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기획자의 노트(4)_세・나・책 프로젝트
세・나・책 프로젝트는 막내딸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발도로프학교에 방문했을 때 경마를 좋아하는 한 어린이가 1년 동안 말과 경마에 관해 공부하고 책을 펴낼 계획이라는 얘기를 듣고 영감을 받아서 기획했습니다. 다음은 프로젝트 매뉴얼로 작성했던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자유학기제, 세계시민교육, 민주시민교육 등 다양한 교육 영역에서 적용할만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공유합니다.
날마다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세상에 나옵니다. 2014년 1~6월 동안 나온 책은 34,281종입니다(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발표). 하루에 188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 셈입니다. 출판사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2014년 1~6월 동안 책을 한 권이라도 낸 출판사는 4,409개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고, 출판사도 엄청 많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도대체 이 많은 책들은 누가 다 쓰는 걸까요? 학력이 높아야 책을 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책은 누구나 쓸 수 있고,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한 편집과 인쇄 프로그램이 널리 사용되는 요즘에는 누구나 손쉽게 책을 펴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의 책은 출판사가 저자를 대신해서 만들어서 서점에 내다 팔고 그 수익금 중 일부를 저자에게 줍니다. 이를 인세(印稅)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기 돈으로 책을 찍어서 비매품(팔지 않는 물건)으로 배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책을 낼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내는 게 좋을까요? 시를 쓰는 사람은 시집을, 소설을 쓰는 사람은 소설책을, 수필을 쓰는 사람은 수필집을, 동화를 쓰는 사람은 동화책을,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만화책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그림책을, 자기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서 책을 써내면 됩니다. 책의 종류를 정하더라도 남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주제와 내용으로 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책을 펴내기 가장 좋은 주제와 내용은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입니다. 책을 내기 위해서는 깊이 있게, 폭넓게 그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관심도 없는 것을 공부하려면 얼마나 괴롭겠어요? 그러니 밤새워 공부해도 피곤한 줄 모르고, 공부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만큼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주제와 내용을 가지고 책을 내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 분야의 전문가, 권위자가 됩니다. 제 친구 가운데 한 명은 기자를 하다가 그만두고 나무에 대해 공부하고 찾아다니더니 지금은 나무에 관한 책도 벌써 여러 권 펴냈고, 방송에서도 나와서 사람들에게 나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무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거의 하루 종일 앉아 공부를 합니다. 학교 공부가 끝나면 더 공부를 하기 위해서 학원을 가는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왜 이렇게 많이 공부를 해야 할까요? 이렇게 공부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앉아 있지만, 평생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지식이나 지혜를 얻는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진 것은 어느 정도일까요? 사실 우리는 중학생, 고등학생 때는 대학 가기 위한 공부를, 대학에서는 취직하기 위한 공부를, 직장에서는 승진을 하기 위한 공부를 하느라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죽을 때까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나・책은 우리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쓸모없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정말 알고 싶고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내용을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이 방법을 발도르프학교의 공부 방법을 보면서 배웠습니다. 너무 좋아서 막내딸과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인문학 공부모임인 “농썰모임”에서 처음 함께 시작하였습니다.
이 책은 만화가이자 연필 깎기의 달인인 데이비드 리스가 지은 책입니다. 돈을 받고 연필을 깎아주니 연필 깎기가 직업인 셈입니다. 이 책에는 각종 칼이나 도구를 써서 연필을 깎는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연필 깎기 전에 하면 좋은 사전 준비운동도 소개하고 있고요. 어때요?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책이 어떤 책인지 감이 오시나요?
세・나・책 만들기의 첫 번째 단계는 ‘주제 정하기’입니다. 어떤 주제가 좋은 주제일까요? 앞서 얘기한 대로 가장 좋은 주제는 자기가 정말 궁금하고 알고 싶은 주제입니다. 주제를 정할 때는 구체적인 주제가 좋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큰 주제를 잡으면 지식의 바다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을 겁니다. ‘그림 → 초상화 → 한국 초상화 → 왕의 초상화’, 이런 식으로 자기가 정말 궁금한 주제로 좁혀가야 합니다. 특히 처음 책을 내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주제를 정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내려고 하는 주제의 책이 앞서 다른 사람에 의해 나왔는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는 겁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제와 목차는 볼 수 있지만, 내용은 아주 일부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권하고 싶은 방법은 직접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는 방법입니다.
도서관에 가면 자료검색용 컴퓨터가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주제를 입력해서 검색하면, 책 제목이나 주제어에 내가 입력한 주제어가 들어있는 자료 목록이 나타납니다. 청구 번호를 확인한 뒤 서가를 찾아가 자료를 찾아서 책 내용들을 검토하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게 있는데, 같은 주제 또는 비슷한 주제의 책들은 한 군데에 모여 있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도서관의 책들은 모두 한국 십진 분류표(KDC)에 의해 분류되어 책꽂이에 꽂힙니다. 지금이야 컴퓨터가 있어서 검색한 뒤, 청구 번호를 확인한 뒤 책이 있는 곳을 바로 찾아갈 수 있지만, 컴퓨터로 검색할 수 없던 때는 책의 분류 기준을 알아야 해당 책꽂이에 가서 필요한 책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주제의 분류번호를 확인한 다음에 해당 책꽂이에 가서 거기에 배치된 책들을 모두 꺼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겁니다.
