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상영사고가 만들어준 운명

막내이모의 관람권, 그리고 <인셉션>

by 지한솔

상영 중이던 스크린이 갑자기 멈췄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21일, <인셉션> 개봉 첫날이었다.


막내이모가 엄마에게 선물한 관람권, 유효기간이 7월 말까지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영화관을 찾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1년에 2~3편을 겨우 보는 관객이었다.


"죄송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상영하겠습니다"

직원이 들어와 안내했다.


그런데 또, 똑같은 지점에서 영상이 멈춰 섰다.

"죄송합니다. 다시 상영하겠습니다.
환불 원하시면 환불도 해드리고, 관람권도 챙겨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역시 같은 장면.

첫 관람인데, 초반 10분을 벌써 네 번째 보고 있었다.


짜증이 밀려왔지만, 그냥 보기로 했다.

방학이었고, 이미 극장까지 왔는데 나가기도 애매했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초반 장면과 거의 똑닮은 장면이 다시 스크린에 펼쳐진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냥 봤다면 놓쳤을 디테일들을,

나는 첫 관람에서 모두 잡아낸 셈이었다.


<인셉션>은 초반과 후반이 거울처럼 맞닿은 영화였고,

상영사고 덕분에 복잡한 구조가 곧바로 이해됐다.



그날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1년에 2~3편 보던 내가, 1달에 2~3편을 보기 시작했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핸드폰 메모장을 열었다.

"이래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구나."


그게 내 영화 인생,

첫 한줄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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