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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l 17. 2024

하와이 '홀 푸드 마켓'에서 미국인들이 부러웠다.

우리나라에도 충분하고 안전한 큰 먹거리 매장이 있으면 좋겠다.

하와이에서 왜 이토록 난 마트에 집착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20여 년 전 호찌민에서 장보기, 즉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원하는 무언가를 찾았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었다. 특히 젖을 끊고 분유로 갈아탈 때 입이 짧은 아이 때문에 고생을 했다. 분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독일 본사에 까지 이메일을 쓴 적이 있다. 기저귀 역시 그랬었다. 여차 여차 아무래도 그때 그 당시 나의 습성이 이번 하와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 같다. 낯선 땅에서 원하는 마트를 찾았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표현하기 힘들다. 숙제를 다한 기분이랄까?



Whole Food Market (유기농 식품매장)


물가도 물가지만 이마트 저 마트 다니며 새로운 재료와 고기, 버터, 소스 등을 찾는 재미도 있었고 하와이 사람들이 뭘 먹고사는 지도 궁금했다. 그중 제일 충격적으로 놀란 곳은 'Whole Foods Market'이다.


충격도 먹고, 기분도 살짝 나빴다. 오가닉 제품들로 꽉 들어찬 그곳이 부러웠다. 어떻게 이 많은 음식들이 다 오가닉이지? 하와이 아니 미국인들은 이렇게 건강에 좋은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매장은 넓다 못해 거대했다. 환했다. 풍부한 먹거리와 여러 종류의 제품, 심지어 영양제까지 진열되어 있었다. 없는 게 없었다. 치즈도 종류별로, 햄도 종류별로, 도대체 이곳에 없는 게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덩치가 큰거야? 말도 안돼.. 선진국이구나...


부러워요.

갑자기 우리나라 '한살림' 매장이 생각났고 기분이 나빠졌다. 한살림 매장은 유기농을 포함해 우리나라 먹거리부터 살림살이까지 다양하게 판매하지만 대부분 소량이다. 한살림 매장에서 장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고( 난 주로 느지막이 가서 있는 것만 집어 오는 스타일), 제철 과일의 경우 가격도 비싸고 동일 제품은 한 사람당 한 봉지 이상 구입 하지 못한다. 다른 유기농 매장은 딱히 이용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하와이 홀푸드 마켓과 한살림은 비교조차도 할 수 없다. 한살림은 구멍가게다. 미국인들은 건강한 식재료를 맘껏 구매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충분히 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큰 유기농 마트가 있으면 좋겠다. 백화점 같은 식품관 말고 이 만큼 거대한 공간 안에 건강한 먹거리를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마켓이 생겼으면 좋겠다. 미국사람들이 부럽긴 부러웠다.


Whole Food Market에 방문한 날은 고기가 급 필요했고, 또 오가닉 제품이 많다 해서 'Local'이라는 딱지가 붙은 고기 두 팩을 샀다. 그날 저녁 아이와 나의 턱은 떨어져 나갈 뻔했다. 말고기도 아니고 어쩜 그토록 질긴 고기가 있는지, 베트남 고기 보다 더 질긴 고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어 본 것 같다. 분명 조리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미국 고기라도 'Local'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놓은 걸 보면 하와이에서 크고 자란 소고기라는 뜻인 듯하다. 결국 홀푸드 마켓에서 고기를 난 실패 했다. 하지만 그곳 정육점과 해산물 코너도 꽤 컸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듯했다.


Whole Food Market 한쪽 코너에는 또 즉석에서 볶은 땅콩을 기계에서 바로 갈아 피넛버터 형태로 짜내는 기계가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계량컵에 원하는 만큼의 피넛버터를 만들어 소량식 포장해서 구매할 수 있었다.


또, 뷔페로 먹을 만큼 음식을 담아 그램수로 계산하는 코너도 있었다. 대충 먹고 싶은 것을 마구 넣다가는 큰코다친다. 처음 방문한 날 아이와 저녁을 간단하게 해결하고자 얼렁뚱땅 포장용기에 담았는데 8만 원 정도의 비용이 나왔던 것 같다. 후들들. 그냥 포케나 다른 곳에서 외식하는 게 훨씬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피자와 냉장고에 포장되어 있는 즉석요리는 나름 괜찮았다.


요 사이즈 두팩 정도가 그 정도 가격 나왔는데, 저희집 중딩이 많이 담긴 담았어요.


Don Quijote (돈키호테)


우선 돈키호테 매장에서 대파 한뿌리, 감자 2개, 따게 없는 참치한캔을 구입하고 택스 포함해서 8불 정도 계산 한 것 같다. 대파 한 뿌리 가격에 놀랐지만 그날 저녁은 김치찌개를 해 먹자는 아이와 약속 때문에 우선 필요한 것만 한두 가지 구입했다. 영수증을 두 번 세 번 확인했지만, 그 가격이 맞았다. 순간 월마트가 그리웠다. 그 뒤로 돈기호테는 재방문하지 않았다.


나의 입장에서 매장 진열이 어지러웠고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일본 제품이 많았다. 난 딱히 살게 없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살 것도 많고, 먹거리도 많고,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마트 중 하나 라는데...

다시 하와이를 간다고 해도 글쎄다. 그냥 좀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인상만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뭐 그래도 급할 때는 나름 괜찮다는 판단이 든다. 정말 없는 게 없었던 곳 같다. 고기, 해산물, 쌀, 야채 등 소량으로도 모든 것이 구입 가능했던 곳이기도 하다.


https://www.donquijotehawaii.com/



대충 이 정도로 나의 하와이 마트 탐방을 마무리 지었다.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부터 일반 마트까지 하와이에는 없는 게 없었다. 편의점 같은 ABC 마트는 그냥 지나치면 서운할 정도로 자주 들락날락거렸다. 결국 영수증을 모아 바우처 선물까지 받아 왔다.


ABC 마트~~ 없는게 없어요. 이곳도~ ^^


더 저렴한 곳과 괜찮은 마트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 단둘이 먹고 지낼 정도로 월마트나 타겟만으로 충분했다. 이런저런 정보를 찾고 찾아 좀 더 싸고 질 좋은 먹거리를 구매하고자 말도 안 되는 실수도 저질렀지만, 이 모든 것이 나의 기억 속에 남아 다음기회에 새로운 곳에서 진가를 발휘할 날이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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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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