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의 양만큼 의견의 다양성이 중요해요.
여러 회의에 참석해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을 마주하게 된다. 하나는 담당자의 보고성 발언을 중심으로 하며 다른 구성원의 참여가 없는 회의고, 다른 하나는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회의다. 일견 후자가 더 바람직한 회의처럼 보이지만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이 오가는지 알아봐야 한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지만 논의되는 내용은 거의 비슷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말하고, 그 말에 동의하는 이유를 다른 말로 풀어서 말하거나 근거를 더하는 식으로 말이다. 심한 경우에는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이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경쟁처럼 보일 때도 있다. 만약 우리 회의가 이런 모습이라면, 단순히 참여를 촉진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논의의 다양성 측면에서 여러 고민을 해봐야 한다.
토론에서 의견의 다양성을 장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회의에서 모두가 토론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인원의 발언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사람들이 거드는 경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이때는 앉은 순으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말하는 것으로 회의의 규칙을 정하면 좋다. 동시에 상황에 따라 '1회 3분 이내 발언하기', '1명이 연달아 발언하는 것 금지' 등의 규칙을 두는 것도 고려해보자.
의견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또 다른 방법은 진행자나 상사가 구성원의 제안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팀원 중 한 명이 "A 서비스의 가격을 20% 인상해야 합니다."는 제안을 했다면, 이를 "그럼 역으로 생각해서 가격을 낮춰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가격 인상'이라는 논의의 방향성 또는 프레임을 '가격 인하'라는 것으로 전환하여 폭넓은 토론을 할 수 있게 된다. '가격 인상을 해야 하는 이유'와 '가격 인하를 해야 하는 이유' 양 측면을 모두 논의할 수 있고, 일종의 역발상으로 여러 의견을 유도하는 것이다.
동시에 '악마의 변호인 기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사전에 팀원 중 한 명을 지정하여 회의 중에 반대 의견을 제기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 모두 공통된 의견을 내놓을 때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자. 이는 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며 우리 조직이 집단적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기법만큼 중요한 것이 반대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다름이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아무리 토론을 많이 한들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보통 많은 사람이 사전에 회의 정보를 공유할 때나 회의를 마무리할 때는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라고 요청하곤 한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이 생각한 아이디어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도 논의할 수 있도록 요청하면 더 좋다. 이를테면, 아이디어에 대한 위험 요소 3가지도 함께 고민해 달라거나, 그 아이디어가 실패한다면 왜 실패할지 함께 고민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처럼 반대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특히 특정 개인이 밀고 있는 제안이나 프로젝트를 논할 때 빛을 발한다. 어떠한 제안이나 프로젝트가 누군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면 다른 구성원은 대놓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길 꺼리게 된다. 자신의 발언이 그 사람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고, 업무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만들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은 사전 요청사항과 질문을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해 반대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 조직에서 토론도 많이 하고 모두 열심히 참여하는 것 같은데 해결안이 도출이 잘 되지 않거나 대부분 비슷한 결론에 다다르는 것 같다면, 어떤 의견이 오가는지 유심히 살펴보자. 의견의 양만큼 의견의 다양성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