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불알친구라고 하는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함께 한 남편 친구들 모임이 있다. 어른들이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찾아보니 국어사전에 있었다.
불알친구의 사전적 의미는 남자 사이에서,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면서 가까이 지낸 벗을 이르는 말이다.
어린 시절 잦은 이사로 나에게는 없는 남편의 불알친구들이 부러웠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는 이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불알친구라고 해도 결혼 시기가 많이 다를 수 있다.
아이들의 나이도 많이 달라서 가족 모임이 힘들다.
그런데 남편 친구들은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의 나이도 비슷비슷하다.
남편 친구들은 하는 일도 다르고, 사는 지역도 전국에 퍼져 있다. 평소에는 서로 만나기 힘들다. 어느 해 여름휴가 때 강원도 바닷가에서 만나게 되었다. 여름바다와 함께 한 휴가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대만족이었다. 부인들도 아이들도 비슷한 성격에 잘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매년 여름휴가를 함께 했다. 몇 년을 함께 하면서 추억이 겹겹이 쌓였다.
함께한 지난 추억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추억의 사진을 보니 그 시간들이 그리웠다. 그 시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긴 코로나 시기를 지나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다.
바닷가, 계곡, 놀이동산을 열심히 쫓아다니던 아이들은 모두 성장했다. 각자의 스케줄이 바빠서 맞추기가 힘들다. 자연스럽게 부부동반 모임이 되었다. 서울에서 내려가고 지방에서 올라오고 중간지점인 대전에서 만났다. 기다리는 시간은 설렘 반 기대반으로 행복했다.
아이들을 위해 스케줄 짤 필요도 없었다. 챙겨야 하는 아이들이 없으니 엄청 가벼운 마음이었다. 아이들 챙기느라 항상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몰랐는데 정말 편하게 먹었다. 사진도 안 찍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편한 시간이었다.
많은 시간 함께 한 친구들. 많은 일을 함께 겪은 친구들이다. 마음이 따뜻하고 든든한 느낌이었다. 모두 사는 지역이 달라서 자주는 못 보지만 이렇게 맘 편히 볼 수 있는 벗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런 친구들이 있는 남편이 부럽다. 그로 인해 나에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인연을 연결해 주어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