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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대 Jan 29. 2022

청소년 기본소득은 국가 의무

미래교육을 바꾸는 사람들(5)_청소년 대변인 마재순

<미래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인천광역시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미래교육에 대해 어떤 꿈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마재순 위원은 청소년 쉼터 별마루의 소장이다. 그 밖에도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 정부 청소년정책 자문위원, 인천기본소득포럼 복지위원장 등 활동이 많은 편인데 가리키는 방향은 청소년이다. 마재순 소장은 스스로 '청소년 대변인'이라 한다.


가정밖 청소년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마재순 소장

"자기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은 극소수예요. 아주 소수만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특별회의 등에 참여하고 대부분은 관심이 없어요. 권리 의식이 없고 수동적인데 가정밖청소년은 더욱 그래요. 아마도 목소리를 내서 제대로 반영된 경험이 없기 때문이겠죠. 청소년기관이나 청소년 문제를 연구하는 교수가 청소년을 대변해야 하는데, 혹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조심하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나라도 청소년을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쫓아다니고 있어요."


청소년쉼터는 가정밖청소년에게 보호서비스, 즉 의식주·학업·심리정서·문화여가활동 등을 지원하는데 임시·일시·중장기 쉼터로 나눈다. 별마루는 중장기 쉼터로써 임시나 일시 쉼터보다 안정된 편이다.


"2/3가 가정문제로 쉼터에 오는데 거의 다 극빈층입니다. 부모가 실직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어서 자녀를 심하게 때리는 경우가 많아요. 단기 쉼터에는 최장 9개월까지 가능하니까 그 뒤에도 갈 데 없으면 중장기 쉼터로 와요. 저희 쉼터의 10대는 모두 학교에 다니고, 20대는 검정고시나 자격증 시험 준비, 취미생활을 하면서 지내요. 저희 쉼터에 와서 지내다 보면 상담을 통해 권유하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모두 학교를 다니거나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돼요. 어수선한 단기 쉼터와는 달리 기숙사 같다고나 할까요."


만 24세 이상의 청년은 쉼터를 떠나야 하는데, 쉼터에서 2년을 지낸 사람에게는 한국주택공사가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보증금과 월세는 자기가 내야 하는데, 문제는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월세가 밀려 보증금을 까먹고 다시 일시 쉼터나 노숙자 쉼터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마재순 소장은 청소년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정밖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정책 제안서

"가정밖청소년이 나쁜 데로 빠지지 않게 하려면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좋은 일자리가 한정되었어요. 자영업자를 돕는 것처럼 국가가 가정밖 청소년도 돌봐야 해요. 청소년기본소득이든 청소년수당이든 정기 수입을 보장해주어야 해요. 그래야 나쁜 길로 빠지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가정밖청소년에게만 주면 낙인이 되니까 청소년 전체에게 주어야 하고요. 그래야 청소년이 먹고사는 문제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죠. 앞으로는 저성장이 계속된다고 하는데, 분배가 중요한 거 아닌가요."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인천시민 기본소득 연구동아리 대표로 활동하는 마재순 소장은 "인천형 가정밖청소년 기본소득 지급 정책" 제안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마재순 소장이 집중하는 활동은 '범정부 차원의 아동 청소년 복지정책 일원화'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는 각 정당 후보에게 정책 제안을 하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보통 아동하면 초등학생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법에서는 아동, 청소년 나이가 복잡하게 겹쳐 있어요. 청소년기본법에 따르면 9세~24세가 청소년인데,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19세~34세를 청년으로, 최근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을 24세 미만으로 규정했어요. 이러다보니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폭언한 일이 언론에 아동학대사건으로 보도돼요. 어찌보면 청소년이 사라졌다고나 할까요."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의 대통령선거 공약 제안서

법률이 이러다보니 아동 청소년 복지정책이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가 따로 추진해 현장에서 혼란과 예산 낭비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는 각 정당 대통령후보에게 "범정부 차원의 아동청소년 복지정책 일원화"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 아동청소년 부처, 전달체계, 정보시스템을 통합하자는 요구이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거의 같은 사업을 만들어요. 당연히 현장에서 겹치죠. 이런 낭비가 곳곳에서 계속돼요. 여성가족부에게 청소년사업은 주력이 아니에요. 예를들어 여성가족부는 11년 동안 단 한번도 가정밖청소년 실태조사를 한 적 없어요. 2019년 경찰청이 가출 청소년을 조사하니 약 2만 명이었어요. 한해 동안 가출한 청소년 수이니 실제로는 당연히 이보다 많죠.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에서도 가출 청소년이 13만 5천 명으로 나타났는데도 여성가족부 연간 사업계획을 보면 가정밖 청소년이 2만 명이라고 해요. 답답한 일이죠.

