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 Mar 28. 2024

멋모르고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등록하다.

등록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요즘.

무척 예민한 눈동자의 흔들림이 많은 원장과 대략 1시간가량 상담을 하면서 계속되는 고민은 요가 원장의 성향이었다. 요가 원장의 문제라기 보단 나의 문제였다. 나란 사람이 잘 버텨낼 수 있는지가 큰 관건이었다. 더 이상 많은 말과 에너지를 소비하며 타인과 불필요한 관계를 이어 가고 싶지 않은 나의 성향. 단체보단 혼자가 좋고, 홀로 보내는 시간이 소중한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나란 사실을 이젠 너무나 잘 알아 버렸기에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요가원에서 요가다운 요가를 해보고 싶은 나의 욕망, 아사나(요가동작)를 부상 없이 숙련된 사람들처럼 하고 싶은 욕심, 언제 어디서나 호흡과 몸을 조절하고 싶은 나의 희망이자 꿈을 위해 난 사람들 사이, 사람들 무리에 다시 발을 들여야만 한다.


상담도중 TTC 과정, 즉 Teacher training course. 요가 지도자 과정도 이곳 학원에서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이전 스포츠 센터에서 무리하게 다리 벌리기를  매일 진행했다. 운전하면서 마찰이 더 심해졌고 결국 고관절 쪽에 염증 치료를 한동안 받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좀 더 전문화된 곳에서 나의 몸을 알고 동작을 한다면 다른 변형된 동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였다.


몸이 궁금했다.

식단에 따라 변하는 면역체계, 지방비율, 체중조절.

요가를 하면서 단단해진 손목, 발목.

몸의 형태가 차츰차츰 변하는 과정이 신기했다.

사람몸이, 내 나이 오십 줄에 변한다고?

정말? 진심으로?

이게 말이 되는 상태인지 더욱 궁금했다. 나의 몸이 변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왜 요가를 좋아하는지 궁금했고, 왜 요가를 하고 나면 몸속 에너지가 정수리 쪽으로 쭉 끌어당겨 올라오는 느낌이 나는지 궁금했다. 도대체 이 요가가 뭐길래 이토록 매력적인지, 어떤 면이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지 알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마치 새로운 세계, 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펼쳐 저 있는 느낌이었다. 그 모르는, 알 수 없는 그쪽 세상에 다녀오 고 싶었다.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을 대략 20년 정도 남았다고 계산했을 때 요가가 있는 세상에 한 1년 정도는 다녀온다 해서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 뒷바라지도 함께 하려면 완전히 요가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지만 한 50-60프로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성격도 한몫했다. 궁금하면 먼저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헤매고, 결국 요가원에 가서 20년 된 지도자와 상담까지 마쳤다. 결정은 나의 몫이다.


제차 물었다. 20년 경력을 가진 원장은 나의 몸을 아사나 동작을 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하면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충분히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며 예민한 눈동자로 날 빤히 쳐다보았다. 요가지도자 과정은 3개월 과정에 몇백만 원이었다. 이미 인터넷으로 이 요가 학원이 막 새로운 곳으로 이전 확장한 곳임을 알고 갔기에 행여 원생을 많이 모집해야 해서 나이 오십 먹은 나에게 사기를 치는 게 아닌가란 의구심까지 들었다. 나이 50에 요가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지도자 자격증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고 심지어 실버요가 강사까지 추후 할 수 있다고 했다.


 정말? 진심으로? (하지만 속으로 더 이상 가르치는 직업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도자 과정을 듣게 되면 몸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근육과 뼈의 움직임조차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나의 몸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거라 했다. 그 자리에서 4번을 넘게 물었다. 요가를 못해도 지도자 과정을 마칠 수 있는지. 20년 경력을 가진 요가 지도자 원장은 당연히 자기가 다 만들어 준다며 장담했다.


나의 목적은 오로지 딱 한 가지였다. 사실 목적이라기 보단 '꿈'에 가깝다.

그 꿈을 이루고 싶다. 어쩜 이토록 원하니 실망이 클 수도 있겠다. 그러니 적당히 한발 물러서서 마음을 먼저 알아 차린 뒤 선택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는 마음으로 다가가야겠다.


