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인터뷰 14 : 미셸 푸코

일간 김경윤 68 (2026. 4. 9)

by 김경윤

제14장. 미셸 푸코 : 보이지 않는 감옥, 권력의 비밀을 파헤치다

- "너는 네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다"


1. 파리의 한 낡은 도서관, 먼지 쌓인 고문서들 사이에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런 으슥한 도서관의 고문서실에서 선생님을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진리’, ‘이성’, ‘인간’과 같은 거대하고 고상한 주제들을 다루는데, 선생님의 책들은 ‘광기’, ‘감옥’, ‘병원’, ‘성(性)’처럼 어둡고 기이하게 느껴지는 주제들로 가득합니다. 왜 이런 주제들에 그토록 끌리셨던 건가요?


(안경을 고쳐 쓰며, 날카롭지만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허허, 환영하오. ‘고상한’ 주제들이라! 바로 그런 고상함이야말로 내가 가장 의심하는 것이오. 철학자들은 마치 하늘 꼭대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을 좋아하지. 하지만 나는 그런 보편적이고 영원한 ‘인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의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문제요. 우리는 왜 어떤 행동은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행동은 ‘비정상’ 혹은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왜 죄수를 감옥에 가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우리는 왜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이토록 부끄러워하면서도, 동시에 집요하게 파고들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고상한 철학책 안에는 없소. 오히려 사회의 가장 어둡고 비천한 장소들 - 정신병원, 감옥, 진료실 - 의 잊혀진 기록 속에, 먼지 쌓인 법률 문서와 의학 보고서 속에 숨겨져 있지. 나는 마치 고고학자가 땅을 파서 고대 유물을 발굴하듯, 과거의 기록들을 파헤쳐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들의 ‘기원’을 밝혀내려 하오. 이것이 내가 나의 작업을 ‘지식의 고고학’이라고 부르는 이유요.


지식의 고고학이라니, 정말 멋진 비유네요! 선생님의 첫 번째 위대한 발굴 작업이 바로 『광기의 역사』였죠.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이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광기’를 배제하고 억압함으로써 탄생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하셨습니다.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잊혀진 사실을 다시 들춰낸 것뿐이오. 르네상스 시대까지만 해도, ‘광인’들은 우리 사회의 일원이었소. 그들은 조금 이상하지만 특별한 진실을 말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마을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기도 했지.

그런데 17세기, 소위 ‘이성의 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소.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들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며 합리적인 ‘이성’을 인간의 중심으로 올려놓았지. 그러자 이 ‘이성’의 빛나는 왕국에 들어올 수 없는 자들, 즉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광인’들은 갑자기 배제의 대상이 되어버렸소.

그들은 더 이상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이성적인 존재’로 낙인찍혔지. 그리고 거대한 ‘감금’이 시작되었소. 유럽 전역에 수용소가 세워지고, 광인들은 빈민, 부랑자, 범죄자들과 함께 그곳에 갇히게 되었소. 이것이 바로 정신병원의 시작이었지. 의사들은 광기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규정했고, 온갖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정상’으로 만들려고 애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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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장자, 예수, 부처, 디오게네스를 좋아하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 인문학적 소재로 30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 가파도 매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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