현재 따로 운영하는 아동, 청소년 정보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면 데이터를 이용해 지역마다 필요한 쉼터의 유형을 파악하는 등 좀 더 효과적인 아동청소년 복지체계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마재순 소장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복지사업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중앙부처의 청소년복지체계를 통합해야 기초지방자치 수준에서도 통합될 수 있다고 한다. 군구 아동복지는 아동복지팀에서 담당하지만, 청소년복지는 군구마다 담당부서가 제각각이고 담당자도 사회복지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공무원이라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읍면동 단위에서는 아예 복지 대상자에 아동, 장애인, 노인만 있고 청소년은 빠져서 생활필수품 지원도 안되고 있다.


현행 복지제도가 당사자가 신청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지역 공동체의 해체로 청소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가정밖청소년에 대해서는 청소년 쉼터가 아니면 도와줄 길이 없다. 그런데 청소년쉼터 운영체계가 지역마다 제각각인 게 문제이다. 최근 강남구가 청소년쉼터를 폐쇄했는데, 강남구에 사는 청소년 입소자가 없다는 이유이다. 수도권 가정밖청소년은 지방으로 가고, 지방의 가정밖청소년은 수도권으로 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김포시는 일시 이동형 사업만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방식으로는 가정밖 청소년을 만나기 어려우니 그저 생색만 내는 사업이다. 김포의 가정밖청소년이 인천의 쉼터로 와야 하고, 매일 통학에만 4시간을 걸리니 학교에 소홀해질 수 있고 가정 복귀도 어렵다. 지역마다 일시뿐만 아니라 단기, 중장기 쉼터도 있어야 가정밖청소년을 제대로 돌볼 수 있다. 청소년 쉼터가 없는 세종시는 시민사회단체장이 모여 청소년 쉼터의 설립을 결의하였는데, 이처럼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마재순 소장은 청소년을 위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역사회가 함께 청소년을 돌볼 때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난다. 마재순 소장은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힘과 가능성을 부천 무한돌봄센터 사례에서 보았다고 한다. 부천 무한돌봄센터는 경기도 무한돌봄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였다.


"당시 저는 부천 일시청소년쉼터 소장이었는데, 부천지역의 공무원, 정신과의원, 보호관찰사, 경찰, 청소년기관, 아동기관, 건강가족지원센터 등 2-30명 관계자가 월 1회 이상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사례를 공유하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협력해서 하는 거죠.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운영하도록 되어 있어서 이 제도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할 수도 있는데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해요."


1기 미래교육위원회 2030 인천미래교육포럼 토론자로 나선 마재순 위원(맨 오른쪽)


청소년 대변인으로서 바쁘게 활동하는 마재순 소장은 1기에 이어 2기 미래교육위원회에도 참여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민관거버넌스의 가능성과 힘을 다시 한번 느끼고 힘을 보태고 싶어서이다.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야 해요. 만일 공교육에서 인문학, 철학 등 삶의 자세와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가정밖청소년이 낙오자 낙인이나 핍박 없이 살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수능시험도 없어지고 졸업시험을 통과하면 언제든지 자기가 원할 때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무상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이 불안 걱정에 싸여 게임에 매달리는 것도 결국 숨막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에요.

1기 미래교육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민관거버넌스의 가능성을 봤어요.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데, 회의에 가면 지난해 것을 약간 수정한 130~150개 정책과제에 관해 돌아가면서 한두 마디 하면 끝이에요. 검토하겠다고 하지만 나중에 보면 자문위원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요. 미래교육위원회에서 함께 논의한 것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그 과정에 계속 함께 하고 싶었어요."


청소년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면, 더이상 청소년 대변인 마재순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아마도 마재순 위원의 꿈은 더이상 청소년쉼터도 필요없고 자신이 청소년 대변인을 사임하는 세상일 것이다.


별마루 쉼터의 가정밖 청소년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부모가 버린 게 아닌, 부모를 놓은 아이를 만났다"

https://youtu.be/NCyODLqoq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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