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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n 29. 2024

#2) 하와이 한 달 어디서 살아? 주차비 별도라고?

25일 이상 거주라면, 꼭 기간을 월단위로 하세요.

잠을 잔 건지 숙소를 찾다 과로로 괴사 한 건지 알 수 없는 주말 밤을 보내고 느지막이 일어났다. 두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와이 거주 중 제일 크게 차지했던 숙소비용.


그와 난 주차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와,

마치 큰 숙제를 해결했다는 안도감,

그리고 지리적으로도 탁월한 선택 같다는 자화자찬과 함께 고구마와 계란을 쩝쩝 먹으며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경제적으로 크게 넘쳐날 만큼 여유롭지 못한 우리 두 부부는 서로서로를 위로하는 듯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우리의 결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초 긍정적인 마인드를 마구 분사했다.


'비행기 삯을 마일리지로 가니 괜찮아~'라는 오묘한 위로.

'한번 가는 건데, 다녀와서 좀 절약하면 되지 뭐~, 안 그래?'라는 설득력 있는 위로.

'정 안되면, 적금 하나 깨야지..., 우선 학교 학비는 해결했으니, 잘 될 거야.'라는 무모하고도 맹목적인 긍정의 위로.

이럴 땐 두 부부가 얼마나 합이 척척 맞는지~ 아놔~~



11시, 카톡! 카톡! 카톡!

친구다. 숙소를 어디로 정했는지 물어보는 메시지와, 차량 랜트에 관한 메시지였다.


'여차 여차 해서 지역은 이쪽이고 학교까지 8분 거리, 앞은 공원과 해변이 있다. 비용은 이 정도 들었다. 그런데 친구가 알려준 숙소는 빈 유닛이 없어서 못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성격 급한 친구가 부랴 부랴 전화가 왔다.


자기 숙소 쪽에 방이 많고 여전히 검색이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직접 찾은 방 사진과 룸 링크를 3개를 나에게 보냈다. 가격도 훨씬 저렴했다. 방도 더 넓었다. 심지어 주방도 넓었다. 와이키키와 가까웠다. 그 가격에 주차도 포함이다. 아뿔싸...


기분이 찝찝하다.

아!!!! 뭔가 이상하다!!!


링크를 열기 위해 에어앤비 앱을 다운 받았다. 이거 뭐지? 어?


절대로 저희 부부가 저지른 실수를 하지 마세요!!!!!!!

에어비앤비 앱 꼭 다운로드하세요!!!!!

25일 이상 거주라면 월단위로 일정을 선택하세요!!!!


다운로드한 앱에서 숙소 기간을 선택할 때 위에 '날짜 지정, 월단위, 유연한 일정' 옵션이 달력 위로 보였다. 노트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노트북으로 기간을 선택할 때는 월단위가 아니더라도 모든 선택이 가능했다. 하지만 앱에서는 롤렛 모양의 바퀴가 보이면서 기간을 한 달 단위 이상 선택 하게끔 되어 있었고, 가격은 월단위로 선택했을 때 지정한 날짜보다 6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차이를 보였다. 크게 150까지도 차이가 났다. 이유는 주차비용 때문인 듯했다. 또 호스트에 따라 달랐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여하튼 가격이 다운되었다. 차라리 월단위로 설정하고 입국과 출국 날짜를 마음대로 설정하면 체크인 시간 오후 4시까지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수 있어 여유로운 일정을 소화할수 있다.


남편의 작은 두 눈이 개구리 왕눈이처럼 휘둥그래졌다. 그도 롤렛 모양의 기간 선택을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실감 했다. 이미 결제는 해버린 상태. 환불 방법은 없는 걸까. 가슴이 답답했다. 아침에 먹은 계란이 숨구멍을 틀어막는 듯했다. 왜 항상 난 이 모양 인지. 아날로그 방식이 편했던 호찌민!! 말과, 전화가 편했던 호찌민!! 그곳 생활방식으로 20년 가까이 익숙해져 있는 나의 사고방식은 모든게 최첨단 기계 식으로 바뀌어 버린 선진국 생활 (한국)에서 이런 실수는 빈번하게 일어났다. 벌써 요가지도자 과정으로 환불 못 받은 돈이.. 얼마인데... 이쯤 되면 거의 자포자기 수준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그사이 앱이 또 바뀌었나봐요. 한달전엔 분홍빛 롤렛 모양이었는데~

전화기 멀리서 친구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윙윙, 웅성 웅성, 깊은 한숨과 함께 팔다리 힘이 쭉 빠졌다.


"자기야, 그거 월단위로 선택하지 않으면 숙소 검색 안되지 않아? 에어앤비잖아. 자기 에어앤비 처음이야?'

"어.... 그리고 노트북으로 예약했어..... 앱은 방금 다운 받았는데..기간 선택하는 기능은 처음 봤어..."

"아우.... 자기야, 에어앤비에 연락해! 호스트한테 빨리 연락해서 취소하고 싶다고 이야기해. 12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니 전액 환불 되는 규정 있어. 빨리 서둘러봐. 그돈이면 차량 렌트 한달비용이 빠져!!!!"


