로써 집은 완전히 결정이 됐고 잔금 치르기까지 한 달 동안 자금을 마련하였다. 그동안 집을 결정하는데 너무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이제야 완전히 결정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기뻤다.






2ㅣ대출 알아보기


집과 가격이 완전히 정해졌으니 다음으로 할 일은 대출을 알아보는 것. 대출은 아무래도 이자가 저렴해야 부담이 적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대출을 알아보다 디딤돌 대출을 받기로 했다. 원래대로라면 디딤돌대출은 연소득이 초과되어 못 받는 조건이었지만 이 당시에는 남편이 퇴사를 하여 백수 신분(?)이었기 때문에 다행히도 디딤돌대출 조건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 디딤돌대출


신청대상

신청인과 배우자의 합산 총소득이 연간 6천만원 이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신혼가구, 다자녀가구, 2자녀 가구는 연간 7천만원


신청시기ㅣ

소유권 이전 등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대출금리ㅣ

대출 만기별, 소득 수준별로 차등 적용


대상주택ㅣ

주택 가격 5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m² 이하의 주택

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면지역은 100 m²이하의 공부상 주택


대출한도ㅣ

주택담보가치의 최대 70%

최대 금액 2억원
만 30세 이상의 단독세대주의 경우 최대 1.5억원
신혼가구 2.2억원
다자녀/2자녀 가구 2.4억원


대출기간ㅣ

10년, 15년, 20년, 30년


상환방식ㅣ

원리금균등분활상환, 원금균등분할상환, 체증식 분할상환



우리는 신청대상, 대상주택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금리가 저렴한 디딤돌대출을 받기로 했다.






3ㅣ대출 신청하기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도 꽤나 복잡했다. 우선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서 대출신청을 하면 상담원에게서 전화가 온다. 상담사는 전화로 필요한 제출서류들을 안내해주는데 그 서류를 준비해서 주택금융공사 지사에 제출하면 된다. 사실 은행 대출은 은행에서 모든 것이 한 번에 끝나지만, 디딤돌대출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출로 은행에서 대출 대행을 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사, 은행에서 각각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다.



인터넷에서 대출 신청하고 난 뒤 접수 완료 창이 떴다. ‘축하합니다’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빚더미에 앉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같은 ㅠ_ㅠ)





4ㅣ서류 제출하기



앞서 상담사에게 안내받은 대로 공사 관할지사에 제출서류를 제출하러 갔다. 지사에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이 모두 입구 방향을 보고 앉아계신 데다 내가 들어가니까 모두 쳐다보셔서 살짝 당황. 서류 제출하는 곳에 가보니 대출자의 명단이 빼곡했다. ‘다들 우리와 비슷하구나.’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5ㅣ대출 실행하기


서류를 제출하고 나면 심사에 들어가고 결과는 문자로 통보받는다. 승인이 결정되면 그다음으로 할 일은 취급금융기관을 방문해서 대출약정 및 근저당 설정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다. 주거래은행은 아니지만 회사와 가까운 곳에서  받기 위해 회사 근처의 신한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했다.


남편이 점심시간에 와서 함께 서류를 작성했는데 점심시간에 대출받으려던 내 계획은 무산되고 결국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반차를 내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금액을 대출하는 것이라 그런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손이 아플 정도로 서명만 100개는 하고서야 접수는 끝이 났고 잔금 치르는 날에 대출금을 수령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잔금은 세입자가 이사 나가는 날 치르기로 했다.





6ㅣ잔금 치르기


드디어 마지막 과정. 잔금 치르는 날이 돌아왔다. 대출 일정이 약간 빡빡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법무사를 통해 딱 맞게 지급이 되어 무사히 잔금을 치르게 되었다. 잔금을 치르고 난 뒤 법무사 사무실에서 나오신 사무장님이 소유권 이전과 등기부등본 이전을 진행해주었다.


또 여전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오가고 큰돈이 거래되는 날이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날이었지만, 사실 이 날은 우리가 하는 것 없이 필요한 서류만 잘 준비해 가면 공인중개사와 법무사가 모두 처리를 해주어 모든 과정이 편하게 끝났다.






어쨌든 그렇게 모두 끝이 났고 많은 과정을 거쳐 드디어 우리 집이 되었다. 학생 때 만나 커플링도 큰 마음을 먹고 샀던 우리가 벌써 어른이 되어 집을 사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만큼 인생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워졌다.


우리는 아무래도 남들보다 부족하게 시작해서 약간은 조급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한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느리지만 우리 힘으로 하나하나 이뤄나가고 있고, 생각보다 꽤 많은 것을 이루고 있었기에 우리 자신이 대견해졌다.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따라가기보다는 우리만의 속도로 하나씩 차근차근 이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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