참고할만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니,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없으니, 머리말과 목차를 읽어보세요. 어느 책이든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서 왜 이 책을 구상하고 내게 되었는지,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이 책을 쓰면서 누구 또는 어떤 책들의 도움을 받았는지를 적습니다. 또 목차를 보면 대강 책의 내용과 흐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일 목차가 자세하지 않은 책은 슬슬 넘겨가면서 소제목(중간 제목)들만 읽어보면서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일 열심히 도서관을 뒤졌는데도, 내가 내고 싶은 내용의 책이 없다면 좋은 주제를 잡은 셈입니다. 만세입니다. ^^ 주제를 정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이 책을 누가 읽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책을 내기에 앞서 나 말고도 누가 이 주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것인지, 거꾸로 내가 이 책을 누구에게 읽히고 싶은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주제로 책을 낸다는 일은 김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잘라 만드는 종이를 낭비하고 환경도 파괴하는 공연한 짓인 셈입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주제 분야에서 이미 나온 책들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책을 내고 싶었던 주제의 궁금증이 해소될 수도 있고, 새로운 궁금증이나 관심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만일 새로운 관심 주제나 궁금증이 생겼다면, 앞서 했던 방식대로 그 주제에 대해 이미 나와 있는 책들을 검색해서 찾아봅니다.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아무도 아직 책을 내지 않은 주제를 찾아내서 확정합니다.
저자인 도다 다쿠오는 젊은 시절 아파서 방에서 거의 꼼짝하지 못할 때 재미 삼아 종이비행기를 접기 시작했다가 푹 빠져들게 됩니다. 이 책에는 그 이야기와 세계 종이접기 비행기 대회를 열게 된 사연, 어떻게 만들면 종이접기 비행기가 잘 날을 수 있는지 등 종이접기 비행기에 대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합니다. 여러분도 이처럼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나요? 그렇다면 책을 써 보세요.
세・나・책의 주제가 정해졌다면, 이제 내용을 채울 자료를 찾아야 합니다. 자료를 찾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인터넷을 뒤져서 자료를 찾는 방법은 쓰지 않기로 해요.
흔히 자료와 정보를 구분합니다. 자료는 영어로 데이터(Data)입니다. 서로 연결되거나 체계화되지 않는 사실과 설명을 이야기합니다. 이 자료를 하나의 관점이나 필요에 따라 엮으면 정보가 됩니다. 영어로 인포메이션(Informa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정보가 담겨 있는 책들을 뒤져서 찾아내는 것은 나에게 의미 있는 자료들입니다. 이 자료들을 다시 나의 관점과 주제로 엮어서 정보를 만들고 이를 하나의 체계를 가지고 늘어놓아서 책을 엮을 것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당장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만일 찾는 자료가 없거나 불충분한 경우, 네이버의 지식인에 물으면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지식을 얻으면 지식이 체계화되지 않습니다. 모든 지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지식이 전체 지식 체계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와 관련된 지식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마치 우리가 어떤 장소에 갈 때, 순간이동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리로 가는 길이 어떤지,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풍경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책을 통해서 자료를 찾는다는 것은 지도 한 장을 들고 이정표를 따라 원하는 장소로 찾아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가다 보면 원하는 장소가 아니라 되돌아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간 낭비는 아닙니다. 그곳으로 가는 과정에서는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풍경도 보고 꽃과 나무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음에 또 다른 목적지를 찾아 나설 때 알면 좋을 길들을 미리 알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필요한 자료만 쏙 뽑아서 찾아내는 방법이 아니라, 더디더라도 도서관을 뒤져서 우리가 원하는 자료를 찾아볼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손쉽게 갈 수 있는 집 근처나 학교 도서관을 뒤져도 원하는 자료를 충분히 다 찾았다면, 그런데도 부족한 게 있다면, 그때에는 인터넷의 도움을 받도록 합니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먼저 도서관을 뒤져서 원하는 자료를 찾고, 부족한 것을 인터넷을 통해서 보충하는 것이 세・나・책의 방식입니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을 찾으면, 목록을 작성합니다. 한꺼번에 빌려볼 수 없으니, 목록을 작성해 놓고, 차례로 빌려보고 사 봅니다. 참고 목록을 작성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책을 출판할 때, 내가 어떤 책들의 도움을 받아서 이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는지를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참고 도서 목록을 밝히지 않는다면, 마치 남의 지식을 자신의 것인 양 속이는 표절이 됩니다. 표절은 범죄 행위입니다.
