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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Apr 22. 2024

한날 동시에 두장의 과태료를 받아 보셨나요?

전 그 어려운걸 하는 여자 랍니다.


한국 와서 서둘러 신청한 것은 자동차였다. 코로나 덕분에 신차출고는 늦춰졌고 어쩔 수 없이 렌터카를 한동안 타야 했다.


신차를 출고하면서 딜러한테 내 차는 저공해 차량이라 친환경차라는 설명을 어렴풋이 들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주차도 자동 할인 되었다. 기분이 뿌듯했다. 환경에 보탬이 되는 차를 타고 다닌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휘발유지만 무연이라 무식한 난 내 차가 친환경 차인 줄 알았다.


스포츠 센터에 '친환경 전용 주차'구간이 생겼다.

여유 있게 주차할 수 있어 좋았다. 여러 번 했다. 불법주차 고지서 8만 원짜리가 날라 오기 전까지 난 당당하게 친환경 전용 주차구간에 주차를 했다.


구청에 전화를 했고 고지서가 잘못 온 것 같다고 했다.


직원이 차량 조회를 한 후 당황해했다.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입니다. 고객님 차는 친환경 차가 아니라 저공해 차량입니다."라고 했다. 난 다시 항의했다. 분명 차를 구입할 때 딜러가 '친환경 차'라고 했다고.

그는 고객님 차량은 "저공해 차량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억울하고 원통해서 난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었다.

"아니, 스포츠 센터 주차 구간 안에 까지 와서 이런 사직을 찍어요?"

그랬더니 직원왈

"일반 고객"이 찍어서 신고한 거라고 했다.


와.... 배신감이 들었다. 같이 스포츠 센터에 운동하러 온 처지에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브런치 작가 중 '천재작가'님이 생각났다. 그분 책이 생각났다. 그러다 웃음이 터졌다. 설마~~ ㅋㅋ


그것도 잠시.

또 다른 고지서 하나가 더 있다. 종합 선물 세트를 받은 날이다. 이런 날은 무슨 날일까? 고지서 2통이 한날 한시 우편함에 꽂혀 있다.

그야말로 고지서 복 터진 날이다.

이런복은 안터져도 되는데. 이런복은 사양하고 싶다.


전화 통화 후 다른 고지서를 뜯어 보았다.

항상 직진만 하는 그 남자.

주로 고속도로에서만 운전하는 그 남자.

끼어들기, 신호 보는 법이 아직도 서툴고 차선 바꾸기를 두려워하는 그 남자.

베트남 발령전까지도 운전을 못해 결혼하고서도 나 혼자 운전을 다했었다.

아~~~ 그 남자는 나의 서방님이다. 그가 교통위반 신호로 딱지를 떡 하니 끊었다. 과속도 아니고, 신호등 위법!!!


요가원에서 배운 '우짜이 호흡'을 시도 했다. 우선 진정할 필요가 좀 있었다.


토요일 일요일 주말 요가지도자 과정 수련 때문에 아이 픽업을 남편에게 맞길수 밖에 없었다. 불안했지만 가까운 거리라 괜찮을 줄 알았다.


헌데... 이런.. 어이없는 딱지를 끊을 줄이야..


신경이 쭈삣 쭈삣 올라온다.

나도 하나 끊고, 너도 하나 끊고 우리는 사이좋게 하나씩 각각 나누어 끊었다.

부부라서 일심동체인가 보다.

다른 건 하나도 비슷하거나 마음 맞는 게 없는데 어쩌면 이런 건 알아서 합이 척척 맞을까?


냉수를 한 그릇 들이켰다. 남편한테 분노, 장문의 카톡을 하나 보낸 뒤 난 좀 진정을 찾았다. 그는 너도 하나 끊었잖아 라는 억울함의 목소리를 내려다 나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는지 바로 앞으로 조심한다고 했다.


하나는 구청에, 하나는 경찰서에 바로 과태료를 입금했다.


한날 동시에 다 끊은 딱지다.

이런 우연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만들어지는 걸까?


문득 스치고 지나간 생각.

이러다 평생 내가 운전하는 거 아니야? 체력이 남편이 더 좋은데? 이건 아니지..

나이 들어 꽃놀이도 다녀야 하고, 경치 좋은 절도 찾아다니면서 놀아야 하는데~

해결책을 찾아야겠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난 '기아' 경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둘 다 사고 안 난 게 어디야.

둘 다 안 다친 게 어디야.

둘 다 몇십만 원 과태료로 해결되어 천만다행이야.

그래서

결국

난 또 감사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저녁준비를 했다!


과태료를 물고도 감사하는 마음가짐이라...

아! 좀 억울하다.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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