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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r 02. 2024

지망생과 작가 사이 그 어딘가의 하루



“3월이나 4월에 작가와의 만남이나 북토크를 진행 진행하시는 건 어떨까요?”


“작가와의 만남이요? 어…. 음…. 일단 고민해 볼게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나의 첫 책 <경기도 혼자 삽니다> 감리 일정 시간이 언제인지 출판사 대표님과 카톡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작가와의 만남을 제안하셨다. 작가와의 만남이라…. 과연 사람들이 올까?

하는 생각과 내가 그런 행사의 주인공이 되다니, 선뜻 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말에 주춤거렸다. 여전히 난 꿈을 갈망하고 쫓아가는 사람인 것만 같았다.


경기도 혼자 삽니다. 책 표지 뒷면의 책에 관한 짧은 소개 글을 넣고 밑에 [ 작가_정희정 ]이란 말이 너무나 쑥스러웠다. 처음에는 저 작가라는 단어를 빼는 게 어떨까요?

말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려다가 입을 재빠르게 다물어버렸다. 그래 그래도 넣어야지. 책을 한 권 쓰기는 했잖아. 뭔가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가라는 말 이제 써도 되잖아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마치 지금은 지망생에서 작가로 넘어가는 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출판사와 나의 구독자분들이 작가로 대해 줄 때마다 아직은 좀 어색하다.

그리고 아직 나의 책은 출간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밥이 다 되고 뜸 들이고 있는 기간이라서 밥솥 뚜껑을 열지 직전이라 마음이 더 두근두근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번 주 목요일 감리를 보러 파주에 갔다. 나는 처음 보는 감리라서 연차까지 내고 시간을 온전히 빼놓았다. 물론 내가 가서 직접 감리를 보며 인쇄소나 출판사에 이건 저렇게 해주세요 저건 이렇게 해주시라고 요청하러 간 게 아니다. 오로지 뒤에서 구경하러 간 게 맞다. ‘내 책이 잘 나왔을까?’ 하는 확인을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냥 출판 과정에 대한 경험을 다 해보고 싶었다. 출판사 대표님과 디자이너님은 내가 감리를 처음 구경하는 걸 알기 때문에 혹시 기대보다 허망할까 봐 미리 말씀을 주셨다 “작가님 책은 표지 확인하고 본문은 별색만 들어가서 크게 감감리할 게  금방 끝나서 실망할  있어요”




차에서 기다리며 인쇄소 바라보기

나는 그 세계를 모르기 때문에 짧게만 확인해도 그게 짧은 건지 모른다며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저 파주 인쇄소는 어떻게 생겼는지 감리는 어떻게 보는지가 궁금했었다. 그렇게 난 호기심에 가득 차서 인쇄소에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먼저 도착해 버렸다. 

디자이너분을 기다리며 인쇄소 한 바퀴를 돌면서 구경하는 사이에 디자이너분도 도착했다. 그리고 곧이어 제작 실장님도 도착해서 인쇄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진하게 풍기는 잉크 냄새에 처음에는 그 냄새에 압도당해 숨이 막혔는데 곧 익숙해졌다. 






멀리서 인쇄 기계에 걸려 있는 내 책 표지를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저벅저벅 크게 걸어가 확인…. 아니 구경하고 디자이너분은 재빨리 자기가 뽑아온 샘플 책 표지를 들고 와서 색을 맞추기 시작했다. 제작 실장님도 같이 와서 빛 밝은 데서 보면 더 정확하다며 새로 뽑은 표지를 들고 밝은 데서 가서 보기도 하고, 나는 뒤에서 종종 쫓아다니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책도 처음 내고 감리도 처음 왔어요. 티를 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쇄소에서 연신 사진을 찍는 행위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처음이고, 나중에 이런 경험을 또 글로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체면을 지키기보다는 처음 와본 티를 내며 사진 찍기를 택했다. 그렇게 책 색감은 맞춰지고 같이 온 디자이너분과 제작 실장님 각자 샘플 표지 출력된 거를 한 장씩 돌돌 말아 챙겨갔다.



“너무 일찍 끝나서 아쉬우시죠” 디자이너 분과 제작 팀장님은 나의 사진 찍는 걸 보고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워했을까 봐 걱정했다.

나는 아무도 사진 안 찍는 이 분위기에서 사진을 찍었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겠다. 생각하며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미 사진은 충분히 찍었는걸요”


나에겐 기록이 필요했고, 인스타툰을 운영하기 때문에 사진은 꼭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것만 아니면…. 아니다 해도 SNS 올리는 게 없어도 처음이니까 기념으로 사진은 찍기는 찍었을 것 같다. 그래도 초보티를 내는 건 늘 부끄럽긴 하다.


감리가 일찍 끝나서 디자이너분과 파주 한 카페에서 고즈넉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출판사 대표님과 미팅하기 위해 광흥창으로 또 차를 타고 달려갔다.


대표님은 오자마자 북토크를 진행할 출판협회 회의실로 나를 데려갔다. 사진보다 꽤 큰 회의실 나는 보자마자 또 주춤거렸다, “와 여기서 내가 북토크를 한다고…?”


대표님은 빔프로젝터 기계나 의자 같은 걸 확인하시고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자, 담당자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우리가 있는 회의실로 왔다.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파란 니트옷에 검정 긴 바지를 입은 여성분이셨는데 서글서글 한 얼굴로 우리를 보며 활짝 웃으시며 인사를 하셨다. 그러면서 대관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 주며 작기는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지 않다면 괜찮을 거라고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설명을 해주셨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작지는 않은 회의실이었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대표님과 대관 담당자님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나는 말없이 웃음만 머금은 채로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사실 신기했다.

조용히 집에서 썼던 글로 인해, 이 글은 점점 성장해 나가더니 나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 줬다는 게 말이다. 나의 책 한 권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움직여 주는구나. 감사하면서도 신기한 마음이었다.


회의실을 보고 우리는 다시 건물에서 내려와 카페로 왔다. 이미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을 이곳저곳 다닌 게 기가 빨렸는지 생전 마시지 않은 달콤한 달고나 커피를 시켰다. 그때 나는 사실 배가 너무 허기져서 머리가 어지러운 상태였다. 점심을 드셨냐는 말에 “안 먹었지만 괜찮아요.”라고 거짓말이 먼저 나왔지만, 출판사 대표님은 “샌드위치라도 드실래요” 하는 말에 그래 먹어야지 머리가 돌아가겠다 싶어서 거절하지 않았다.


샌드위치를 냐금냐금 먹으며 조금씩 허기가 달래지고 머리 어지러운게 정상으로 돌아오는걸

느끼며 작가와의 만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기하고 떨리는 마음은 있지만, 또 비즈니스적인 마인드가 나와 작가와의 만남을 하게 되면 어떤 분들이 오실지 오시는 분들의 바라는 주제에 따라 이야기 방향이 달라질 것 같다며 어른의 모습으로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분명 떨리고 쑥스럽지만 한 번쯤은 아니 후에도 강연 같은 건 해봐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서 “에이 저 그런 거 못 해요” 손사래 치며 거절은 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이 올지 하는 걱정은 좀 되기는 하지만.


감리를 보러 가는 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찰칵찰칵 사진을 찍고 작가와의 만남의 제안에 쑥스럽지만, 경험을 또 해보고 싶어서 용기 내 한 발짝 다가가는

지망생 마음을 아직 품은 채 작가로 달려가고 있는 그 어디쯤 있는 것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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