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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박미선 씨가 유튜브 채널 <미선임파서블>에 올린 호캉스 영상이 화제가 됐다. 1박에 170만원이 넘는 워커힐 코너 스위트룸. 다른 것보다 눈에 띈 건 어매니티였다. 몰튼브라운, 에르메스 등 쟁쟁한 브랜드를 제치고 워커힐 어매니티 자리를 꿰찬 건 사회적 기업 ‘동구밭’이다.
동구밭 팩토리는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함께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발달장애인의 평균 근속연수는 25개월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주는 게 동구밭의 미션이다.
실제로 동구밭은 2016년 설립 이후 23명의 발달장애인을 채용했고 퇴사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박상재 이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장애사원을 리딩하는 비장애인 팀장님은 모두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분들입니다. 입사 후 3개월 훈련 기간엔 개인의 기질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고요. 비장애인 사원과 다르게 대하진 않아요. 각자 정해진 생산량을 지켜야 합니다. 잘못하면 혼나고 쉬는 시간엔 간식을 나눠 먹고요. 팀장님들이 직원들을 살뜰히 챙기다 보니까 정말 보호자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발달장애인 사원(이하 가꿈지기)이 업무를 하면서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지 궁금했다. 김진아 팀장은 대표님이 회사를 차릴 때 고려한 첫 번째 요건이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인가’였던 만큼 가꿈지기(장애 사원)는 충분한 이해와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다른 사람과 교류가 적은 직원이 먼저 인사를 하거나 사회생활에 적응한 모습을 보일 때 뿌듯하다고 했다. 동구밭이 점점 알려지면서 고체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박 이사는 품질은 타협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제품 앞에선 변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 의견 반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품 레시피 수정·보완을 위한 팀이 따로 있습니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리콜 조치를 하고요. 사회적 기업인 줄 모르고 OEM 문의를 하거나 제품을 사는 기업과 소비자도 많습니다. 동구밭이 잘 돼서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생겼으면 해요. 발달장애인 직원, 사회적 기업도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김 팀장 역시 발달장애인에게 채용 수보다 오래 일 할 수 있는 직장을 위한 논의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은 일자리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급여나 복지보단 발달장애인에게 맞는 직장과 직무가 무엇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와 관련한 제도가 생겨야 기업들도 더 많은 고민을 할 거고요.”
동구밭의 현재 목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원 모두가 행복한 기업이라고 했다. 실제로 비장애인의 퇴사율을 맞추기 위해 신규 인력을 뽑거나 자기계발비를 지급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이사는 “비장애인 직원의 업무 강도가 높아서 서로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면 동구밭은 아마 다른 사회문제로 관심을 돌릴 거예요. 요샌 환경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게 자연스럽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 너무 희망적인 얘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동구밭의 가꿈지기와 보호자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직장이 있고 일해서 번 돈으로 맛있는 걸 먹고 주변 사람에게 선물을 사주는 등 꾸준히 사회활동을 하는 걸 기쁘고 고맙게 여긴다고 했다.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누리기 어려운 것,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같은 일상이 주어지길 바란다. 어려운 일이지만 동구밭은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보여줬다. 동구밭과 가꿈지기가 보여줄 사회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