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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ge M Jul 24. 2020

인터뷰 - '꼬모나미' 발달장애인의 그림을 작품으로

김혜민 기자 enam.he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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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이 꿈을 주제로 그린 그림에서 나온 캐릭터 '라몽' <사진=김혜민 기자>


‘아이 엠 샘’, ‘말아톤’, ‘포레스트 검프’. 발달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다.  모두 좋은 평가를 듣는 작품임이지만 아직 발달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편견으로 가득하다.


연합 동아리 ‘SID’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고자 창설됐다. SID 3기 총담당자 김응지 씨는 “동아리를 처음 만든 분이 발달장애인 관련 사업을 하다가 관심이 생겨 방향을 이쪽으로 잡았다고 하시더라고요. 2018년에 시작해서 3년 째예요”라고 설명했다.

동아리는 초기 단계지만 경험은 많다고 했다. 3기 부원 김혜원 씨는 “관련 교육도 자주 들어요. 가장 최근에는 발달장애인의 어머님들이 직접 어떻게 해야할 지 알려 주셨는데, 어떤 물건에 꽂혀서 아트클래스에 집중을 못 하면 물건을 치우고 주위를 환기하면 된다는 등 대처 방법을 알려 주셨어요”하고 설명했다.

아트클래스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1:1로 4주간 진행한다. 혜원 씨는 솔직하게 처음에는 겁이 났다고 했다.

“동아리에 들어간 이유 중 하나는 제가 발달장애인에게 갖고 있는 편견을 지우고 싶어서예요. 이번 아트클래스는 저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금방 절 따르더라고요. 진짜 언니, 동생처럼요. 너무 뿌듯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이런 모습을 보면 부정적인 인식은 없어질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만날 일이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혜원 씨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공공장소에서 발달장애인을 만난 기억이 없다. 혜원 씨는 보호자가 발달장애인을 사회에 내보내는 데 아직 두려움을 있는 경우가 많다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발달장애인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당황하기 쉽고 사람들 시선이 좋지 않아 공공장소에 가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심한 말을 듣거나 해코지를 당하면 그걸 감내하는 건 보호자가 아닌 발달장애인이잖아요. 가뜩이나 의사 표현이 서툰데 괜히 데리고 나갔다가 상처만 받을까 걱정하시더라고요.”

불현듯 2017년 9월에 본 기사가 생각났다. 서울시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 학교 설립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일었는데 장애 학생 부모가 주민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사진. “아이의 장애를 먼저 보지 말고 학생이라고 생각해 공부할 곳을 만든다고 생각해 달라”는 호소가 생각났다.

반대하는 주민 입장 중 하나는 무려 “왜 내 아이가 장애인을 보며 자라야 하냐”였다. 실로 잔인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응지 씨는 “발달장애인은 베일에 싸인 사람들이란 생각이 종종 든다”며 말을 이었다.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언론에서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일상에서 만날 일이 없으니 막연히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거죠. 하지만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나오려면 우선 우리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아트클래스를 진행하면 참여자는 생각보다 금세 마음을 열고 부원에게 의지한다. 혜원 씨는 “누군가와 교류할 일이 별로 없잖아요. 클래스를 시작하면 함께하는 부원에게 마음을 많이 줘요. 자기 얘기도 많이 하고 수업이 끝나면 가지 말라고 붙잡기도 하고요”라며 웃었다.

아트클래스를 시작하기 전 부원들은 담당하는 학생의 특징을 숙지하는데 응지 씨는 한번 ‘의사 표현을 거의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 얘기를 듣고 ‘그럼 아트클래스를 어떻게 진행하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호불호가 확실한 친구였어요. 빨간색을 보여주면서 이거? 하면 고개를 젓고 파란색을 보여주면 끄덕거리는 식으로요. 제가 시범을 보이면 곧잘 따라 했고요. 생각보다 의사소통이 잘 됐습니다. 꼭 말로만 의사 표현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표정이나 제스처도 소통의 한 방법이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으니 발달장애인이란 말을 들었을 때 드는 막연한 두려움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응지 씨는 아트클래스 시작 전 정말 많은 준비를 한다고 했다.

“아트클래스 한 달 진행에 준비는 두 달이 걸립니다. 돌발행동에 대비해 복지관 선생님이 항상 상주해 계세요. 힘든 점 중 하나는 자료가 너무 없다는 거였어요. 논문도 적고 그마저도 내용이 부족했죠. 발달장애인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가 너무 부족했어요. 다방면으로 가시화가 절실합니다.”

응지 씨의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내보내는 공익 광고에서 발달장애인을 본 적이 없었다.


SID가 발달장애인의 그림으로 제품으로 만든 브랜드 ‘꼬모나미’는 후드티·그립톡·에코백·태블릿 파우치 등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사용할 때마다 발달장애인에 대해 떠올려 보기를 바라며 만들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의 그림으로 만든 엽서 <사진=김혜민 기자>


꼬모나미 제품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3차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끝났지만 사고 싶다’는 요청에 다시 진행하기도 했다. 기자가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 것 같냐고 묻자 응지 씨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하고 싶어 제품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저흰 대학생이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정말 노력했어요. 수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 단가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제작 담당 부원들이 일주일에도 며칠씩 동대문을 돌아다니며 많이 애썼습니다. 태블릿 파우치도 좋은 업체를 찾아서 제작을 맡겼고요. 기부 성격을 띤 제품은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동아리가 자리를 잡고 꼬모나미가 더 커지고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의 그림으로 만든 작품이고 저작권료도 주며 사회에 적응하는 걸 돕는다’는 이유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 ‘품질이 좋아서 샀는데 좋은 일 하는 곳이었네’ 하길 바라요. 꼬모나미의 제품이 ‘발달장애인’이란 카테고리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꼬모나미는 활동에 참여한 발달장애인에게 저작권료 형태로 순수익의 30%를 전달한다. 발달장애인이 해당 금액으로 자립을 하도록 돕는 게 꼬모나미의 최종 목표다.

응지 씨는 “아직은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었으면 해요”라고 대답했다.             

▲파우치 지퍼가 직접 닿지 않고 스크래치 방지를 위한 안감을 사용했다 <사진=김혜민 기자>


내가 실제로 만져 본 꼬모나미의 제품은 여러모로 신경 쓴 게 느껴졌다. 깔끔한 마감이나 패드 파우치의 안감 같은 것들. 응지 씨의 바람처럼 꼬모나미의 제품이 착한 소비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았으면 한다.


단순히 들고 나가 주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 인식 개선은 이뤄질 것이다. 꼬모나미 제품이 편견을 벗기고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레 어울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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