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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A Dec 29. 2022

(결혼생활3) 남편의 주식실패로 재산의 70%를 잃었다

일은 벌어졌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남편이 주식으로 7천만원을 잃었다. 우리가 가진 전 재산의 약 70%였다.


1. 내가 알았던 것과 몰랐던 것


1.1 남편이 주식과 코인을 하는  알고 있었다. 남편은 돈과 경제에 관심이 많아 중학교때 부터 주식을 해왔다. 나는 돈에  관심이 없었지만 재테크의 중요성에는 동의했다. 그래서 그가 그와 나의 돈을 갖고 주식을 하는 것에 찬성했다.


1.2 내가 몰랐던 건, 돈을 잃었을 때 더 이상 말을 하면 안될 때가 되지 않고서는 남편이 나에게 말을 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었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씩 나에게 주식 자산 상황을 공유해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장이 좋지 않자 슬그머니 공유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주식 장이 좋지 않은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번 "우리" 돈은 괜찮냐고 물어봤다. 그는 괜찮을 거라고 오를 거라고 했고, 나는 너무 집요하게 물어보고 싶지는 않아서 그저 몇 년 존버해야겠거니 생각했다.


1.3. 남편이 레버리지를 써서 주식을 었다는  알고 있었다.

내가 이해하기로, 레버리지는 쉽게 말해 빚을 내서 투자를 하는 건데 적은 돈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나는 그 방법에 반대했다.


1.4. 내가 몰랐던 건 그가 여전히 레버리지를 썼다는 거다.

내가 레버리지 사용에 단호하게 반대하자 그는 알겠다고 했다. 나는 그 "알겠다"를 레버리지를 정리하겠다는 걸로 받아들였으나 그는 말그대로 "너의 생각은 그렇구나. 너의 생각을 알겠다"는 뜻으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레버리지를 사용했고 하락장에서 버티지 못했다.


2. 내가 느낀 생각과 감정


황당하고 기가찼다. 없는 유학생 소득에서 이리 저리 애써가며 저축해서 모은 돈이 이런식으로 사라질 수도 있구나 싶었다.


결혼 전, 결혼은 이 사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과 불행을 감수하며 사는 거구나 깨달은 때가 있었다. 나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과 불행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미지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행복과 불행까지 감당해야하는게 겁났다. 그럼에도 눈을 뜨면 옆에 이 사람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에 감히 용기를 냈다. 그렇다. 나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했다. 일단 돈을 잃은 건 괜찮았다. 나는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굴면 그가 또 이런 일을 벌일 것 같았다.



3. 그래서 내가 남편에게 했던 말

1) 돈을 잃은 건 괜찮다. 돈을 잃는 게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너가 돈을 잃어도 내가 그것 때문에 너와 이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 이런 상황이 되도록 네가 나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문제다. 신뢰가 깨지는 것은 우리 관계에 영향을 준다. 수익율과 상관없이 최소  달에 한번 나와 투명하게 주식 자산 상황을 공유하길 바란다. 너가 나에게 얘길 하지 않으면 너만의 실패지만 나에게 얘길 하면 그때부터 너와 나의 공동책임이다. 나는 공동책임을 원한다.

3) 이건 투자 전략 실패다. 세계 경제가 어떻고 하는 건 핑계다.

4)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없이 레버리지나 빚을 사용해선 안된다.

5) 자금을 추가로 넣을 때는 반드시 나와 상의해야 한다.

6) 자산 공유는 백프로 투명해야한다.

7) 어차피 제로에서 시작하지 않았냐. 괜찮다. 내가 괜찮다고 말하면 너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잘못을 반복할 것 같아서 마음껏 괜찮다고 하지 못하는 거다.

8) 주식하는 사람들이 돈을 잃는 이유를 너를 보며 조금 알겠다. 빨리 많이 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니가 앞으로 계속 주식을 하고 싶고 거기서 돈을 벌고 싶으면 빨리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원칙을 지켜야한다.



4. 남편이 나에게 했던 말

배달이나 대리운전이라도 할까?


그리고 그는 배달 라이더에 등록하더니 애가 낮잠자는 사이에 배달을  시간 하고 왔다 (귀엽)



5. 맺으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이걸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양가에 사실을 알리고 아주 강경하게 화를 내고 모든 경제권을 다 내가 가졌어야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결혼은 공동체 생활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각각 다른 성인 두 사람의 삶인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생각할 수록 착잡하니 이제  글을 끝으로 그만 생각해야겠다 (눈물 좀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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