그랬다. 노트북에서는 보이지 않는 기능 이었다. 26일, 27일, 28일, 29일 기간 단위로 지정하게 되면 우리 부부가 겪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콘도나 숙소를 예약하게 된다. 월단위가 아니라 일박 단위로 가격이 측정된다. 거기에 주차 비용까지 더해졌다. 그와 난 28일을 적용했다. 이틀이라도 숙박 비용을 아껴보기 위해 최대한 날짜를 줄이고 줄였다. 반대로 날짜를 늘리고 늘려야 했다. 그랬다면 어쩌면 노트북에서도 무언가 보였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그와 나의 문제가 뭔지 잘 모르겠다. 한국 와서 이런 씩으로 손해를 본 게 참 많다. 물건을 하나 사기 위해서도 인터넷과 유튜브를 뒤져가며 공부를 해야 했다. 쿠폰,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5%로 디스카운트 혜택, 할인매장, 아웃렛 행사품등 정보를 찾고 쿠폰을 다운 받고, 심지어 신용 카드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이 모든 걸 몰라서 이미 2년 전 정착 때, 가전을 혼수장만 하듯이 했다. 이제 이 정도 손해쯤은 초월할 수준의 경지에 올랐다 볼 수 있다. 난 호구가 된 상태로 살고 있다.


젊은 30대, 40대를 문명에 뒤처져 있던 베트남에서 보냈고 반대로 그사이 한국은 정말 빠르게 변했다. 2022년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핸드폰을 개통한뒤 인터넷 뱅킹을 의심하고 핸드폰 은행 앱을 두려워하던 나의 남편은 여전히 거부 반응을 많이 보인다. 그나마 한국에서 실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그 보단 좀 괜찮다 볼 수 있다. 어쩌면 베트남에서 살았던 안살았던 우리 두 부부의 성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남동생이 항상 그랬다. '누나야, 누나는 매형하고 세상 어찌 살라 카노?' 남동생은 아주 똘똘하다. 남동생의 목소리가 메아리 처럼 들려온다.


결국 남편보단 조금 더 똑똑 한것 같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에게 한 마디 던졌다. 누가 보면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아니, 핸드폰으로 숙소 검색을 하면서 왜 에어 앤비 앱을 다운 안 받았어??"

어정쩡하게 눈만 휘둥그리던 남편은

"내가 예약할게 아니고 그냥 검색만 하면 되는데 뭐 하러 앱을 다운 받아~ 그래서 그냥 검색만 했지....."


(남편아! 아마 앞으로도 우린 이렇게 살겠지? 사람은 잘 안 변하니까.. 그치?)


Aloha! 그냥 우리 이렇게 살자.

사건최후>

애어 앤비가 처음인 우리 부부는 에어앤비 고객 센터에 발생 12시간 이내에 연락하라는 친구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고객센터가 있는지도 몰랐다.


사람은 똑똑해야 한다. 나와 우리 신랑처럼 세상을 살면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손해 보는 삶을 살면 된다. 난 어느 정도 그쪽을 택했고 여전히 많은 손해를 보며 살고 있다. 내가 이득을 보게 되면 어느 누군가는 또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뭐 그런 합리화로 한국 생활을 현재 이어 가고 있는 와중 이번 사건이 또 터졌다. 돈이 가끔은 풍족했으면 하지만 이런 삶을 계속 산다면 결코 우린 풍족한 삶을 살 수 없다. 그나마 먹고사는 삶에 감사해야 한다. 멍청이가 된 건지, 바보가 된 건지, 자포자기한 삶을 사는 건지, 이게 내려놓는 건지 아니면 소위 말하는 나의 운명인지 잘 모르겠다. 휴~ 긴 한숨이 나온다. 돈이란 게 악착같이 모으고 절약한다고 해서 나의 수중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운이 좋게 또 들어올 때도 있더라.


거의 반은 체념한 채로, 연락을 취했다.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호스트는 12시간 넘도록 답변이 없었다. ‘갑자기 취소하고 싶다, 한달 단위 숙박 방법을 몰랐다, 부탁한다’ 등의 연락을 받은 호스트 입장도 이해가 갔다. 꽤 황당 했을것 같다. 호스트는 "예약확정과 동시에 취소할 경우 50프로만 환불"이라는 규정을 내세웠다. 그는 슈퍼 호스트였다. 여러 개의 숙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에어앤비 규정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12시간이 지나고 다시 하루가 지나서 연락이 왔다.


"예약을 취소 하고 싶은가요? 에어앤비 고객 센터에 연락을 먼저 하세요. 그곳에 규정을 따르겠습니다."


잉? 고객센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에어앤비는 그냥 고객과 호스트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라 생각했다. 환불과 가격은 호스트가 다 알아서 해주는 그런 플랫폼인지 알았다. 이전에 아고다에 연락을 했을때도 도움을 전혀 못받은 기억이 있어 에어앤비 고객센터도 마찬가지 일거라 판단했다. 소비자 편은 없더라. 고객 편은 없더라. 이 상황 속에서도 나와 남편은 에어앤비가 뭔지, 도데체 고객 센터는 뭐하는 곳인지, 에어앤비가 어느나라 사이트인지 알아보려 노력도 하지 않고 우리 경험에 비추어 판단을 내렸다. 유투브로 한번 찾아라도 볼껄....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토요일 종일,

일요일 종일,

월요일 종일,


우리 두 부부는 에어앤비 고객센터에 연락도 하기 전 탈진된 상태였다. 호스트는 월요일 오후 느지막이 연락이 왔다. 과도한 숙소예약 신경전으로 맨탈이 아웃된 상태였고 고작 몇 주인데, 그냥 다녀오자 라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보아하니 환불해 줄 생각은 일도 없어 보였다. 에어앤비 고객센터에 연락을 해서 '숙소 예약 방법을 몰랐다. 다시 한 달 단위로 하고 싶다. 환불해달라고 말하면 전액 환불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그냥 포기했다. 그랬다. 정말 지쳐 있었다. 어차피 내 돈이 아니란 생각까지 들었다. 단념을 해버렸다.


"침대가 두 개이니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 거야."

"그렇지?"

"그래~ 한번 가봐. 나름 방이 더 좋을 수도 있어."

"응.. "





by Choi.




숙소 괜찮냐고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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