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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Apr 29. 2024

선생님, 제 이빨모양이 그토록 어려운가요?

치과 크라운 본 수정만 6번째.

치과를 도대체 얼마나 더 자주 가야 하는 걸까?


기공소에서 크라운 수정만 벌써 6번째. 

본뜨기 3번.

2개의 크라운 둘 다 안 맞음.


치과 의사는 여자 선생님이다. 내가 만나본 의사 중 최고로 꼼꼼하다 할 만큼 야무지게 치료를 잘한다. 


우리 가족 모두 이곳에서 이빨 치료를 받는다. 호찌민에서 참고 참았던 치과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는 중이다. 남편도 벌써 크라운을 2개나 교체했다. 한국 와서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치과가 있다는 안정감!!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치과를 다니고 있다. 말도 통하고, 특히 이빨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감. 그저 좋다. 


이번 작업은 크라운만 교체를 하면 되는 작업이다. 한데 뭐가 문제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첫날 크라운이 도착하고 3일 정도 착용을 하다 모양새가 이전과 너무 달라 치과에 다시 갔다. 난 단지 궁금했다. 어째서 이전 이빨과 모양이 다르게 나왔는지. 앞쪽 이빨이라 모양이 중요했다. 보기가 영 거슬렸다. 씹는 느낌도 달랐다.


결국 다시 기공소로 직행. 

두 번째 받은 날 뭔가 이상하다. 선생님이 다시 수정. 

뻐드렁니 같다. 

다시 본뜨고 두 번째 이빨 기다리는 중. 

도착했는데 이빨 사이가 너무 벌어져 침이 나오기도 하고, 바람이 쓩 쓩 들어가고 나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그 틈 사이로 잎술까지 흡입할 수 있다. 이빨 모양이 문제가 아니라 기능이 문제다. 

다시 본뜨고 기공소로 이빨 돌려보내짐. 

아... 인내심이 폭발할 것 같다. 

매주 2번 이상 치과에 들러 이빨 착용하고, 기공소로 돌려보내기를 4월 한 달 꼬박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크라운을 착용 후 기존에 이빨과 사용감, 위치, 형태가 너무나 달라서


" 선생님, 이게 왜 기존 이빨모양과 많이 다르죠? 여기 아랫니와 자꾸 걸려서.. 음식을 잘 못 씹겠어요."

"네? 만드는 사람이 다르니 모양도 다르죠. 어떤 모양을 원하시는 거예요? 원하시는 게 뭐예요?"


난 화들짝 놀랐다. 


'원하는 게 뭐냐고?'


너무 당황해서 대응도 하지 못하고 대충 새 크라운을 끼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사와 간호사의 태도가 무례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 방문날 의사는 똑같은 말투다. 

"어디를 어떻게 수정해 드릴까요?"


난 조근조근 내가 하고픈 말을 했다. 


" 선생님, 제가 어떤 모양을 원하는 게 아니고, 이 크라운이 이러이러한 점이 지금 불편합니다라고 선생님께 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어떤 모양을 원하거나 트집 잡는 게 아닙니다. 저는 기존 이빨처럼 아랫니와 부딪치지 않고 원래 제 이빨 토끼 이빨 모양 그대로를 원합니다. 현재 새로운 크라운은 사이로 바람이 새어 나와 말을 할 때 발음까지 이상합니다."


"네? 환자분이 너무 예민한 거 아니에요? 이빨 사이는 원래 공기가 다 통해요. 환자분이 원하는 모양 대로 이빨을 다시 수정하면 너무 모양이 크고 안 이뻐요."

"선생님, 이건 그냥 크라운이 오래되어 교체를 하는 건데, 이전 이빨 사이로는 이렇게 바람이 많이 쌔어나가질 않았어요."

" 그건 환자분이 기존 이빨 사이로 바람을 불어넣지 않았겠죠."

"네? 선생님! 이번 새 크라운 사이로 제가 일부러 바람을 불어넣지 않았습니다."


"우선 누워 보세요. 다시 한번 볼게요. 하지만 환자분이 원하는 데로 수정을 하게 되면 이빨 모양은 더 커지고 이쁘지 않아요."


여 의사는 한참을 들여다보고선 내 말을 이해한 듯했다. 


"음... 이거 다시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다시 한 번 더 본뜰게요."


그리고 여의사는 더 이상 말을 아꼈다. 결국 새로운 크라운 모양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뭐 하러 이빨 사이로 바람을 불겠는가...

아 정말!!


치과를 방문할 때마다 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의사와 간호사의 태도 때문이었다. 분명 기공소와 간호사 치과의사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다. 




실망스러움. 

그토록 믿고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다닌 치과였는데.


내가 느낀 건

'방어' 태세였다.


이곳에서 크라운을 했는데, 행여 내가 진상 짖을 하며 환불을 요구하거나 큰소리로 불평불만을 토로할까 미리 간호사와 여의사가 한마음으로 '우린 잘못 없어요.' 하는 느낌이었다. 


아직도 수정 중이다. 오늘은 새로 본뜬 이빨 1과 2를 동시에 다 기공소로 보낸다고 한다. 

이유는 

이빨 1 크라운은 틈새는 문제없지만 뻐드렁니처럼 튀어나와 입술이 들린다.

이빨 2는 틈새에 구멍이 난 것처럼 바람이 새고 침이 종종 흘러나온다. 

기공소에서 이빨 1번을 이빨 2번 모양처럼 옆면을 수정한다고 한다. 


오전 치과 약속 때문에 나의 하루 일과는 오늘도 어정쩡 해졌다. 




 "선생님, 제가 무얼 원하냐고요?"


" 크라운이 기존 모양과 별 차이 없이 기공되어 왔으면 합니다. 아랫니와 좀 덜 부딪혔으면 좋겠습니다. 편하게 오랫동안 잘 사용하고 싶어요. 기존에 이빨도 크라운이었는데 왜 선생님 치과에서 새로 한 크라운만 이렇게 문제가 많은 걸까요?"


다음 주에는 제대로 된 크라운이 도착해서 이사 가기 전 이빨 치료가 끝이 났으면 합니다.!!!!


이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That's what I want!!"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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