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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승 Aug 27. 2022

회의 진행 스킬- 바보야, 문제는 안건이야

좋은 회의 안건과 나쁜 안건


#1 오늘도 회의가 있는 날이다. 

구글 캘린더로 회의 초대장을 받긴 했는데, 왜 이 회의를 여는지, 무엇을 알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일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하는 회의인데, 회의가 생산적이라는 느낌은 거의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팀장님의 주재로 회의가 시작됐다.

지루하다... 도대체 이 회의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는 생각이 밀려온다.

“일단 이 정도로만 하고 다음에 더 논의하기로 합시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팀장님이 말한다.

이번에도 결론 없이, 이미 정해진 담당 업무에 대해 재확인을 하는 수준에서 회의가 끝났다.


#2 일주일 후 또 회의가 잡혔다.

이번에는 그래도 팀장님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에서 토론이 활발하다.

여러 사람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에 참여한 것 같은데, 안건이 명확해지니까 벌써 회의 시간이 다 되어버렸다.

“이 안건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논의하기로 하고 여기서 이만 마칩시다.”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도 결국... 결론 없이, 이미 해야 할 것을 알고 있는 담당 업무에 대해 재확인을 하는 정도에서 회의가 끝나버렸다.



위와 같은 상황은 조직 생활을 할 때는 한두 번쯤은 맞닥뜨리게 된다.
분명 업무 관련하여 시간을 내서 회의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회의나 토론회가 어긋나는 데는 조직 문화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회의 주재자가 안건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을 경우이다. 토론회나 조직 내 회의를 진행할 때는 어떤 주제를 토론에 부치느냐가 생산적인 토론을 끌어내는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필자는 생산적인 토론을 위한 첫걸음은 바로 회의나 토론회의 주제, 즉 안건을 정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회의를 진행'하는 데만 신경을 쓸 뿐 정작 회의의 핵심 주제가 되는 '안건을 쓰는'데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토론 주제, 안건이란 넓은 의미에서 회의나 토론에서 의논할 문제이다. 이렇게 제대로 된 안건을 선정하는 데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회의의 목적, 참여자, 조직 상황에 따라 좋은 안건과 나쁜 안건을 구분하는 것이다.


보통 나쁜 안건이란 

1) 주제가 두루뭉술하여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안건
2) 조직 구성원의 관심과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안건
3) 일부 담당자만 이해할 수 있는 전문용어 위주로 쓰인 안건
4) 문제의식이 드러나지 않는 안건이다.


대조적으로 좋은 안건이란

1) 주제가 구체적이어서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적은 안건
2) 조직 구성원의 관심과 의사를 반영하는 안건
3) 모든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쓰인 안건
4)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안건이다


앞으로 우리 조직에서 회의를 진행하거나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면 내 안건이 '나쁜 안건'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확인해보자. 안건이 모호하다면 안건의 의도와 방향성이 나타나도록 단어를 조정해보고 다시 안건을 기술해보는 것이다. 안건이 내 업무나 관점 위주로만 작성되어 있다면 우리 팀이 공통으로 관심을 두는 사안은 무엇인지, 윗분이나 경영진의 목표를 반영하는지 검토하자. 또한, 안건에 문제의식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우리 팀이 또는 조직이 직면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도록 기술하여 논의의 방향을 구체화하자. 이렇게 해야 단순히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을 넘어 문제 해결이라는 프레임으로 해당 사안에 접근할 수 있다.


소위 '나쁜 안건'의 대표적인 예는 "우리 조직의 혁신 방안"이라고 안건을 설정하고 회의나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이다. 컨퍼런스, 타운홀 미팅, 임직원과의 연례 대화에서는 괜찮을 수 있으나 업무를 위해 참여하는 주간 회의 등에는 적절하지 않다. '혁신'이라는 단어도 사람에 따라, 업무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많고 특정 문제의식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회의나 토론회 전에 안건을 설정하는 데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조직에서 토론하거나 회의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업무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회의를 위한 시간과 집중력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 필요한 안건에 관해 토론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아무 안건이나 정하고 토론이나 회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안건을 정하는 사람은 왜 이 안건이어야만 하는지, 이러한 방식으로 안건을 기술한 ‘의도’는 무엇인지 확실히 알 필요가 있다. 그냥 긴급한 일이니까,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까, 라는 생각은 안 된다. 이는 곧 구성원이 회의를 기피하게 만드는,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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