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제대로 정의해야 좋은 안건을 만들 수 있어요.
지난 글에서는 안건을 기술한 '의도'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급한 일이니까, 빨리 처리해야 해서 아무 안건이나 회의에 부치면 생산적으로 토론을 끌어가기 힘들다.
고민 없이 대충 정한 안건은 조직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나쁜 안건'일 가능성이 높다. 추상적이고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안건이다. 이러한 안건은 회의의 논의를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비생산적인 안건이다.
그렇다면 좋은 안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회의에 앞서 초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춰야 한다.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할 때 조직의 우선순위대로 안건을 정하여 생산적으로 토론을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려면 우선 현상과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청소년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 제품의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는 제대로 정의된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그 자체로는 구체적이지도 않고 해결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문제를 찾는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을 그대로 가지고 와 안건으로 만들곤 한다. 이를테면 "제품의 매출 하락"이나 "제품 기획 방향에 대한 논의" 등으로만 안건을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 제품의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회의 안건 A: 제품의 매출 하락
회의 안건 B: 제품의 기획 방향에 대한 논의
위 예시처럼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안건은 논의의 방향성과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모두가 목적의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안건을 더 뾰족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면,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원인은?", "청소년 자살률이 증가하는 원인은?", "우리 제품의 매출이 하락하는 원인은?"이라는 식으로 문제 이면에 숨어있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우리 제품의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질문: 우리 제품의 매출이 하락하는 원인은?
답 1: 제품에 대한 홍보 부족
질문 1: 이에 대한 원인은?
답 2: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
질문 2: 이에 대한 원인은?
답 3: 부실한 사후 관리
질문 3: 이에 대한 원인은?
"제품의 매출 하락"보다는 "제품의 매출이 하락하는 원인 파악"이라는 안건이 더 구체적이고 좋은 안건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제한 시간 내에 더 효율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경우 여기에서 한 걸음 또는 두 걸음 더 나아가 원인을 찾고 안건을 만들어주면 효과적이다. 이렇게 이유나 원인에 집중하면 '진짜 문제'에 더 가까워질 수 있고 더 명확한 안건을 설정할 수 있다.
동시에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문제 원인의 적당한 범위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는 문제의 범위와 복잡도에 따라 한 번만 왜를 해도 될 때도 있고, 세 번을 해야 정확한 문제가 나올 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다. 중요한 건 문제 중에서도 원인이 되는 것, 즉, 문제의 본질인 문제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점을 파악할 때는 결과를 일어나게 만든 원인들 중에서 대처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찾아보도록 하자.
'왜'라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은 후에는 이를 그대로 안건을 기술하는 데 활용하면 된다. 이와 더불어 회의나 토론회의 목표를 고려하여 안건을 기술하면 좋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하는 목적은 크게 아이디어 공유, 문제 분석, 우선순위, 또는 해결방안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 등 조직에서 사업을 평가하거나 개선점을 찾는 회의라면 문제점을 파악하는 질문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이처럼 동일한 이슈를 다루더라도 안건이 쓰인 방식에 따라 토론의 방향성과 참여도가 달라지므로 안건을 기술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안건을 명확하게 다듬으면 참여하는 사람이 논의의 요지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오해만 깊어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토론회나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 모두 시간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제부터는 토론회나 회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안건을 명확하게 설정했는지 점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