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예비군을 유사시에 소집하여 전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평시에 예비군을 대상으로 소집 및 전투력 유지 훈련. 대한민국 군필자들은 언제든지 재징병이 가능하며 예비군 훈련 자체가 재징병을 전제로 하는 훈련이다. 출처: 나무 위키
결혼 전은 항상 챙김을 받는 위치였다. 결혼 후 내가 누군가를 챙겨줘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남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다가 본인이 알아서 해야 된다던가 더 나아가 누군가를 챙겨주는 거에는 서툴렀다.
둘 다 새벽에 허둥지둥 군복을 찾았다. 겨우 옷 꾸러미 속에서 찾은 군복은 이사하느라 제대로 보관되지 않아 바로 입으려니 찜찜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냥 입었다. 그런데 더욱 난감한 건 살이 좀 붙어서 군복이 꽉 끼었다.
추운 날씨에 그 위에 입는 방한복이 맞지 않아 입을 수 없었다.
결국 얇은 거 하나만 입고 갈 수밖에 없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추운 새벽에 어둠 속으로 나가는 신랑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곧 따뜻한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서 바로 잠이 들었던 거 같다.
그땐 별 의미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가끔 떠오른다.
아들을 낳아 키우면서 남편과 아들이 오버랩되면서 점점 더 생각이 났다.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이 점점 더 커졌던 거 같다.
아들이 군대 갔다 오고 예비군 훈련을 가면서 기억이 더욱 선명해졌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본인이 챙겨야지 그게 왜 미안할 일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때 예비군 훈련 있다는 얘기를 잘 기억해서 옷을 미리 챙겨보았다면 어떠했을까 상상해 볼 때가 있다. 한번 깨끗하게 빨아서 잘 챙겨놓았더라면..
그래서 아들 군복은 제대 후 잘 챙겨두었다. 군화 안에는 신문지를 잘 말아서 넣어두었다. 옷상자에다가 차곡히 개어둔 군복은 전날 꺼내서 깨끗하게 빨아서 뾰송뾰송 말렸다. 차가운 11월의 새벽 군복에 따뜻한 방한 군복도 더 입고 신발에 모자에 잘 챙겨서 입고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남편도 새벽어둠 속을 나가는 아들을 배웅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같은 남자로서 공감되는 감정이 있을 것이다.
어둠 속의 남편의 뒷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남편 옷매무새를 더욱 신경 써주면서도 이상하게 그 미암함이 갚아지지 않는다. 이 미안함은 죽을 때까지 갈 거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