요가에 대해 알고 싶고

요가를 나 스스로 홀로 수련할 수 있는 정도까지.

몸을 무리하게 쓰지 않고 나의 몸 구조와 골격 구조를 잘 파악해서 내 몸에 맞는 수련을 찾고 싶은 꿈.

요가원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매트를 깔고 난 뒤 호흡수련으로 시작해 하루를 나의 하루로 만들고 싶은 건방진 꿈.


옷을 주섬주섬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뒤 새로운 그 세상으로 들어갔다.

첫 수업이다.

20년 경력을 가진 요가원장의 수업은 말 그대로 나에게는 어지러웠다. 체육관에서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을 귀로만 듣고 지시하는 대로 동작을 하면 된다 했다. 난 그녀가 지시하는 말을 50프로 정도 알아듣고 대충 옆, 앞, 뒤 사람들의 동작을 보며 눈치껏 동작을 따라 했다. 처음 해보는 동작도 많았고 왼쪽, 오른쪽 방향조차도 마구잡이로 혼돈되었다. 한국말인데 못 알아듣겠다. 처음 해보는 동작의 기본기도 모르는 상태라 배를 더 쏙 넣어야 하는지, 무릎은 어는 정도 굽혀야 하는지, 발은 어는 만큼 벌려야 하는지, 도통 알 수 동작들 밖에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원장은 '태양경배'라는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동작을 집에서 연습하라고 지시했다.


정신없는 첫 수업을 마친 뒤 원장과 다시 짧은 면담을 했다. 요가 지도자 과정이 '협회'에서도 딸 수 있었다. 비용은 더 저렴했다. 개인 요가원에서 따는 것과 차이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협회에서 따는 자격증은 시수만 채운뒤 공장처럼 마구 발급하는 자격증이라했다. 자기 요가원에서 하면 더욱 알찬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장담했다.


요가자격증은 '민간자격증'이었다.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못마땅 한지 그녀의 인상은 매우 차가웠다. 하지만 몇백만원의 돈을 무작정 결제할수는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입장에서는 불안했다. 인터넷에서도 알아 보았고, 다른 요가원에 전화해서 알아 보았지만 다들 자기 협회 또는 요가원에서 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씩으로 말만 했다. 말 그대로 요가지도자 자격증에 대한 체계가 전혀 잡혀 있지 않았다. 불안했지만 한번에 3개월치를 다 등록해야지만 되는지 알았고 원장은 나에게 더이상의 정보를 주지 않았다.


여전히 난 20년 경력을 가진 요가원장의 예민한 기운이 거슬리지만 요가가 너무 궁금한 나머지 3개월 할부로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등록했다. 수련 100시간은 비용에 포함되어 있어 언제나 와서 수련을 해도 된다고 했다.


지도자 과정시작은 3월부터였고 2월 한 달 동안 난 그곳 요가원에서 꿈과 희망을 품은 마음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꿈과 희망을 가진 기분은 참 묘했다. 하루하루 요가 생각에 차분하면서도 잔잔한 기운을 지속하기 위해 난 매일 감사함을 외쳤다.


이 나이에 이런 기회를 가진 내가 대견했고

요가를 할 수 있는 몸에 감사했고

나의 이런 무모한 도전을 응원해 준 가족에게 감사했다.


보일러가 들어오는 나무바닥 위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때론 예민하고 불편한 원장의 기운을 느끼며

2월 수련을 시작했다.


난 더욱더

왜 내가 그런 불편한 (원장에 대해) 기운을 느끼는지 나 스스로를 더욱 관찰하기 시작했다.


요가를 하러 갔는데 온전히 요가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난 요가 TTC등록을 잘한 건지 못한 건지에 많은 신경과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비용도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 원장이 나의 요가 아사나 동작의 완성도를 높여 줄지도 계속해서 의심이 되었다.


결국 요가를 잘하고 싶은 욕망과 욕심으로 선택한 나의 결정에 난 의심을 품고 있었다.


과연 난 저 TTC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by Choi.


매거진의 이전글 20년 경력을 가진 요가 원장과의 첫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