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는 집 안에 있다
보조 에어컨 설치할 때 전에 살던 집에 있던 거를 달았더니 건물 외부에서 설치하는 프레임이 당장 없었는데 더운날에 오신 설치기사님 그냥 돌아가시라고 하기 난처해서 집 밖에다 못 달고 베란다 안에 그냥 달아버렸다
그래서 에어컨 가동 시에는 외부 베란다 창문을 크게 열지 않으면 바로 건식 사우나가 되어버린다
이 멍청한 짓을 하고 와이프는 나를 계속 놀렸지만 이 실수가 빨래가 안 마르는 여름 장마철에는 엄청난 이점으로 바뀌게 되었다
실외기가 내뿜는 열이 강력한 열을 만들어서 장마철에 절대 안 말랐던 빨래가 이덕에 미친 듯이 잘 마르는 열풍 건조실이 우연히 탄생하게 된 것이다(우리 집에는 그래서 건조기가 없다)
그래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에어컨 실내 설치 짤은 주작일지 몰라도 우리 집 베란다 안 실외기는 진짜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사용할 예정인데 전기세가 약간 더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당장은 잘못된 것 같은 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오히려 다행인 경우가 있다
물론 안 가본 길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에게 온 개인적인 불행들도 지나고 보면 다행이라 생각되는 일이 반 이상이다
이제 불행을 대하는 자세는 잘 갖춰졌으니 행운이 올차례라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