주제도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한 자료도 충분히 구했으면 이제 책의 임시 목차를 생각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실 어떤 주제를 정하든지, 이미 그 주제에 대한 비슷한 책이 나와 있을 겁니다. 그 주제를 남다르게 다루기 위해서는 나만의 접근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나만의 접근 방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책의 목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책이든 책을 읽기 전에 머리말과 목차를 먼저 훑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에 책의 주제와 접근하는 법, 대강의 내용이 모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사실 목차가 정해지면, 책 쓰기의 반이 끝났다고 해도 될 만큼 목차 정하기는 책 쓰기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임시 목차라고 한 것은 대충 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자료 조사를 해서 목차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고 써 가다 보면 어느 정도 바꿀 필요나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주제에 접근하고 정리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역사 맥락에서 그 주제를 살펴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밝혀진 지식 안에서 내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어떤 위치와 관계 안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즉 첫 번째 방법은 내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과거에는 어땠는지 지금은 어떻고 앞으로는 어떨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루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내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크게는 어떤 주제와 연결되어 있고, 작게 나누면 이러저러한 주제로 나누어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루는 방법입니다. 한 책에서 이 두 가지 방법을 다 쓸 수도 있고, 한 가지 방법만 특별히 더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쓸 것인지는 내가 정한 주제, 그 주제에 대해 이미 나온 책들의 접근 방법과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목차가 정해졌으면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쓰기 시작합니다. 조사된 자료를 엮어서 직접 쓰다 보면 무엇을 더 조사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직접 쓰는 과정을 통하면서 그냥 책을 읽었던 것과는 달리 내 머릿속에 지식이 정리되고 체계화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컴퓨터 문서 프로그램을 통해서 입력할 수도 있고, 직접 손으로 쓰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컴퓨터로 입력하기보다 공책에 직접 쓰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시험공부를 할 때 써가면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처럼, 직접 써서 정리하면 훨씬 기억에 많이 남고 지식을 체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정리해서 쓴 내용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서로 조언하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친구들의 조언을 듣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얻을 수도 있고, 내가 정리한 방법보다 더 좋은 정리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서로 진지하고 따뜻하게 조언하는 시간은 세・나・책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겁니다. 아무리 좋은 조언이라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열린 마음으로 내 책의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보충하려고 해야만 합니다.
생각했던 목차에 따라 쓰다가 보면, 순서가 바뀔 수도 있고, 새로 추가되는 목차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생각해서 목차를 바꾸어도 됩니다. 만일 처음 생각했던 목차와 완전히 달라진다면, 처음 기획이 부실했다는 증거이겠지요.
목차에 따라 책 내용을 다 쓰고 난 뒤에는 머리말(서문)을 씁니다. 머리말은 말 그대로 책 맨 처음에 나오는 글이지만, 보통 맨 마지막에 씁니다. 왜 이 책을 내려고 생각했는지, 책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소개합니다.
필자 소개도 재미있게 써 보세요. 필자 소개도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입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이 책을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를 통해 책의 주제에 대해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경험과 활동을 했는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 책은 제 어머니의 팔순과 큰누님의 육순을 맞아 두 분의 자서전을 묶어서 펴낸 책입니다. 두 분이 직접 공책에 자신들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썼습니다. 제목 글씨는 제 막내딸이 썼고, 표지 사진은 제 조카가 찍었습니다. 원래 정식 출판이 아니라 자체 제작해서 비매품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생각이었는데, 원고를 본 출판사의 제안에 따라 정식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자서전을 직접 써서 내거나 구술 또는 대필 자서전을 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원고가 완성된 뒤에 어떤 과정을 거쳐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될까요? 이 과정을 아는 것은 세・나・책을 어떤 모양으로 낼지를 기획하고 결정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책 제작현장을 찾아보는 게 필요합니다.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출판해서 판매하는 회사인 출판사를 방문해서 책의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해 보고 듣고 배우는 시간을 갖습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책을 인쇄하는 과정도 알아야 합니다. 입력하고, 편집하고, 출력하고, 제판하고, 인쇄하고, 제본하는 모든 책 제작과정을 보고 듣고 배우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런 견학을 통해서 내 책의 모양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를 정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얻습니다.
이제 막바지 단계입니다. 책을 어떤 모양으로 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단계이죠. 어떤 크기로 할 것인지, 몇 쪽으로 할 것인지, 종이는 어떤 종이로 할 것인지, 몇 권이나 찍을 것인지, 책값은 얼마로 할 것인지 등을 정합니다.
보통의 저자라면 원고를 쓰는 데서 저자의 역할은 끝이 납니다. 나머지는 출판사가 맡아서 저자와 의논하면서 처리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세・나・책은 직접 편집까지 스스로 합니다. 물론 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것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삽화가 필요하다면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사진을 잘 찍는 친구의 사진을 빌려다가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과 편집은 직접 결정하고 작업합니다. 소규모 분량만 제작할 거면 굳이 인쇄소에 맡기지 않고, 직접 인쇄해서 제본할 수도 있습니다.
책이 나오면 책을 홍보하고 독자들과 나누어야겠지요? 독자들의 평가도 들어보고요. 그동안 애를 썼으니 자축도 하고, 기쁨을 누리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이를 위해서 가족, 친구, 독자들을 초대해서 출판기념모임을 갖습니다.