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을 평가하는 세 가지 요소
지난 편에서는 토론을 평가하기 위한 기초 운동으로 토론에서 승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평균적인 수준의 이성과 지식을 갖춘 유권자’의 관점으로 토론에 접근하는 법을 살펴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토론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살펴보자.
분석력, 전달력, 규칙에 대한 이해라는 세 가지 항목만 기억하면 된다.
토론자 자신이 내세운 의견이나 정책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증명했느냐에 관한 것으로 다음 내용을 염두에 두고 토론자의 발언을 평가하면 좋다.
토론자가 자신의 주장이 왜 논리적으로 사실에 부합하는가를 설명하였는지 확인하기
(기본 논거 구조를 숙지하고 있으면 더 빠르게 토론자 주장의 논리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토론자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실질적인 자료와 데이터를 제시하였는지 확인하기
토론자가 주장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였는지 확인하기.
특히, 상관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기.
상대방 주장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상대방 정책의 효과가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근거를 들어 명확하게 설명했는지 확인하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논거의 수, 주장이 얼마나 참신하고 독특한지는 토론에서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독특하다고 할지라도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주장의 논리와 정책의 실현 가능성, 효과를 입증하는 일이다.
다음은 토론자의 전달력에 관한 부분이다. 전달력은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로 나뉜다.
언어적 요소: 음량, 명확성, 속도, 높낮이, 변조 등
비언어적 매너: 시선처리, 적합한 표정과 손짓, 자세, 쉼 등
이러한 요소를 안다면 중요한 건 바로 다음부터이다. 전문가나 국민을 대표하는 여러 사람이 사회 현안에 대해 논쟁하는 TV 토론에서는 토론자가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를 활용하여 얼마나 말을 잘하는 지 평가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전달력 요소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토론을 들으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바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점은 토론자가 단순히 말을 수려하게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점검하는 일이다. 토론에서 전달력의 의미는 단순 발표를 잘한다거나 말을 수려하게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논지를 청중에게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논리가 있어야만 전달력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말하는 내용이 가장 중요한 토론에서는 그렇다.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지와 더불어 토론회마다, TV 토론마다 규칙이 다른 점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론자가 자신의 발언 시간을 잘 관리하는지, 정해진 토론 규칙에 맞춰 발언하고 반론하는지, 토론을 개최하는 측에서 정해준 토론자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최근 모 정당 대선 본경선 후보 토론에서 발언과 질문 시간을 다 사용했는데도 상대방 발언 시 계속 질문하고 반박하는 토론자가 있었는데, 이 토론자는 규칙 준수와 관련하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해당 토론을 보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소도 반영하여 모든 토론자를 공평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이러한 규칙을 어기고 발언하는 경우에 “맞아, 저건 잘 말했어.”라고 그 사람을 옹호하기보다는 규칙에 따라 있는 그대로 토론을 보자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다가오는 대선 후보 간 토론에서는 각 후보자가 토론의 진행 방식과 세부 규칙을 어떻게 합의하는지도 살펴보면 더 흥미롭게 토론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토론 주제를 어떻게 나누는지, 주제별 시간은 얼마나 배당하는지, 토론장에 참고 자료를 반입할 수 있도록 하는지 살펴보고 실제 토론에서 토론자가 최종 결정된 규칙의 제약하에 어떻게 토론을 끌고 나가는지 살펴보자.
지금까지 TV 토론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을 살펴보았다. TV 토론에서 토론자의 발언을 듣고 평가하는 과정은 우리가 무언가를 구매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우리가 재화를 구매할 때는 수많은 상품 리스트와 홍보 페이지를 거친다. 그 안에서 각 상품을 파는 사람은 어떤 기능이 있고 왜 우리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소비자 후기가 어떤지를 통해 소비자를 설득하려 한다. 앞서 살펴본 ‘분석력’ 평가 요소도 이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 후보는 자신의 정책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그리고 이것이 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토론자의 전달력인데 이는 상품을 배송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상품을 파손 없이 안전하게 배송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각 후보 진영에서 여러 보좌관과 전문가들이 고민하여 만든 내용과 정책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동시에 해당 상품을 약속한 기간 안에 전달하였는지도 중요한데, 이는 토론에서 규칙에 대한 이해로 볼 수 있다.
이제부터 토론을 볼 때는 각 토론자를 분석력, 전달력, 규칙 준수라는 영역에서 분석해보는 것이 어떨까? 단순한 틀이지만 토론을 보고 자기 생각과 판단을 글이나 말로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 후보 양자토론과 이후 4자토론에 적용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